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밤샘 회의를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이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어려운 경제상황과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열악한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이나, 1만원 달성여부가 쟁점이었던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라는 것은 다행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최장기간(110일) 논의가 이뤄졌고 노동계의 기습 점거로 인한 회의 무산과 노동계 위원 구속에 따른 고용부의 직권 해촉도 처음이었다. 노동계의 항의성 퇴장, 노사의 여론전 등 각자 유리한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장외․장내 가리지 않고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다.

다행히 경영계가 지속 강조했던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지불여력 한계에 공익위원이 공감하면서 합리적 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러한 치열함이 합리적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과를 매년 도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저임금 논의에서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과 고용 감소를 강조하고 노동계는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보장을 주장하면서 평행선을 달린지 오래다. ‘을과 을의 싸움’으로 전락한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합의에 도달하는 취지는 사라진 채, 각자의 양보할 수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공익위원을 설득하고 때로는 압박하며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데 집중돼 있다. 실제로도 37번의 심의 중 합의는 7번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가장 최근이 2008년이다. 현행 ‘노‧사‧공 위원회’ 방식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참고하되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네덜란드,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저임금의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적 인상이 산업과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대립적일 수밖에 없는 방식보다는 전체를 아우르고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아울러 산정방식 명문화(Formula)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 근로자 구매력 상승률의 2분의 1을 산식으로 반영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산식으로 결정하고 있다. 산식의 결정에는 사회적 대화가 충분히 이뤄져야겠지만, 불과 몇년전 16.4%와 10.9%와 같은 폭등을 방지하고 예측가능한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사회적 갈등도 극심해지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되면 노사의 갈등이 극대화되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단기간 변동은 있지만 저성장, 저물가가 고착화되고 있는 우리의 경제상황에서 매년 유사한 논의를 진행하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증폭시키는 부작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최저임금의 결정주기가 1년으로 짧다보니 직전 최저임금의 효과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고, 단기적 경제상황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아 정확한 판단도 어렵다.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결정할 수 있도록 매년에서 2~3년 주기로 바꾸는 것도 고민할 시기가 됐다.

최저임금 심의가 끝나고 나면 국민적 관심, 최저임금 논의와 최저임금위원회의 활동 모두 긴 동면에 들어가곤 한다. 올해는 다행스러운 결과지를 받았지만 합리적인 결과가 매년 지속될 수 있도록 이제는 낡은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 최저임금 논의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넘어 제도 개선까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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