“규제는 한 번에 풀리는 문제가 아니어서 정부와 기업이 정례적으로 만나 논의할 수 있는 규제정책협의회를 신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월,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발굴한 킬러규제 100건 중에서 개선방안이 마련된 것은 2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과제들은 국회의 입법 지연과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져 전혀 논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어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사실, 전문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일수록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대다수가 정부에 하소연하고 싶어도 마땅한 소통창구를 찾기 어려워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보다 창구가 제한적인 지방 중소기업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다행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장 애로를 발굴하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공식 창구가 마련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취임 후 첫 경제단체 간담회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하며 소통창구를 마련해 달라는 중소기업계의 요구에 기획재정부와 함께 팀을 이뤄 전국 각지의 중소기업을 현장에서 만나자고 제안했고 마침내 지난 5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기획재정부가 함께하는 ‘중기 익스프레스’를 발족했다.

중기 익스프레스는 중소기업계를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제부처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양기관이 함께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형식적인 회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중소기업중앙회 14개 지역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격월로 지역 중소기업의 애로를 듣고, 개선방안을 도출해 피드백까지 전달하는 전국단위의 공식 채널이다.

첫번째 회의는 지난 5일, 대덕연구단지와 카이스트 등이 위치한 ‘대전’에서 개최됐다.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많고,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시 특성에 맞게 스타트업 및 기술창업기업 대표 10명이 참석했고 현장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애로들이 쏟아졌다.

이날 회의에서 기업 대표들은 R&D 투자 확대, 특허 심사기간 단축, 연구인력 유인정책 마련과 장기근속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을 요청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제조업의 로망은 내 브랜드를 가지고 국내에 출시하는 것인데, 최근 결로를 막는 단열재 개발에 성공했지만, 정부의 기존 설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로가 막혀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역대 정부는 손톱밑 가시 뽑기, 전봇대 규제 해소 등 규제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임기가 지날수록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며 점차 동력을 잃었다. 규제개혁이야말로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느덧 윤석열 정부도 집권 3년차를 맞았다. 규제개혁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시기다. 경제부처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전 부처가 전국의 중소기업 현장에서 목소리를 듣고, 열띤 토론을 통해 합당한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지속된다면 771만 중소기업도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부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을 일으켜야 하는 ‘기업부민’이 중요하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해결돼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계와 정부가 공동 발족한 ‘중기 익스프레스’가 전국 각 지역 현장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핵심 창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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