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이자 ‘품질 경영’으로 손꼽히는 도요타의 경소형차 생산 전문 자회사 다이하쓰공업이 품질 인증 절차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지난해 12월 말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이자 ‘품질 경영’으로 손꼽히는 도요타의 경소형차 생산 전문 자회사 다이하쓰공업이 품질 인증 절차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개인은 물론, 기업도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시기다.

밝고 힘찬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인 지난 12월 말,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도요타의 간판에 먹칠을 한 소식이 들려왔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이자 ‘품질 경영’으로 손꼽히는 도요타의 경소형차 생산 전문 자회사 다이하쓰공업이 품질 인증 절차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뉴스였다.

다이하쓰는 1907년에 창업한 일본의 경차 및 총 배기량 1000cc 이하의 소형차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자동차 메이커다. 일본 경자동차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1998년 도요타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품질 인증 부정은 2023년 4월 내부 고발로 드러났다. 다이하쓰가 소형차 8만8000대에 대한 측면 충돌 안전 테스트를 조작했다고 내부 고발자가 폭로한 것이다. 부정이 확인되자 회사 측은 ‘제3자 위원회’를 구성해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이후 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이하쓰는 1989년부터 30년 이상 다양한 방식으로 안전 시험 결과를 조작했다. 충돌 시험은 물론 배기가스, 연비, 에어백 품질, 머리 받침대 성능 등 25개 항목에서 174건의 조작 및 부정이 발견됐다.

에어백 충돌 데이터를 바꿔치기하고 배출 가스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 대담하게 이뤄졌다. 1989년부터 조작이 계속된 부분도 있었다.

다이하쓰가 현재 생산 개발 중인 28개 모든 차종과 엔진을 납품받은 모회사 도요타 22개 차종 등 총 64개 차종에서 조작과 부정이 이뤄졌다.

자동차 에어백 제어 장치의 경우, 충돌 테스트에 사용됐던 장치가 실제로 판매되는 자동차에 사용된 장치와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운전석 측 충돌 테스트를 아예 하지 않고 조수석 측의 시험 결과로 기재하는 등 허위 기재도 있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에 따르면 다이하쓰 담당자는 운전석 측 테스트를 실시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성능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 허위 기재 했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일본 자동차 규제 당국 수장인 사이토 데쓰오 국토교통상은 “자동차 인증 제도의 근간을 뒤흔든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성은 다이하쓰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다이하쓰는 자국 및 해외에서 모든 차종의 출하를 정지하고 일본 내 모든 공장의 가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모기업인 도요타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5개국에서 소형차 6종의 출하를 중단했다.

이는 도요타의 아시아 생산 완성차의 5%에 달한다. 동남아시아는 도요타 등 일본차 점유율이 80%에 달하고 특히 소형차 인기가 높아 ‘다이하쓰 사태’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도요타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정행위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커 도요타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이하쓰가 생산을 중단하면 다이하쓰에서 부품을 납품받는 마쓰다와 스바루 등 또 다른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품질 부정이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2009년 발생한 도요타의 가속페달 및 전자제어장치 결함 문제는 미국 등에서 1000만대 이상 사상 최대 규모 리콜 사태로 번지며 수십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디젤 게이트’로 불린 2015년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 역시 수십조원의 손실과 함께 이후 내연기관 엔진 퇴출, 전기차 도입 확산이라는 나비 효과를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지난해 또 다른 도요타 계열사인 히노자동차의 안전 스캔들에 이어 이번에 다이하쓰의 부정행위가 드러나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 전체가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트럭 및 버스 제조업체인 히노자동차는 엔진 관련 안전 데이터 조작이 드러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경쟁자인 한국 자동차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09년 도요타 리콜 사태 때 미국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급격하게 전기차로 시장이 바뀌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도요타가 적극적이지 못한 데다, 이번 사태로 도요타의 장악력이 느슨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이자 ‘품질 경영’으로 손꼽히는 도요타의 브랜드 영향력에 큰 흠집이 났다. 우리 기업들은 도요타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경쟁자의 불행을 들여다보고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해에 새로운 기회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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