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서 기업공개(IPO) 도전을 다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서 기업공개(IPO) 도전을 다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서 기업공개(IPO) 1호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넘쳤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은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 채 딜레마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11번가부터 SSG닷컴, 컬리, 오아시스 등 수많은 이커머스 기업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IPO 1호가 되지 못했다.

우선 실패한 공통적인 이유로는 몇 가지가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지갑을 닫은 소비자가 많아졌다. 시간이 지나고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높아졌지만, 각 기업의 영업이익률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국내 기업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오아시스, 상장추진 기대감↑

그렇다고 올해 가만히 있을 이커머스 기업들이 아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IPO를 연기했다 한들, 다시 도전을 이어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장 먼저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은 오아시스부터 살펴보자. 오아시스는 진입장벽이 높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분야에서 탄탄한 유통 및 물류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 강자로 올라섰다.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꾸준히 연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오아시스는 올해에도 연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특허 받은 시스템 덕분이다. 피킹 및 패킹 등에서 특허받은 물류 IT시스템 ‘오아시스루트(OASiS ROUTE)’ 및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오아시스루트는 물류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하고, 오작업을 최소화했다. 오아시스는 오아시스루트를 누구나 사용하기 쉽게 개발한 만큼 수출·판매도 고려 중이다.

올해 오아시스는 소비자와 중소상공인 등을 위해, 기존에 선보였던 서비스를 더욱 ‘잘하자’는 기조로 나아간다. 특히 해외 사업 진출 시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영업이익 폭을 늘리는 등 기업 가치를 더 올리게 되면, 업황 악화 및 IPO 시장 냉각에 미뤘던 상장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런가 하면, 11번가는 대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강제 매각 위기가 주 원인이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2018년,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IPO를 조건으로,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18.18%를 가져갔다.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11번가는 투자 약정상 조건인 5년 기한 내, 즉 지난해 9월까지 IPO를 성사해야 했지만 지속되는 영업손실과 이커머스 업황 악화 속에 이를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말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는 FI인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알려진 투자 약정에 따르면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할 경우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80.26%)까지 한꺼번에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을 행사할 수 있다.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11번가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

 

11번가⋅컬리도 재도전 전망

이러한 가운데 11번가는 올해를 오픈마켓 흑자 달성 원년으로 삼았다. 오는 2025년엔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오픈마켓(OM) 사업의 손익분기점(BEP) 달성으로 흑자전환 가능성이 두드러진다. 이어 지난해 5~7월 3개월 연속 OM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이하 에비타)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12월 또다시 OM 에비타 흑자를 기록했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 내 OM 사업이 온전한 수익 기조에 들어서고, 연간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컬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185억원으로 전년 동기(1836억원) 대비 35.4% 줄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회사 설립 이래 9년 만에 처음으로 에비타가 흑자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4분기 영업손실도 큰 폭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컬리는 올해 분기 및 연간 흑자 전환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 호실적을 쌓은 뒤엔,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IPO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이커머스 업계는 올해 수익성 중심 경영에 집중하며 IPO 타이밍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교촌치킨도 단순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치킨업계 IPO 1호가 됐듯, 이커머스 기업도 다시 할 수 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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