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질타에 사교육시장 양강, 정책리스크에 직면
메가스터디는 1타강사·시대인재는 서바이벌 교재 최강
‘수능 출제위원과 한통속’ 의혹 벗어나는게 최우선 과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지금 강남 대치동 학원가는 폭풍전야다. 보통 여름 방학을 앞두고 열리는 대규모 입시 설명회도 이번엔 눈치만 보는 분위기다.

지난 6월 15일 윤석열 대통령 발언으로 촉발된 사교육 카르텔 논란과 당정의 사교육 경감 방안 때문이다. 당장 국내 사교육 업계 전체가 정치와 정책 리스크에 직면한 모양새다.

지난해 2022년 11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임명된 직후부터 대통령이 직접 수능 난이도 관련한 주문을 해왔다는 건 꽤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6월 1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모의고사가 뇌관이 됐다. 6모(6월 모의평가)에서도 이른바 킬러 문항이 등장한 것이다. 킬러문항은 학원에 가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혀야만 돌파할 수 있는 문제다.

상위권 수험생들한테 킬러문항은 명문대와 의대 당락을 가르는 변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튿날인 6월 16일 대통령실에선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서면 브리핑까지 내놨다.

메가스터디교육 주가 반토막

대입 정책을 총괄하는 인재정책기획관이 즉각 경질됐다. 인재정책기획관은 2022년 12월 고등교육정책실이 폐지되고 인재정책실이 10년 만에 부활하면서 신설됐다. 대입제도 혁신을 책임지는 요직이다. 윤석열 정부 대입 정책의 키맨인 셈이다.

그런데 임명된지 6개월 만에 교체됐다. 대기발령 상태에서 국무총리실의 감사까지 받게 됐다. 2주 동안의 학원가 집중 단속도 시작됐다. 보통 학원가 단속의 대상은 교습비나 강사채용이나 과대광고 여부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불공정 거래가 초점이었다. 이번 초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련 수능 출제 위원이 강사나 학원 자체 모의 고사 문제 개발에 참여했다면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로 규정당할 수도 있다.

내밀한 한통속 여부가 초점이다. 2주 집중 신고 기간 동안 접수된 신고 내용에 따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신고자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내부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선 경쟁 학원과 경쟁 강사 사이의 소송전과 흑색선전이 비일비재하다. 정글의 법칙이다.

일단 시장의 이목은 메가스터디그룹에 쏠렸다. 코스닥 상장사인 메가스터디와 메가스터디교육은 분명 대한민국 최대 사교육 업체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우려는 고스란히 메가스터디 주가로 드러났다. 메가스터디교육의 주가는 6월 22일 현재 5만8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의 52주 최고가는 9만5000원이었다.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셈이다.

메가스터디교육은 메가스터디그룹 안에서 대입 수능과 관련된 학원 교육 사업을 이끌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이번 수능 정책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게다가 메가스터디교육의 스타 강사들이 사교육 논란의 전면에 나서면서 더욱 리스크에 노출됐다.

메가스터디의 스타 수학 강사인 현우진 선생은 지난 6월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애들만 불쌍하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역사 강사인 이다지 선생도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9월 모의평가가 어떨지 수능이 어떨지 더욱더 미지수”라고 지정했다. 역시 메가스터디 국어 강사인 이원준 선생도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메가스터디 사회문화 강사인 윤성훈 선생도 “사교육과 교과외 고난도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이권 카르텔이 한통속이라는 문제의식에 동의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실제 이번 사교육 리스크에 전면 노출된 건 보기와 달리 메가스터디만이 아니다. 진짜 초점은 시대인재다. 시대인재는 지금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입시 학원이다. 2014년 개원해서 10년 만에 대치동 학원가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대인재의 2022년 연결 매출은 2747억원이었다. 2021년보다 무려 45%나 늘었다. 메가스터디그룹의 메가스터디교육이 2022년 벌어들인 매출 8360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메가스터디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메가스터디의 2022년 매출 1336억원보다 2배 이상 높다.

심지어 시대인재에는 온라인 강의가 없다. 오직 오프라인 강의만으로 온오프라인 사교육 시장에 모두 진출한 메가스터디그룹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는 이젠 아예 시대인재 동네라고 불릴 정도다. 대치동 일대에만 45개의 분관이 있다.

시대인재 교재비 100만원 호가

시대인재의 성공비결은 서바이벌 모의고사다.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동일 수준의 이른바 평가원급 문제로 이뤄져 있다. 스타 강사와 인기 교재는 사교육 산업의 알파와 오메가다.

­­­메가스터디가 일타 강사 시스템으로 성장했다면 시대인재는 서바이벌 모의고사라는 인기 교재로 학원 시장을 평정했다.

