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정 없인 저출산 해법 요원
사심없는 개혁이 밝은미래 견인
전쟁 막을 강력한 국방력도 필수

며칠 전 망중한을 이용해 뮤지컬 영화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 특별공연>을 봤다. 1989년 초연을 시작한 이래, 세계 300여개 도시에서 공연했으며,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이야기도 나올 만큼 공전의 히트를 한 작품이다. 특히 지옥의 묵시록 처음 장면이 떠오르는 실물 크기의 헬리콥터가 무대에 등장한 신은 압권이었다. 또한 초기의 출연진과 25주년의 출연진이 동시에 출연해 시공을 넘나드는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는 대로 너무나 짧은 연인의 사랑은 갑자기 바뀐 전황으로 가혹한 운명을 맞이하며 비극으로 끝났다.

이승과 명부의 세계로 연인을 갈라놓은 것처럼 인생에 참혹한 일이 또 있을까. 불귀의 객이 된 양귀비를 그리워하는 현종의 심정을 묘사한 백거이의 장한가는 작품으로 남았지만, 대부분 기록조차 남지 않은 애가는 수백만, 수천만에 이를 것이다. 주로 전쟁 때문이다.​

남자들도 그렇지만, 전쟁은 여자들에게 더 큰 상흔을 남긴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의 마지막 장면처럼 비통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러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우리의 선열들이 큰 희생을 치렀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일시에 목돈이 많이 필요한 전세제도도 우리 젊은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주범 중의 하나다. 다른 나라 연인들은 대부분 월세로 시작하는데 우리는 사회 문화적인 특성상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가난이 현관으로 들어오면 창문으로 사랑이 나간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에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대부분 평소에 자각하기 어렵지만, 사람도 엄연히 동물이기 때문에 자연의 법칙에 상당 부분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예전보다 연애하기 좋은 환경이 늘어났는데도 하지 않는 이유는 포도나무만 봐도 알 수 있다. 예전에 와인모임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충분한 햇볕 등 생육환경이 좋으면 포도나무는 절대 좋은 와인을 만들 포도를 생산하지 않는다. 나무가 굵어지고 잎만 무성해질 뿐이다.

결혼, 출산과 관련해서는 감성적 접근이 필요해 보이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놀이공원, 대형 쇼핑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자녀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그것이 표준이라는 것을 말없이 웅변한다면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 사람들만 유독 지기 싫어하고 인싸가 되고 싶어 하는 감성을 지속적으로 표시 안 나게 자극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유년시절 서해안 미군기지 옆 동네에 살면서 미국의 부유함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적이 있다. 친구 아버지가 미군부대 군무원이어서 그 집에 놀러 가면 칼라 TV가 있고 케이크와 미제 볼펜, 질 좋은 종이가 넘쳐났다. 지금은 뭐든지 우리나라 제품이 대체로 최고다. 젊은 세대에겐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약간 구세대인 내겐 꿈같은 일이다.

미군이 철수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필사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듯이 이런 일은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권을 잡거나 유지하는 것이 정당의 목적이라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 지금이야 배울 게 그다지 많지 않은 일본이지만,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태국 정도의 약체국이었던 일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20세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독일과 함께 패권국인 미국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안정과 더불어 지도층의 사심 없는 개혁 추진과 경제력, 강력한 국방력 덕분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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