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사회에 나와서 일반 회사 다닐 때의 일이다. 대학 동기들을 만나 각자의 삶을 듣는데, 흥미롭게도 구내식당이 화제에 올랐다. 각자 구내식당이 있는 직장과 없는 직장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를 거친 남자들은 구내식당 음식에 여러 가지 반응이 미묘하게 섞인다. 군대 같은 단체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어떤 경우는 향수가 작동해서 먹고 싶다는 경우도 있었다.

구내식당은 셀프서비스가 기본인데, 이게 불편해 보여도 나름 좋은 점이 있다. 잔반이 덜 남고, 조리와 세척, 배식 등 모든 과정이 일반 식당 대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량조리를 하므로 맛이 덜하고, 메뉴 다양성, 고르는 재미 같은 게 적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물론 고민을 덜하고 주어지는 대로 먹는다는 게 단체식의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값도 싸고, 상당수는 그마저도 회사에서 보조하거나 무상도 있으니 장점이 더 있는 셈이다.

단체식 역사가 쌓이면서 전문 회사도 많아졌다. 대기업 계열사도 흔하다. 어느 브랜드가 맛이 좋네, 없네 하는 품평이 인터넷에 돌기도 한다. 물론 같은 브랜드라고 해도 ‘캐바캐’가 많다. 예산의 차이, 작업 환경의 차이 등으로 메뉴와 맛이 달라지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구내식당, 즉 단체식에 대한 일정한 기대치가 있다. 초등학교부터 10년 이상 급식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까닭이다. 필자 같은 60년대생 세대는 군대 말고는 단체식 경험이 거의 없다. 여담이지만, “고급호텔 요리사들은 무슨 음식을 먹을까?”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평범한 밥을 먹는다. 호텔에도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 브랜드가 들어간다. 그러니까 섬세한 고급 요리를 만드는 호텔 요리사들의 음식이 ‘효율 우선’인 단체식이라는 것이다. 10만원짜리 스테이크를 만드는 셰프도 직장인이니 몇 천원짜리 구내식당 밥을 먹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식⋅양식⋅노포음식 등 메뉴 다양

中企 노력이 질 좋은 식단 숨은공신

모든 직장에 구내식당 생겨났으면

과거 필자의 구내식당에 대한 열망은 다니던 회사가 1990년대 중반 63빌딩에 입주하면서 달성하게 됐다. 당시 대한민국 최대 건물로 워낙 많은 상주인구가 근무하는 건물이라 구내식당도 엄청났다. 시스템도 아주 훌륭했다. 몇 가지 다른 메뉴가 나와서 고를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요즘은 기본이지만). 면류와 한식류가 있었는데 간혹 양식이 특식으로 나와서 인기를 끌었다.

요즘 구내식당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다. 경제성장, 음식문화 성장의 단비가 단체식에도 뿌려지고 있다. 한식이 당연히 기본이지만 샐러드를 제공하는가 하면, 이탈리아식, 중국식, 일본식 등 외국식도 수준 높게 나온다. 요리 장비도 아주 좋아져서 음식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메뉴개발팀을 잘 꾸려서 시중의 유행 흐름을 메뉴에 반영하는 경우도 많다. 노포에서나 먹을 수 있는 추억의 음식, 이를 테면 서울식 장국밥과 부산식 돼지국밥 같은 메뉴를 내는 회사도 봤다. 이런 다채로운 수준의 음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여러 중소기업의 노력이다. 단체식 브랜드 대기업은 자체 생산보다 아무래도 협력하는 중소기업의 여러 제품과 반조리, 완전조리 식품 등을 주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 제일 좋아하는 말이 ‘밥먹고 합시다’였다. 팀의 선배가 이렇게 외치면 업무 스트레스가 스르륵 사라졌다. 2000년대 들어 미국식 효율을 기업에서 강조하면서 간편식인 피자 회의니, 햄버거 미팅, 또는 필요하다면 업무를 거르면서 일을 이어가는 문화가 들어왔다. 그 배경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직장인들은 식사시간에 치유받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 기쁨으로 동력을 얻어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 구내식당의 밥이 더 잘 나왔으면 좋겠고, 없는 직장은 생겨났으면 좋겠다. 잘 먹이고 잘 먹는 조직이 일도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구세대에 속하는 나만의 주장일까.

 

 

박찬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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