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선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14일 부산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지방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5대 전략, 9대 정책을 공개했다. 요지는 ‘지역판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지역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가 교육과 취업, 문화 혜택·의료서비스까지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 중심에는 ‘중소기업’이 있다.

정부가 지방시대를 선포한 이유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지방소멸 위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소멸위험 지역은 118개로 전체 시군구 228곳 중 51.8%에 달한다. 통계가 처음 발표된 2016년에는 79개였는데, 7년 만에 39개나 증가했다. 지방소멸이 점차 가속화되는 주요 원인으로 저출산과 함께 청년세대의 수도권 집중화가 꼽힌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종과 대전을 제외한 모든 지방에서 만 34세 이하 청년은 감소했다.

지방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수도권에 소재한 중소기업의 수는 401만개로, 이는 부산, 대구, 광주 등 다른 14개 지자체 전부를 합친 369만개보다 많다. 신생기업의 기반이 되는 벤처투자 또한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하다.

정부도 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날 지원책에서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방 이전 기업에 제공하는 혜택에 많은 역점을 뒀다. 특히, 기회발전특구로 선정되면 세제 감면, 재정 지원 등 10종 이상의 인센티브가 패키지로 제공된다. 기업활동을 저해했던 규제도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규제특례를 적용할 수 있게 바뀐다. 윤 대통령은 “지역의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지원, 정주 여건 개선, 토지 규제 권한 이양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면서 의지를 밝혔다.

경제 교과서 첫 장에서는 경제 주체를 가계와 기업, 정부로 정의하고,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간 작동이 조화로워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방시대도 마찬가지다. 최우선 과제는 지방 소재 기업의 99%, 지방 일자리의 92%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에 신규 인원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먼저, 안전하고 깨끗한 근무환경 조성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착공 20년이 넘은 노후 산업단지가 전국에 471곳이나 된다. 건물 외관이 손상된 채 방치되고 있으며, 배수시설이 열약해 여름철 장마에 잠기는 곳도 있다. 또한, 주차공간은 모자라고, 문화공간과 의료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처럼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재정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정부가 시설 투자 지원을 해야한다.

둘째, 근로자 근무 여건 개선이다. 지방 이전으로 함께 이동하는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면제 등을 신설해 기존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는 한편, 창의력을 마음 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방 중소기업의 R&D 인력에 대한 인건비 공제 등 세제혜택 또한 늘려야 한다. LINC(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와 연계해,  대학에서 보유한 R&D 인프라를 중소기업인들이 활용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34세 미만 청년에게 교통비를 지원하는 ‘청년동행카드’ 사업이 올해 폐지됐다. 이용자 만족도가 90.7점에 달했음에도, 산업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정책인 만큼 사업 재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계 또한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정책인만큼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와 소통해야 한다. 이번 지방시대 선포가 대한민국호(號)의 새로운 엔진으로서 새로운 닻을 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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