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부정당업자 제재는 지나쳐
국가계약법 개정안 10월18일 시행
발주기관⋅업체가 제도 실효성 좌우

생활가전 제조, 판매 전문기업인 A사는 정부기관이 발주하는 물품대여입찰에 참여해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계약체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찰금액에 일부 착오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민수계약을 주로 담당했던 직원은 공공계약의 경우 임의로 계약을 포기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단순히 입찰보증금만 몰수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당업자 제재라는 과중한 행정처분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 상태에서 발주기관에 계약포기서를 제출했다.

발주기관은 계약심의회를 열어 ‘정당한 이유 없는 계약포기’ 라는 처분사유로 6개월의 부정당업자 제재를 부과했다. A사는 입찰업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입찰금액 기재에 착오가 있었고 계약금액이 경미해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처분을 받은 일 없이 성실히 조달업무를 수행한 점을 빌어 선처를 호소했다. 그리고 처분을 부과하더라도 입찰참가제한 대신 과징금을 부과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해당 발주기관은 위반 정도가 경미함을 인정하면서도 과징금 대체부과 선례가 많지 않으며 기획재정부의 과징금부과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만 하는 행정상 불편을 이유로 과징금 부과를 수용하지 않았다.

A사는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린다. 법원은 국가계약법상 책임이 경미하고 재발의 위험성이 없는 경우에는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 대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2012년 신설됐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발주기관의 판단을 지적하며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했다.

소송 제기 이후 무려 2년 만에 얻어낸 성과였다. 그제서야 발주기관은 입찰참가제한을 취소하고 과징금으로 대체 부과한다는 재심의를 했고, 기획재정부에 설치된 과징금부과심의위원회를 거쳐 위 심의 내용을 확정했다. A사가 입찰참가제한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발주기관과 법원,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 긴 여정이 소요됐다.

국가계약법에 과징금 부과제도를 도입한 데에는 최장 2년의 기간 동안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모든 조달에 참가할 수 없게 되는 입찰참가제한의 과도함으로부터 기업의 불이익을 완화하고 조달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발전적인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과징금 대체 요건의 엄격성에 더해 업체의 신청권이 반영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기획재정부 또는 행정안전부의 과징금부과심의위원회를 거쳐야만 하는 이중의 절차로 인해 발주기관이 적극적인 운용을 기피하는 문제가 있었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변화가 있다. 기획재정부에 설치된 과징금부과심의위원회를 폐지하고 각 중앙관서의 장이 직접 과징금 대체부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3년 10월 18일부로 시행되게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위와 같은 내용의 과징금 부과 업무 협조요청 공문을 각급 발주기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발주기관 스스로 입찰참가제한을 할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할지의 결정이 가능하게 된 이상 제도의 활성을 기대해볼 만하다.

일전의 기고에서 언급했던 ‘혜전탈우(蹊田奪牛)’ 고사에 담긴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처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든다 하더라도 해당 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용되도록 하는 것은 결국 수범자인 발주기관과 업체의 몫이다.

 

김태완
김앤장 변호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