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경기 회복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경기 회복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각종 거시 지표들이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는 ‘상저하고’(상반기에 침체, 하반기에 개선)를 고수하며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이 비교적 양호한 수출실적을 거뒀지만, 구조적으로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하반기 경기 회복세를 예상하며 기존 상저하고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중국 리오프닝 지연, 글로벌 금융 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도체 경기, 국제유가 흐름 등을 경기 불확실성으로 꼽으며 “여러 기관이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두배 정도 성장세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정부도 현 경기 흐름 전망에 변화 없다”고 말했다.

더딘 수출 회복세에 대해서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부 흐름을 보면 물량 지표들이 살아나고 있고 수출 감소 폭도 줄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8월은 여름휴가 기간이 겹쳐 수출이 부진하고 9월부터 무역수지가 기조적으로 흑자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10월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진입할 것이라 전망했다.

수출 부진·환율 급등… 중소기업 선방

정부는 하반기 수출 반등을 예측하지만, 현재까지의 부진한 수출 흐름과 급등하는 환율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다행히 최근 두 달간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7월 무역수지는 16억3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다가 벗어났지만, 경기 회복세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에너지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며 수출액이 수입액을 웃돌아 발생한 불황형 흑자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액은 503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 602억4000만달러 대비 16.5% 감소한 수치다.

중소기업 수출도 감소세를 보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일 ‘2023년도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을 발표했다. 2023년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은 558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5% 감소했다. 중국·베트남으로의 중간재 수출 부진과 엔데믹에 따른 키트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소기업 수출(△5.5%)은 총수출(△12.4%) 또는 대·중견기업(△13.8%)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은 폭으로 감소했고, 수출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수도 7만6310개사(+3.4%)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수출기업수는 13.5% 증가하고, 수출 중단기업수는 8.2% 감소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화장품은 19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했고, 자동차는 2배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침체예고 거시지표에도 정부는 하반기 반등 입장 유지

9월부터 무역수지 개선, 10월엔 수출 플러스국면 진입

환율급등이 변수… 中企, 지나친 우려보다 기회 삼아야

월별로 보면, 중소기업 수출은 1월에 최저(△17.1%)를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이어진 감소세는 2월 +3.3%을 비롯해 3월 이후 수출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6월에는 +3.1%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와 같이 최근 1년 사이 수출구조의 특이성이 급변하고 있다. <중소기업뉴스>는 앞서 지난 6월 ‘원자잿값 급등에 실종된 고환율 특수…비상등 켜진 수출 中企’ 제하의 기사를 통해 환율과 수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다룬 바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도움이 된다는 공식이 최근 1년 사이에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해 8월에 공동으로 발표한 ‘환율상승의 중소기업 수출 영향과 정책과제’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원·달러 환율 추이와 중소기업 수출액 추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 뚜렷한 동조세를 보였다. 이에 환율 급등에 대해 지나친 우려보다는 오히려 수출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도, 중소기업들이 고환율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14.7%, 순이익은 17.31% 감소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촘촘해지는 글로벌 공급망과 더불어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제성장률 2년 연속 1%대 우려

수출 부진과 더불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부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세계 여러 투자은행들은 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으로 우리 경제가 한해 역성장이나 0%대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이들 예측대로 2년 연속 1%대에 머무른다면 이는 유례가 없는 저성장이다.

지난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노무라 △UBS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의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이들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인 2.0%와 비교해 0.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정부 차원서 中企 리스크 신속대응, 악영향 최소화 시급

세계투자은행, 내년에도 1%대 저성장 전망… 한국도 주춤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지나친 대외 의존도 벗어나야

구체적으로 골드만삭스(2.6%), 바클레이즈(2.3%), BoA-ML(2.2%) 등 3개 기관은 내년 우리 경제가 다시 2%대 성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에 씨티·JP모건(1.8%), UBS(1.7%), HSBC(1.6%), 노무라(1.5%) 등 5개 기관은 한국 성장률이 내년에도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투자은행들이 전망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평균은 1.1%로,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2%에 못 미치는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셈이다. 만일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을 기록할 시 성장률 관련 통계가 있는 1954년 이후 최초가 된다. 경제성장률은 약 70년 동안 1956년(0.6%), 1980년(2차 석유위기 파동, -1.6%), 1998년(IMF 외환위기, -5.1%), 2009년(글로벌 금융위기, 0.8%), 2020년(코로나 팬데믹, -0.7%) 등 다섯 해를 제외하면 2%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기초체력 관리 위해 체질 개선해야

이처럼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외의존도를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비율이 지난해 기준 100.5%로, 전년 대비 16.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2000년대에 60~70%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0%선을 오르내렸고, 이후 2021년까지 70~80%선에 머물렀었다.

구조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새로운 변화 성장동력을 어떻게 잡느냐는 거시 통화정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사회 여러 이해 당사자가 이제는 바뀌어야 될 때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낸 ‘한국 경제의 다섯 가지 모나리자 모호성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메가쇼크 이후 잠재성장률이 급락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으로 인해 외환위기 직전(1991∼1997년) 7.3%에 달했던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이 점차 떨어져 코로나 위기 이후(2020∼2028년) 2.2%까지 내려간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잠재성장률) 자체가 약화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중국 리오프닝에도 예상보다 더딘 회복으로 인해 하반기 우리경제의 회복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업계는 내수 지향적 특성을 가진 서비스업 비중 확대와 함께 수출·투자 대상국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재정 집행률 높이는 미시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중기중앙회와 중기연구원의 이슈리포트는 “환율 변동에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환리스크 대응 지원과 함께 강달러 상황이 우리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장을 면밀히 살펴 명확한 정책 시그널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위기에 대해 단기적인 정책 처방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경제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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