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부처의 공공조달 개선방안이 연이어 발표됐다. 지난 4월 관계부처 합동 ‘국가계약제도 선진화방안’을 시작으로 조달청은 7월 1일부터 개정된 ‘다수공급자계약(MAS) 행정규칙’을 시행하기로 했으며, ‘제2차 조달현장 규제혁신 추진방안’을 확정하며 55건의 조달규제를 추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개선방안에는 그동안 중소기업계에서 요구해오던 과제들이 다수 반영됐다. 입찰참가제한의 과징금 대체사유 확대와 공공기관의 제재금 도입을 비롯해 협상에 의한 계약 낙찰하한율도 기존 60%에서 최대 80%까지 상향조정됐으며, MAS 역시 2단계 경쟁의 품질평가 확대, 수요기관의 일방적인 납품기간 연장 금지, 혁신조달의 판로기회 확대 등 참여기업의 부담 감소와 수요기관의 편의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포함됐다.

하지만 공공조달시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더욱 높은 수준의 공정한 운영이 요구된다. 현장의 중소기업 역시 정부의 대책들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첫번째는 바로 정당한 가격보장이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중소기업의 생산비용이 급증했다. 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제도’가 있음에도 복잡한 서류준비 기간과 감사를 의식한 공무원의 소극행정은 제도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민간시장은 오는 10월부터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된다. 앞으로 중소기업이 민간시장보다 오히려 공공조달시장에서 제값받기 걱정을 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이제는 공공조달도 계약금액 조정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고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수요기관이 사전에 계약금액 조정항목과 기준을 협의해 조정요건 성립여부를 상호 확인하는 ‘공공조달형 납품대금연동제’ 도입은 이를 위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저가입찰 방지라는 낙찰하한율 제도의 목적과 일관성을 위해 기존의 협상에 의한 계약 외에 적격심사제도의 낙찰하한율도 올려야 하며,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MAS 2단계경쟁 기준금액과 제안하한율 역시 정당한 가격보장을 위해 상향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과도한 부정당제재 개선이다. 앞서 언급된 국가계약제도 선진화 방안에서 과징금제도 활성화를 위한 개선과제들이 발표됐으나, 여전히 입찰참가제한 만큼은 획일적인 제재가 적용되고 있어 많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찰참가제한은 기업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데 그치지 않는다.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되고 다수의 거래처들까지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만큼, 비례의 원칙에 맞게 최소한의 한도에서 이뤄져야 한다. 입찰참가 제한 사유를 경중에 따라 필수사유와 임의사유로 구분하고 상대적으로 경미한 위반은 전체 기관이 아닌 발주기관에만 입찰참가 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차등적용이 필요하다.

일찍이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이야기했다. 참여기업의 99%와 전체 납품액의 65%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공공조달은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판로처이자 성장의 요람이다. 하지만 현장과 괴리된 정책운영이 지속된다면 중소기업에게 호랑이보다 무섭고 가혹한 제도로 인식될 수 있다. 중소기업은 공공조달시장에서 과도한 혜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땀 흘린 노력을 정당한 대가로 인정받고, 불합리한 규제는 합리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다. 공정한 공공조달 제도 개선을 통해 중소기업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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