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개념 깨뜨린 영화관의 환골탈태
환경에 맞춰 계속 변해야 도태 안돼
기업도 생물, 멈춤없는 탈바꿈 필요

12월이다. 명색이 예술대학 교수인데 연말에 공연 한편쯤은 관람해야지 하는 생각에 폭풍검색을 했다.

가족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찾아냈고, 칭찬받을 상상을 하며 옅은 미소와 함께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매를 시도했다.

마침 티켓 오픈 날이라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들뜨고 흥분마저 됐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적당한 가격에 알맞은 자리를 찾아냈지만, 혹 좀 더 나은 조건이 없을까 다시 검색하는 사이 이미 그 자리는 날아갔다.

매년 한 번 크리스마스이브 공연이니 경쟁이 정말 치열했다. 공연장 1층과 무대 가운데 순으로 좌석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조급해짐은 더해갔고 클릭은 빨라졌다. 가까스로 2층 구석에 그나마 적당한 가격의 자리를 찾아 예매에 성공했고 이후 기진맥진 한동안 앉아 쉬어야 했다.

연말 유명 공연이라 그랬겠지만, 최근 영화를 보는 것과 너무 비교됐다. 집에서 리모컨 하나로 전 세계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OTT 서비스부터, 동네 가까운 곳에 있는 멀티 플렉스 극장들, 그리고 모바일과 케이블로 감상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VOD 영화들로 그다지 관람이 수고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공연과 영화 관람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순 없겠지만, 과거 줄 서서 보던 그리고 주말의 명화만을 기다리던 시절에 비해 영화 보기는 엄청나게 편해졌다는 걸 새삼 되새기게 됐다. 더불어 그동안 영화와 극장이 빠른 영상기술의 발전에 맞춰 시도해온 끊임없는 변신들이 머리를 스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영화관에서는 어둠 속에 감미로운 음악만 틀어주며 30분당 3유로를 받는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안으로, 일을 마치고 나오는 그들에게 ‘이완의 극장’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에스타(Siesta)’라는 휴식 서비스로 벤치마킹돼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오늘의 영화관은 영화만 보러 가는 곳이 아니다. 명성 높은 오페라단의 공연을 대형스크린으로 실시간 감상할 수 있으며, 볼쇼이 발레단의 신작과 베를린 필의 연주 그리고 KBO 코리안시리즈 응원 역시 극장에서 가능하다. 연인과의 식사는 물론이고, 안락한 의자에서 낮잠만 자도 그만이다. 극장의 팔색조 변신은 영화만 보는 곳이라는 개념의 전복을 우리에게 요구 중이다.

영화의 내용 역시 과거와 판이하다. 아직도 멜로가 대세이긴 하지만 넷플릭스 최신작 <발레리나>처럼 사랑과는 거리가 먼 여전사가 화끈한 액션을 펼치는 것은 기본이며, 디즈니 플러스의 <최악의 악>처럼 아예 사랑과 연애가 빠져버린 그리고 매력적인 악당이 착한 주연보다 사랑받는 영화도 많다. 권선징악과 신파 가득한 스토리텔링에서 구심점이 해체되고 다양해진, 그리고 덕후 판타지 충만한 포스트모던한 서사로 영화는 빠르게 이동 중이다.

껍데기가 바뀌면 내용물도 달라 보인다. 고집스러움이 빛나는 순간도 있지만, 영화 같은 변신이 필요한 때도 분명히 존재한다. 계절이 바뀌면 옷도 달라져야 하듯, 환경이 달라지면 나도 그리고 기업도 극장처럼 변신해야 기회가 온다.

배달음식 전성시대에 맛도 중요하지만, 배달도 똑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맛만을 고집하기보다, 오히려 맛은 좀 떨어져도 빠른 배달로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

결국 생물처럼 계속 변해야 산다. 그리고 지금 어떤 변신이 필요한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변신은 매력적이며 실패는 죄가 아니다. 새해에도 최선을 다해 변신하고 고집부리지 말자!

 

 

 

최종한
세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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