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연동제 사각지대 없애야
中企공동행위 담합적용 배제 절실
대기업 기술 전수도 착한 상생해법

최근 노동시장에서 구직자의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업의 구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충원된 인원의 비율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16.8%로 300인 이상 대기업(6.8%)의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기업 쏠림 현상의 원인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근로조건 격차에서 찾을 수 있다. 2021년 중소기업의 월 평균 임금은 351만원으로 대기업(569만원)의 61.7% 수준에 불과하고, 지난해 상반기 대기업 임금 인상률은 중소기업의 2배 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MZ 구직자들이 채용 플랫폼이나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연봉, 복지 등 기업의 정보를 수집·공유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근로조건을 가진 중소기업은 더욱 외면받게 됐다.

전체 중소기업 중 수탁기업이 50.6%를 차지하고 근로자의 47.2%가 수탁기업에 종사하는 상황에서, 대‧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양극화는 수·위탁 구조에 따른 이윤 격차에서 유발되는 부분이 크다. 2021년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이 8.1%로 중소기업(3.9%)의 2배를 웃돈다. 대기업들은 수·위탁거래에 따른 우월적 지위와 협상력을 이용해 중소기업에 비용부담을 전가해왔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 중 0.1%에 불과한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73.5%를 가져가고 99.9% 중소기업들이 나머지 이익 26.5%를 나눠 먹는 기형적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낮은 이익률은 낮은 투자율-낮은 노동생산성-낮은 임금과 낙후된 근로환경-인력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MZ 구직자의 중소기업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윤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우선 이윤 격차의 근본적 원인인 대‧중소기업 간의 교섭력 차이를 좁히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오는 10월 4일부터 시행될 납품단가 연동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비용 전가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제도에 대한 홍보 등을 통해 납품단가 연동제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특히,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을 촘촘히 마련해 수·위탁 기업 간 상호합의 등 납품단가 연동제 적용 예외 조항을 악용한 탈법행위를 차단하고 제도의 사각지대가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를 위한 입법 보완도 절실하다. 현재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돼 있으나,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위한 핵심인 가격 인상 등의 공동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격 인상이나 생산량 조절 등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면 공동행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거래 대상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공동행위를 할 때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적용을 배제하는 입법 보완이 긴요하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 지원도 필요하다.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대기업의 선진화된 생산 노하우를 전수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 같은 프로그램도 좋은 상생 방안이다. 중소 도금업체 동아플레이팅은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노하우를 전수받아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근무환경이 쾌적해짐에 따라 전 직원의 70%가 20~30대일 정도로 젊은 기업으로 변했다. 대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토대로 근무환경을 개선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구직자의 중소기업 기피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은 임금 보전 지원, 외국인력 도입 등 표면적인 해법에 국한돼 있다. 이제부터라도 문제의 본질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이윤 격차라는 근본적 문제 해결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사이의 근로조건 격차를 완화해 나가야 한다.

 

 

 

박모현
중소기업중앙회 제조혁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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