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된 계약 바꿀땐 동의 필수
필요성 없는 배치전환은 무효
효력 부정땐 원직복귀 시켜야

통상 인사명령을 통해 직원의 직책, 직무가 변경되는 것을 ‘전보(轉補)’, 근무 장소가 변경되는 것을 ‘전근(轉勤)’, 이를 통칭해 ‘배치전환’이라 한다. 배치전환은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며, 사용자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그에 대한 상당한 재량을 가지나, 이러한 재량권 행사에는 일정한 제한이 존재한다.

우선, 사용자가 대상 직원과 체결한 ‘근로계약’에 직무, 직종, 근무 장소가 명시돼 있는 경우(경력직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 이런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이를 변경하는 것은 근로계약조건의 변경이므로 해당 직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근로계약, 취업규칙 내지 단체협약에 배치전환의 절차나 요건이 별도로 규정돼 있다면(예를 들어 조합원 간부의 배치전환 시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요하는 경우), 이를 준수해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배치전환 자체가 사용자의 권리남용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 효력이 부정된다. 대법원은 직무, 근무 장소 변경의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그와 비교할 때 직원이 입는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났는지, 직원 본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쳤는지 등에 따라 인사 재량권 남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직원이 입는 ‘생활상 불이익’은 경제적 불이익뿐만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사회적 불이익도 포함되며, 급여,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 저하 여부 외에 변경되는 부서·업무의 회사 내 위상이나 중요도 차이, 새로운 업무에 대한 적응에 필요한 직원의 노력의 정도, (전근의 경우) 늘어나는 출퇴근 거리 및 추가로 소요되는 시간·비용 또한 고려된다.

실제 노동위원회는 특별한 업무상 필요성 없이 주거지로부터 2.17km(도보와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근무지에서 7.42km(도보와 버스로 44분) 거리에 있는 근무지로 발령한 사안, 병증이 있어 장거리 운전이 어려운 직원을 주거지에서 왕복 3시간 이상 소요되는 110km 떨어진 곳으로 발령한 사안에서 배치전환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다만, 이러한 생활상 불이익과 업무상 필요성의 비교는 가치판단이 필요한 영역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 법원은 주거지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이고 인천지점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를 대전지점으로 발령한 사안에서 원거리 전보임에도 ‘영업력 강화 대책 및 증권 영업의 활성화’라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회사가 이주비 지급, 주택자금 대출, 일정 기간 종전 월급 지급 등을 보조해줬다는 이유로 배치전환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이 회사의 인사권 행사에는 일정한 제한이 존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인사발령의 효력이 부정돼 해당 직원을 원직에 복귀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로서는 직원을 배치 전환하는 경우 일차적으로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 단체협약 규정을 잘 살펴야 하고, 그 업무상 필요에 관한 증빙자료를 잘 구비해 두는 한편, 직원이 입게 될 불이익을 감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도윤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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