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기업은 나눔으로 이웃과 동행한다

내가 남에게 선(善)을 행할수록 사회는 부드러워진다. 가족 구성원이 운영하는 가업이 ‘세상으로부터 빚지고 있다’는 윤리적 부채감을 가지고 조금이나마 더 나눔을 확산하려는 실천은 성숙한 사회를 만든다. 자신이 혜택을 받는 이상으로 사회에 책임이나 의무를 다하면 따뜻한 사회로 환원돼 그 온기가 점점 확산될 것이다.

올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업호감도를 조사했다. 기업호감지수는 55.9점으로 10년 전 48.6점보다 향상됐다. 세부 항목을 보면 사회공헌 활동이 40.9점에서 53.7점으로 12.8점 향상됐다. 그러나 호감이 가는 요인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국가경제 기여(55.4%), 일자리 창출(29.4%)에 좋은 감정이 쏠리고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 수행은 2.8%에 불과해 아직도 평가가 싸늘하다.

정부, 명문장수기업 37곳 선정

사회적 공헌 지속이 최대 덕목

가족기업 행복경영 확산 기대

2018년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은 우리나라의 세계기부지수가 146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60위라고 밝혔다. 1년 동안 낯선 사람을 도와준 비율, 자선단체에 기부한 경험 비율, 자원봉사시간 등을 종합한 평가점수가 케냐, 미얀마, 나이지리아보다 낮았다. 2021년 GDP 순으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10번째라는 국가 위상을 볼 때 주변을 돌아보는 나눔의 확산이 아쉽다.

사단법인 국민성공시대는 2020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국내외 12인을 선정했다. 성공한 사람들이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다할 때 정당하게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12인에는 시각장애인의 아버지 공병우, 제주도민의 은혜로운 빛 김만덕, 교육자이자 자선가인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심장병 어린이의 아버지 오뚜기 창업자 함태호 등이 있다. 1대 최진립부터 12대 최준에 이르기까지 300년 이상에 걸쳐 조선시대 최고의 부자로 회자되는 경주 ‘최부잣집’은 대대로 내려오는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행동지침 등 육훈(六訓), 즉 여섯 가지 가정규범의 실천으로 명가(名家)가 됐다.

정부는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에 따라 사회적 기여 등을 평가해 2017년부터 지금까지 37개의 명문장수기업을 선정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의 바람직한 롤 모델(role model)을 제시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데 핵심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EY 최우수 기업가상(EY Entrepreneur Of The Year)은 1986년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개최돼 올해로 17년째를 맞이한다. 지난해 가족기업에게 수여하는 패밀리 비즈니스(family business) 부문은 업력 49년의 이동전화기 제조업체 인탑스가 수상했다. 이 회사는 사업 초기부터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경영철학을 지녔다.

명문기업은 공공의 선(善), 즉 공익을 우선하는 기업이다. 삼대(三代)에 걸쳐 성공한 집안이라도 자신의 영광이나 출세에 머물면 명가(名家)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공익을 우선하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나눔과 배려가 우리 사회를 신록(新綠)으로 물들일 것이다. 사회에 기쁨은 더하고 슬픔은 빼고 행복은 곱하고 사랑은 나누는 가족기업 경영자가 늘어날수록 가족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상생의 덕목을 실천하는 방법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우는 자를 붙들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가족기업의 아름다운 동행은 나눔의 일상화에서 나온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기업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한국가족기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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