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이면 늘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새해를 어디서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 소망을 빌고 싶은데 높은 산 정상이나 먼 바닷가가 부담스럽다면 주변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갑진년(甲辰年) 청룡(靑龍)의 기운을 한껏 느끼면서도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해맞이 명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몽환의 호수 위에 비치는 붉은 해, 안성 고삼호수

안산 고삼호수_사진작가 엄태수
안산 고삼호수_사진작가 엄태수

늘 가는 산과 바다가 아닌 색다른 일출 포인트를 찾는다면 고삼호수가 제격이다.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고삼호수는 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 확보 목적으로 60년에 준공한 94만평 규모의 장소로, ‘고삼저수지’로도 불린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고삼호수는 푸른 물과 그 위에 떠 있는 좌대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호수의 면적이 넓어 육지 속 바다 같은 느낌마저 준다. 특히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 풍경은 신비로움을 넘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때문에 사진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작은 언덕을 넘어 보이는 호수, 좁은 둘레길을 돌아서면 마주하는 호수 등 마치 여러 개의 호수가 모인 듯 길과 방향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도 고삼호수의 매력이다.

고삼호수는 경기도 최고의 해돋이 해넘이 관람 장소이기도 하다. 호숫가에 설치된 전망대에 오르면 자욱한 물안개 위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볼 수 있다. 잔잔한 호수 위에 비친 해의 모습은 산과 바다에서 마주하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이른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와 함께 호숫가 둘레길을 산책해도 좋다.

일출을 본 후엔 꽃뫼마을, 조병화문학관, 미리내성지 등의 관광지를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미리내성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생적으로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이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 천주교인들의 대표 성지 중 한 곳이어서 의미가 깊다. 지난 84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천주교 성인으로 봉인된 103위의 천주교 성인의 성전과 초대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묘와 경당, 그리고 사제관, 수도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서해가 주는 짜릿한 해돋이 선물세트, 시흥 시화호

시흥 시화호
시흥 시화호

고삼호수와 함께 경기도 대표 해돋이 명소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시화호다.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둘러싸인 인공호수로 1970년부터 계획된 반월특수지역개발계획에 의해 조성된 시화호는 주변으로 다양한 일출 명소를 지니고 있어 일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곳이다.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를 잇는 시화방조제는 서해안의 최고 일출 포인트다. 잔잔한 시화호 위로 떠오르는 눈부신 해돋이는 동해 일출의 장관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더욱이 방해물 없이 경치가 트여 있어 추운 날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도로를 지나며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화호와 함께 시화호 인근에는 시화호 철탑, 거북섬 등 일출 스팟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많은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출사를 나가는 일출 명소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거대한 철탑들 사이로 둥근 해가 걸리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거창한 사진보다 해돋이를 오롯이 눈에 담고 싶다면 시화나래휴게소가 좋다. 휴게소 내에 전망대가 있어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고도 차에서 내려 바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휴게소인 만큼 푸드 코트, 카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보다 편안한 해맞이가 가능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함께 맞이하는 신년, 팔달산 서장대

수원 화성 팔달산 서장대
수원 화성 팔달산 서장대

팔달산은 해발 128m의 아담한 산으로 수원 화성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옛 이름은 탑산이었으나, 태조 이성계가 탑산의 풍광을 본 뒤 ‘아름답고 사통팔달한 산’이라고 해 팔달산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도심 속의 낮은 산이지만 조망이 좋아 일출·일몰 명소로 알려져 있다. 정상인 서장대에 오르면 동서남북으로 시야가 탁 트여 수원 시내와 화성행궁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능선을 따라 축조된 화성은 서장대 외에도 서노대, 서포루, 화양루 등 시설물을 거느리고 있으며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이들과 산의 조화가 고풍스러움을 자아낸다. 적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세운 서노대에서는 한강 이남의 동서남북이 두루 펼쳐진다. 게다가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이 산은 수원시의 혈처에 해당된다고 하니, 팔달산에서 보는 새해 첫 해에서 왠지 모를 기운이 느껴질 듯도 하다.

서장대를 가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길을 걷다가 10여 분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 코스다. 혹시나 걸어 오르느라 땀이 나도 성곽을 타고 넘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줄 것이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성곽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는 서장대. 걸음을 뗄 때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미적 감각이 하나둘 감상할 수 있어서 다른 산을 걷는 것과는 다른 매력을 준다. 단순히 일출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까지 느끼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전한다.

