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에는 포괄임금 약정을 금지하는 복수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들의 공통점은 포괄임금이 장시간 근로와 공짜야근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공짜야근을 없애자는 것에는 노사 모두 인식을 공유한다. 하지만 경영계뿐만 아니라 일부 노동계조차도 포괄임금 약정 자체가 문제이고, 법으로 금지해야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포괄임금 금지는 다양한 산업현장의 실상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접근방식이다.

포괄임금은 급여에 연장근로 수당이 포함된다. 급여는 실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지급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소정 근로시간 안에 업무를 마치고자하는 유인을 제공한다. 직접 만난 기업인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한다.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해서 수당을 지급했을 때 의도적으로 잔업을 남겨두는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기업은 임금산정 방식을 포괄임금으로 바꿨다. 장시간 근로를 위해서가 아니다. 급여수준 인상이라는 근로자의 요구와 불규칙한 일감에 대응하기 위해 연장근로시간을 사전 확보하려는 사업주의 이해관계가 절충된 결과다.

그렇다면 포괄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모두 실근로시간보다 임금을 덜 받고 있을까? 포괄임금이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 중이지만 실근로시간보다 임금을 적게 받거나 혹은 더 받는 근로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실근로시간보다 임금을 더 받는 근로자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포괄임금을 전면 금지할 경우 누구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힘들다.

포괄임금을 금지할 경우, 수당을 기본급화하면서 연장근로 수당을 추가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특히 시장에서 형성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기준으로 포괄임금, 즉 인건비가 형성된 중소기업들은 납품가격 인상 없이는 인건비 인상을 자체적으로 감내하기 어렵다.

포괄임금 금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포괄임금이 공짜노동을 야기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포괄임금 약정으로 실근로시간보다 임금을 적게 받고 있는 상황만을 가정한 우려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근로시간보다 임금을 더 받고 있는 근로자에게 약정된 수당을 빼고 실근로시간에 따라 수당을 지급한다고 했을 때 순순히 수용할 근로자가 있을까? 공짜야근을 없애려고 금지한 포괄임금이 근로자 임금총액 감소와 이로 인한 노사분쟁 확산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중기중앙회와 경총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포괄임금이 필연적으로 장시간 근로와 공짜야근을 내재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계 측 참석자의 주장이다. 포괄임금이 경직된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보완하고, 근로시간 기록・관리를 둘러싼 소모적인 노사 갈등을 예방하는 장치로 활용되는 순기능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업구조가 변하고 근무방식도 다양해지면서 근로시간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분야가 점점 늘고 있다. 사업장 현실에 맞는 임금지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포괄임금과 같이 노사가 직접 사업과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정한 임금지급 방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임금지급 방식을 잘못 해석해서 발생하는 공짜야근 등 임금체불은 정부가 근로감독을 통해 바로잡을 문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시간 근로와 공짜야근 문제를 줄이려면 근로시간만으로 성과를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서는 임금체계를 성과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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