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대출잔액 612조 돌파
경기둔화·고금리에 연체율도 상승
정부차원 벼랑끝 中企 지원책 절실

시중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잔액은 총 612조682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말 대출 잔액이 587억312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5조6511억원이 늘었다.
시중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잔액은 총 612조682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말 대출 잔액이 587억312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5조6511억원이 늘었다.

중소기업이 빚에 허덕이고 있는 모양새다. 중소기업이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은 1년 새 25조6511억원이나 늘어났다.

그러나 이를 포함한 국내은행 전체에 대한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지난 1년간 0.19%포인트나 늘어났다. 자금이 필요해 대출금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갚지 못하는 비율 역시 지속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소호대출 포함)이 주요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잔액은 총 612조682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말 대출 잔액이 587억312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5조6511억원이 늘었다.

전달인 지난 6월과 비교해봐도 1달 새 3조581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9월 이후 3조5000억원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는 최근 1년 중 월평균 증가폭으로 봤을 때 지난 9월(전월 대비 3조7182억원 증가)과 앞선 8월(전월 대비 3조6673억원 증가)에 이어 3번째로 크다.

대기업은 연체율 개선세

중소기업의 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11월부터 한풀 꺾인 듯 보였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달 대비 증가분은 1조5531억원으로 10월 증가분인 3조1240억원과 비교해 반 이상 줄었다.

이후 12월에는 –8801억원, 2023년 1월에는 –926억원을 기록하며 빚을 청산하는 추세가 이어졌지만, 2월부터 다시 늘어난 대출 증가분은 이내 1년 전과 동일하게 돌아왔다.

문제는 대출 잔액의 증가와 함께 연체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부문 연체율(1개월 이상 원화대출 원리금 연체기준)은 0.43%로 전년 동기 0.24% 대비 0.19%포인트 늘어났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0.14%에서 0.11%로 개선된 것과 상반된다.

특히 연체율은 올 들어 0.30%대에 진입한 이후 지속 상승하며 지난 5월 기준으로는 0.43%까지 기록했다. 올해 국내 기준금리가 5회 연속 동결됐음에도 그간의 글로벌 경기 둔화 및 통화 긴축 지속 등 현상의 여파로 기업의 부담이 쌓인 영향이다.

이는 곧 한계기업의 속출로 이어졌다. 한계기업이란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을 통칭하는 말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23년 2분기 시중 자금흐름 동향과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법인 중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중소기업 비중은 14.9%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8년 10.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새 4.8%포인트 증가했다. 아울러 이들의 지난해 차입금의존도는 무려 52.6%로 전체 기업 차입금의존도 평균(26.9%)보다 두 배 정도 높았다.

상장 中企 과반이 한계기업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역시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비교분석이 가능한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 45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9.8%(271개사)가 한계기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 50.1%(227개사)에서 10%포인트가량 증가한 셈인데, 이 같은 증가 속도는 최근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의 영향이 더해질 경우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한계기업이 이내 부실징후기업으로 변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부실징후기업이란 통상적인 자금차입 외 외부로부터 발생한 별도의 자금지원이나 차입 없이는 정상적인 채무이행이 어렵다고 주채권은행이 인정한 기업이다. 보통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인 곳이 대상이다.

중소기업 대출 보증을 해주는 신용보증기금도 오는 2024년도 중소기업 부실률을 올해 3.9%보다 0.3%포인트 높은 4.2%로 전망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한계에 다다른 실정이다. 무조건적인 지원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국내 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이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결국 산업 전반이 휘청인다는 점은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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