역사 속 힘찬 함성과 함께 품어보는 새해 다짐, 고양 행주산성

고양 행주산성
고양 행주산성

행주산성 정상은 뛰어난 경치를 조망할 수 있어 새해 첫 일출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1593년 임진왜란 당시, 행주산성에는 권율 장군과 함께 행주치마에 돌을 날라 3만명의 왜군을 물리친 군사들과 부녀자들이 있었다. 오늘날엔 서울에서 가까운 해맞이 명소답게 새해 첫날이면 더 많은 인파가 몰린다.

행주산성 시작을 알리는 대첩문을 지나면 1시 방향에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권율 도원수 상이 보인다. 보기만 해도 위용이 느껴지는 권율 장군의 모습은 기운찬 새해를 시작하는 데 힘을 보탠다.

거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커다란 행주대첩비와 함께 탁 트인 한강의 전경이 펼쳐진다. 새벽부터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바삐 오가는 차들을 보며 해돋이를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속 한편에 무수한 다짐들이 절로 떠오른다. 정상에 우뚝 서 있는 이곳에서는 매년 1월 1일 새벽 5시부터 9시 사이, 해 뜨는 시간에 맞춰 희망찬 새해맞이를 기원하는 해맞이 축제가 펼쳐진다.

행주산성 해맞이 축제는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행주산성에서는 당일 새벽 4시 30분부터 대첩문을 개방한다. 관람료와 주차료는 무료. 각종 공연을 비롯해 새해 소망 풍선 날리기, 불꽃놀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흥겹게 펼쳐져 새해 소망을 빌며 설레는 가슴에 기분 좋은 추억을 한 아름 안겨준다. 총 관람 소요 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리니 해돋이 행사가 아니더라도 운동화와 물 한 병 들고 한 번쯤 방문해 보자.

 

가뿐히 올라 바라보는 가장 아름다운 노을, 파주 심학산

파주 삼학산
파주 삼학산

파주 심학산 역시 팔달산과 마찬가지로 간편하고 빠른 일출 산행지로 통한다. 해발 194m의 심학산은 등반부터 일출 감상까지 30분이면 충분해 온 가족 해맞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전망도 일품이다.

서울과 고양, 파주, 김포는 물론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풍광까지 눈으로 굽어볼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물줄기와 임진강 하구의 철새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다.

일출뿐만이 아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가 장관이다. 낮은 구릉이지만 북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남북을 넘나들며 저무는 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북한 개풍평야를 비집고 서해안으로 넘어가는 일몰은 ‘남한 내 가장 아름다운 노을’로도 불린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쭉 뻗은 자유로와 한강, 김포, 관산반도를 바라보며 삼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심학산 일출 감상의 또 다른 재미는 찜질방에서 깨끗하게 목욕재계를 한 뒤 해맞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 인근에 지하 1300m의 천연 암반수를 이용한 스파·찜질방인 ‘네이처스파’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

네이처스파는 경기수도권 중 가장 인기 높은 찜질방 중 하나로, 모던한 최신식 설비에 한국 전통 불가마, 노천탕, 자연과 함께하는 테라스 등의 힐링 시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므로 해맞이 전후로 들리기 좋다.

 

새해부터 펼쳐지는 시끌벅적 축제 한마당, 평택 평택호 관광단지

평택호 관광단지
평택호 관광단지

자연의 경관 속에서 웅장히 떠오르는 일출을 보는 것도 좋지만 시끌벅적 축제 한 가운데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 역시 즐겁다. 평택호 모래톱공원은 해마다 해맞이 행사를 열며 평택 시민들의 일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평택호 해맞이 행사는 길놀이 및 주민자치프로그램 공연, 주민안녕 기원제, 해맞이, 떡국 나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해마다 3500명의 주민들이 참여하는 평택시 대표 축제다. 평택호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평택호 건너편 구릉지대에서 떠올라 평택호의 물빛과 서서히 어우러질 무렵이 장관이다. 노을빛 해가 구릉 위로 고개를 내밀며 하늘을 물들이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하다. 더욱이 가볍게 산책하듯 나가 일출과 축제를 모두 즐길 수 있으니 근처에 거주한다면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평택호 관광단지는 입구 쪽 평택호 관광안내소부터 도로 끝 모래톱공원까지 수변덱으로 연결돼 있으며, 중간중간 다양한 볼거리, 문화공간, 편의시설이 조성돼 평택의 대표 관광지로 꼽힌다. 단지 내 한국소리터, 평택호예술관, 모래톱공원에서는 예술 작품 전시와 음악회 공연이 펼쳐져 낭만과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 shinda.write@gmail.com / 출처_경기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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