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연장근로선택권 강화 필요
근로조건 결정시 개별동의 바람직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대책 시급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얼마나 많이 일하고 있을까?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시간은 2021년 기준 1910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많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장시간 노동 국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근로시간이 226시간 감소해 OECD 평균과의 차이는 364시간에서 194시간으로 줄었다. 주업과 부업을 포함해서 주52시간을 초과한 근로자 비중은 15.1%(2017년)에서 6.2%(2022년)로 감소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사회환경 변화와 더불어 2018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 주52시간제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신규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해졌다. 중소기업의 미충원인원이 7만7000명(2018년 하반기)에서 17만3000명(2022년 하반기)으로 늘었으며, 인력 미충원율은 12.9%(2018년 하반기)에서 16.8%(2022년 하반기)로 증가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급여 감소로 생활비와 자녀 학원비를 벌기 위해 투잡을 뛰는 가장들이 많아졌다.

근로시간제도 개편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주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근로시간 상한선이 낮아지면서 1주 단위의 근로시간 관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근로자 한 사람이 주52시간보다 조금이라도 더 일하게 되면 부득이한 사유가 있더라도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장시간 연속근로에 대한 우려가 많다.

근로시간 제도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 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근로시간 총량 감축과 근로자 건강권 보호라는 원칙 하에 기업의 연장근로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제조업의 50.6%가 하도급 기업이고 이들 기업 매출액의 75.7%를 위탁기업에 의존하는 등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사업주가 근로시간을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기업이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월·분기·반기·연으로 추가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추가 선택지의 주 평균 연장근로 시간을 단위기간에 비례해 감축할 필요가 있다. 일부 제도에 적용하고 있는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규정을 의무화하고, 습관적 연장근로를 막기 위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근로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 근로자 대표의 동의만으로는 진정한 선택권을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업장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근로자가 자기에 맞는 근로조건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연장근로 등 주요 근로조건 결정 시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얻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 연장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과 근로문화 개선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을 투명하게 기록·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포괄임금제는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 상황을 고려했을 때 포괄임금제의 폐지보다는 오남용을 방지하는 형태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해서는 노사 간에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휴가 활성화 등 근로문화 개선을 위해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계와 청년노동자 단체 간에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중소기업 근로자의 휴가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과감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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