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벌업체 ‘비구이위안’이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결국 채무 불이행 수순을 밟게 됐다.
중국 부동산 개벌업체 ‘비구이위안’이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결국 채무 불이행 수순을 밟게 됐다.

중국 부동산 개벌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결국 디폴트(채무 불이행) 수순을 밟게 됐다. 중국 정부가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이 중국 경제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비구이위안이 2025년 만기인 달러 채권 이자 1540만달러(약 213억원)를 지급하지 못해 잠재적으로 첫 디폴트 상태에 놓였다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비구이위안은 앞서 지난달 17일 5억달러(약 6906억원)의 역외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30일간의 유예 기간을 받은 상태였다. 지난 18일 유예 기간이 경과했지만 결국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디폴트를 선언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6월 말 기준 253조원에 달한다. 그중 달러 채권은 총 15건으로 10월 27일, 11월 7일 등 순차적으로 이자 지급 유예 기간이 종료된다.

비구이위안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보낸 성명에서 “중국 국내 부동산 시장의 깊은 조정과 판매 부진으로 인해 모든 역외 채권 상환 의무를 제때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른 역외 채권도 채권자가 일방적으로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는 ‘크로스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전했다. JP모건체이스 분석가들은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여파가 중국 부동산 전체로 확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침체된 중국 부동산 시장과 경제 상황에는 적지 않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지난 18일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발표됐다. 중국 3분기 GDP는 전년 동월 대비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둔화 우려 속에서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수치다.

중국 경제는 지난 2분기 6.3% 성장했으나, 지난해 ‘제로 코로나’를 실시했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2분기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 때문에 3분기 4.9%라는 수치는 “예상보다 선방했다”, “소비가 살아나면서 반등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4분기엔 국경절 연휴와 최대 쇼핑 성수기도 있어서 내수 경기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순항하는 데 걸림돌은 역시 부동산이다. 부동산 불황은 고용·소비·세수 등 다양한 부문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올해 9월까지 중국의 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까지 1.5% 감소였으니, 상태가 더 나빠졌다.

중국은 지난 9월 금리인하를 포함해 첫 주택 구입 자격 완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투자는 전년 대비 9.1% 줄었고, 신규 건설 착공은 23.4%가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부동산 침체가 중국의 GDP를 하락시킬 수 있다며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2%에서 5%로 낮췄다. 중국 통계국은 연간 성장률 5%를 달성하려면 4분기 4.4% 이상이 나와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비구이위안을 두고 채권자들이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상태 점검에 나설 고문도 정했다. 로이터통신은 비구이위안의 주요 채권자들은 PJT파트너스를 재정 자문으로 선임하고 잠재적인 부채 구조조정 패키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구이위안은 자본 구조와 유동성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투자은행인 훌리한로키와 중국국제자본공사, 미국 법률회사 시들리오스틴을 구조조정을 위한 고문으로 선임한 바 있다.

비구이위안 디폴트 사태는 중국 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전 세계가 올해 연말까지 중국발 경제 위기를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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