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올리브영 ‘갑질’ 공정위에 신고
햇반 이어 창구 막힐까 中企 조바심

유통가는 쿠팡과 CJ올리브영의 납품단가 전쟁으로 한창 시끄럽다. 쿠팡이 CJ제일제당 햇반에 이어, 헬스앤뷰티(H&B) 1위 업체 CJ올리브영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유통가는 쿠팡과 CJ올리브영의 납품단가 전쟁으로 한창 시끄럽다. 쿠팡이 CJ제일제당 햇반에 이어, 헬스앤뷰티(H&B) 1위 업체 CJ올리브영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쿠팡과 CJ그룹의 납품단가 전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CJ제일제당에 이어, 이번엔 CJ올리브영이다.

잠깐, 올리브영 이야길 하기 전에 ‘햇반’은 어떻게 됐지? 무심코 쿠팡에 ‘햇반’을 검색해봤다.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 빅세일에 쿠팡이 빠졌던 잔상이 오래 간 탓일까. 핵심 경쟁사나 중소기업 즉석밥이 검색 결과로 먼저 등장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햇반은 검색 결과에 바로 나왔다.

다만 로켓와우나 로켓프레시로 등록돼 있지 않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래도 햇반이 주름잡던 즉석밥 시장 속에서 당시 이 일 때문에 중소기업이 만드는 유력 제품도 여러 매스컴을 탔다.

현재 유통가는 쿠팡과 CJ올리브영의 납품단가 전쟁으로 한창 시끄럽다. 쿠팡이 CJ제일제당 햇반에 이어, 헬스앤뷰티(H&B) 1위 업체 CJ올리브영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서다.

CJ올리브영이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중소 뷰티업체를 대상으로 쿠팡에 납품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이다.

햇반 납품가격 협상 불발로 시작된 CJ그룹과 쿠팡의 갈등 불씨가 뷰티 영역으로까지 옮겨붙은 셈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처럼 또 다시 떠오른 키워드가 있다. 바로 ‘중소’ 뷰티 업체다. 쿠팡과 CJ그룹의 싸움에 중소기업들이 자꾸 애꿎게 끼어있는 모양새다.

먼저 쿠팡은 다양한 중소 뷰티 제품군을 아우르며 관련 온라인 뷰티 시장 주도에 앞장서왔다. 그러다 지난 3월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론칭했다. 쿠팡은 리테일 사업부를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병희 쿠팡 리테일 부문 대표가 뷰티와 가전 등 핵심 분야를 맡게 됐다. 초기 입점 브랜드는 에스티로더·맥·바비브라운·크리니크·헤라·록시땅 등 16곳이다. 브랜드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구매하면 주문한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올리브영은 1분기 기준 헬스앤뷰티(H&B) 시장점유율 71.3%로, 국내 오프라인 매장 약 1316곳을 거느린 1위 사업자다. 오프라인 매장이 강점이었던 올리브영은 즉시배송 등 온라인 플랫폼 및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서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2조7775조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지난 2018년 8%에서 2022년 25%까지 성장했다.

두 회사 간 온라인 시장 경쟁 격화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그런데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신고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올리브영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아닌 ‘갑’의 위치로 바뀌게 된다.

올리브영이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4년 동안 쿠팡이 뷰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쿠팡에 제품을 납품하려는 중소 뷰티 업체에게 납품을 금지하거나 거래 불이익을 지속적으로 줬다는 것이다.

쿠팡은 올리브영으로 인해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화장품을 공급받지 못하거나 방해를 받았고, 이에 신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쿠팡의 입장문만 보면 올리브영은 그동안 수많은 중소 뷰티 기업에게 갑질을 해온 업체나 다름없다.

그간 올리브영이 H&B 경쟁업체였던 롯데쇼핑 ‘롭스’나 GS ‘랄라블라’ 등에 중소 뷰티업체의 납품을 방해해왔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던 점은 쿠팡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됐다.

공정위가 이번 신고와 관련한 정당성을 따져보게 된다면, 거래상 우월적 지위 성립여부를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CJ올리브영 측은 “다른 유통채널에 협력사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며 “(쿠팡의) 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대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심의에서 CJ올리브영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즉석밥을 선보이는 중소 식품업체도, 주력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는 중소 뷰티업체도 대기업 싸움에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이다. 대기업은 늘 대외적으로 중소기업과 함께 커가는 이미지를 ‘상생’을 내세우지만, 그 뒷면엔 마케팅 싸움이나 수수료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즉석밥은 잠시나마 반짝 효과를 얻었을지 몰라도, 다시 주요 경쟁사인 대기업 제품이 그 자리를 찾아간다. 갑들의 전쟁에서 중소기업이 조명 받는 이유는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다. 중소기업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창구가 갑질로 막힐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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