시대인재는 매년 하반기에 주1회 과목멸로 서바이벌 실전 모의고사 문제집을 제공한다. 2021년엔 국어 영역에 25회 수학 영역 43회 문제집을 제공했다. 전체 영역을 다 더하면 200회가 훌쩍 넘는다. 전국에서 1만5000여명의 수험생들이 시대인재의 서바이벌 모의고사 문제집을 얻기 위해 상경한다.

교재비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대인재의 서바이벌 모의고사는 상위권 대학 인기 학과의 당락을 좌우할만한 킬러문항 적중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2022년 상위권 의대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시대인재 수강생 출신이라는 비공식 통계가 있을 정도다.

시대인재는 2500명이 넘는 콘텐츠 개발팀이 서바이벌 모의고사용 문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은행식 출제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강남 학원가에선 수능 출제 위원 출신들의 자문을 받은 출제 원리에 따라 문제를 출제하는 일부 학원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고난도 수능 킬러 문항을 출제해본 출제 위원들이 사교육 업체와 함께 모의고사 교재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로 일부 수능 출제 위원은 연구소를 차리고 수능 출제 경력을 대놓고 홍보하면서 모의고사를 만들어서 강남 학원들에 공급하고 있다. 해당 연구소가 만든 킬러문항들은 문제당 100만원 선 안팎에서 거래된다. 결국 학생들에게 교재당 100만원 안팎 가격으로 팔려나간다.

시대인재는 2017년 재수종합반을 개강했고 2019년부터 의대와 명문대 합격자를 대거 배출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모두 킬러문항 파훼 여부가 상위권 수능 성적과 대입 당락에 큰 영향을 끼쳤던 학년도들이다.

특히 2019년 수능시험은 난이도가 매우 높았던 역대급 불수능으로 유명했다. 시대인재를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만들어준 기념비적인 해였다. 교육부는 6월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이번 6모와 과거 수능 시험들에서 출제된 킬러문항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분석에 제시할 계획이다.

사실 시대인재는 2024년을 목표로 온라인 강의 개강을 준비하고 있었다. 메가스터디와 온라인에서도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2024년을 목표로 1500명 규모의 전국 최대 기숙 학원 개원도 준비하고 있다. 메가스터디의 기숙 학원 규모는 1200명이다. 고등학교 입시를 넘어 초중등 분야에도 본격 진출한다는 포석이었다. 사교육 대장주 자리를 놓고 메가스터이와 정면 승부를 피할수 없었던 상황이다. 그런데 정책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 상황이다.

반면 메가스터디는 수능 중심의 대입 시장 뿐만 아니라 초등교육시장과 성인교육 시장까지 매출을 다각화한 상태다. 메가스터디교육의 매출 가운데 40% 가까이가 비고등사업부문에서 나온다. 초등교육 시장에선 엘리하이, 중등교육 시장에선 엠베스트, 대학편입시장에선 아이비김영, 성인 대상 공무원 시장에선 메가소방과 메가군무원까지 다양한 비수능 교육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시험이 있는 곳엔 메가스터디가 있다. 게다가 메가스터디는 출판과 급식과 임대사업에서 안정적인 파생 매출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직영학원 급식을 전담하는 메가F&S와 정교재와 부교재를 제작 납품하는 메가북스의 매출은 각각 270억 원과 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효과다.

메가스터디 포트폴리오 다각화

메가스터디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가장 크게 일으키고 있는 부분은 메가패스다. 메가패스는 구독형 상품이다. 메가패스 1년 구독을 하면 메가스터디의 수능 대비 인터넷 강의를 무제한 수강할 수 있다.

메가스터디는 인기기 높은 메가패스 상품의 가격을 매년 평균 7%씩 인상하고 있다. 2023년도 메가패스 연간 구독료는 75만원이다. 2022년 대비 21%나 인상했다.

그런데도 메가패스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일타 강사의 고난도 문제 풀이부터 중간 난이도 문제까지 모두 수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여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덜하다. 가격 인상은 부담스럽지만 교육 수요자 입장에선 아직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인 셈이다. 메가스터디가 대치동의 전국구 대체재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금의 대입 정책 변화 추세대로라면, 9월에 치러질 9모는 킬러문항이 배제된 대신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간 난이도 문제들이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 사교육 시장 판도로 놓고 보면 킬러문항에서 강세를 보였던 지역구 시대인재와 메가패스를 앞세운 전국구 메가스터디의 경쟁에도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메가스터디 역시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 철폐 정책으로 인해 2010년대 초반 주가 폭락을 경험했었다. 2014년 매각설까지 나왔다. 2015년 인적분할로 학원사업을 메가스터디교육으로 분사한 배경이다.

이렇게 사교육 시장의 경쟁은 늘 정책 리스크에 따라 승패가 갈려왔다. 분명한 건 사교육 경쟁에서 어느 기업이 우세하든 사교육 수요자한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과 자녀의 경쟁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정책이 바뀌어도 사교육 시장에서 이탈하기보단 자신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 그게 현재 사교육 시장의 시대정신이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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