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23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을 포함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에 따라 △부당해고 구제신청 △근로시간 △연장·휴일·야간 수당 △연차휴가 △휴업수당, 해고 등의 제한 △직장 내 괴롭힘 △모성보호 등 일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1989년 근로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이 아닌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전면 적용하는 것으로 개정한 이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특히 최근에 주52시간제 전면 시행이나 공휴일법 제정 등 근로자 보호가 강화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에 해고, 근로시간 등 규정을 확대 적용할 경우, 영세사업장의 노동비용이 증가해 경영 상태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 포함된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2021년 기준 소상공인 매출액은 2억2500만원, 영업이익은 2800만원으로, 2019년 대비 각각 4.3%, 15.5%씩 감소했다.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33만원으로, 근로자 월평균 임금인 327만원의 71%에 불과했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도 중요하지만, 이들 역시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한다면 기업부담이 적은 규정부터 점진적으로 적용해나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심각한 저출생 상황을 고려해 18세 이상 여성에게 유해·위험한 업무를 금지하고 태아검진에 필요한 시간 등을 허용하는 모성보호 규정부터 적용을 검토해볼 만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도 당위성은 있으나, 조사기간 동안 피해근로자에게 근무장소 변경 등 조치를 취하기가 영세사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러한 규정들에 대해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준수할 수 있는 대안까지 마련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해고제한 등 규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적용 제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①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②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③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④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가 있어야 하고 사용자가 이를 입증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영세사업장에서 이를 이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노동시장 유연성이 OECD 36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34위다. 해고제한 규정 도입 시 노동시장은 더욱 경직될 우려가 크다.

올해는 근로기준법 제정 70주년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산업구조, 고용형태, 일하는 방식 등이 모두 급격하게 변화해온 만큼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는 불가피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근로기준법이 여전히 공장 시대에 머물러 있다 보니 현장 애로가 심각하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시간 제도다. 현행 ‘1주 12시간 연장근로’라는 획일적·경직적인 규제는 업무 시간과 장소가 다양해진 현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유연화야말로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보다 더욱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

근로자 보호는 필요하다. 하지만 명분만 내세워 서두르면 영세사업장의 경영난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현실을 고려한 신중한 검토를 정부와 국회에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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