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승계 지원법률 제정 시급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중소제조업에서 2021년 기준 60세 이상인 대표자가 31.6%다. 70세 이상 기업도 5%여서 가족기업 경영자의 고령화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도 중소기업 경영자 연령이 2015년 기준 66세로 지난 20년 동안 19세 증가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됐지만, 2023년 현재 일본은 젊은 세대가 가업을 이끌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 경영자가 젊어진 이유는 ‘중소기업의 사업승계 촉진을 위한 중소기업 경영승계의 원활화에 관한 법률(중소기업성장촉진법)’ 시행에 있다. 일본 정부가 가업승계에 대한 엄격한 규제의 장점보다 폐업 등으로 인한 경제 전반의 피해가 더 크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중소기업이 편하게 승계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 시행함으로써 활력을 불어넣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부가 세법을 개정해 가업승계 대상기업에 세 부담 경감 혜택을 폭넓게 줘 승계 지원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최근 가업승계 이슈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환경을 반영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그러나 현행 승계지원 제도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차원의 접근과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가업승계가 단순히 재산으로서의 기업만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철학, 이념, 가치관, 기업가정신 등 무형자산을 차세대 경영자에게 물려줘 가족기업의 가치를 체계화해 전통으로 이어주는 기회임을 사회가 폭넓게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가업승계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능한 가족기업 경영 후계자 양성을 위한 정보제공, 컨설팅, 멘토링 등을 체계적,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계도 및 홍보를 지원해야 한다.

훨씬 빨라진 가족기업 CEO 고령화

원활한 승계 위한 지원 입법 급선무

젊은이가 이끄는 기업응원 바람직

가업의 존속과 번영을 이루기 위해 선대가 후대에 남긴 유훈이자 훈계인 가훈을 승계기업에 맞춤 형태로 반드시 교육해야 한다. 자신 있게 후계자임을 말하고 후계자의 자존감을 드높이도록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

가업승계는 통상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여력이 부족한 가족기업은 가업승계에 충분한 시간과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 승계에 필요한 비용, 즉 상속세 및 증여세를 납부할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승계펀드 조성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거나 납부할 세금을 정책금융기관이 대출해줘 후계자가 유동성 위험에 직면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가업을 잇는 젊은 후계 경영자가 기술로 제품 혁신을 일으키고 가업에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추구하도록 도와야 한다. 가족기업이 제품 하나하나에 혼과 넋을 불어넣는 놀랄 만큼 집요한 집념은 전 세계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노노(老老)상속으론 불가능하다.

80~90대 경영자가 사망한 후 60대 자녀가 가업을 물려받으면 은퇴 무렵의 후계자는 혁신의욕보다 현실안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4차산업혁명의 현 환경에서 혁신 없는 안주는 죽음에 이르는 병과 같다.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원활한 가업승계 지원이 매우 시급한 현 환경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 가칭, ‘가업승계 촉진과 활성화 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젊은이가 이끄는 가족기업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성과 중심의 단기 실적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해 고객에게 혁신으로 다져진 정교하고 섬세한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는 가족기업을 응원하는 길은 입법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의 혁신 조류에 부응하고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한다. 가업승계를 촉진하는 법률 제정으로 가족기업의 혁신을 기대한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한국가족기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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