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송시 변호사 선택이 승소 핵심

흔히들 ‘미국은 소송의 나라’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법률가들이 고객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금액에는 상한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호사들은 사자(lion)의 몫을 챙기고 희생자들은 빈손으로 끝난다.” 2000년대 초에 미 연방 하원을 이끌었던 데니스 해스터트 의장이 한 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말이다. 오죽했으면 입법을 책임지고 있던 수장이 이런 말을 했을까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다. 소송 결정은 개인이나 기업 스스로가 내릴 수 있지만, 제소자가 있는 곳엔 반드시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법정에 서게 되는 피제소자가 있게 마련이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소송의 어느 편에 서 있든 정신적 고통은 물론 감당하기 힘든 변호사 비용과의 험난한 동행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미국의 소송 과정에서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체크리스트를 두 번의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1. 변호사 수임료

요즘 온 세상이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물가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비도 지난해의 불경기를 떨쳐내며 올해 들어 완만한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듯하다. 전문분야와 지역, 경험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긴 하겠지만 현재 필자와 공동 소송파트너로 사건을 맡아 함께 일하고 있는 한 로펌의 수임료는 소송 파트너(시간당 1000달러 이상), 주니어 파트너/시니어 어소시에이트(700~ 950달러), 어소시에이트(450~650달러) 등으로 정해져 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의뢰인이 대기업인 경우에는 한 사건에 3~5명의 변호사가 투입된다 해도 쉴 틈 없이 날아오는 변호사비 청구서를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겠지만 중소기업일 경우에는 웬만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소송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소송비라는 열차는 쉬지 않고 철로를 달리게 된다. 따라서 독자들에게 꼭 권해 드리고 싶은 말은 계약 협상 초기에 포괄적인 사전 타당성 검토에 들어가는 전문가 비용과 치밀한 계약서 작성에 드는 법률비용을 아끼지 말고 과감히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 과정이 소홀히 처리되면 훗날 몇 배에 달하는 법률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뿐 아니라 분쟁 발생으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수년간 소송에 끌려 다니는 가운데 사업체의 미래가 희생되고 기회 손실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선투자를 과감히 함으로써 사후약방문의 상황을 사전에 제거하자는 얘기다.

2. 중재 대 소송

국제 거래 계약서 작성에 있어서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할 조항 중의 하나는 계약 이행 중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어떻게 매듭짓느냐 하는 분쟁해결 방법에 관한 조항이다. 국제계약의 경우 중재조항이 소송을 대체하는 대안으로 많이 채택되긴 하지만 중재과정도 그리 쉽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배심원단이 아닌 한 명이나 세 명의 중재인에게 중요한 사건의 운명을 맡긴다는 점도 양측에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소송을 선택할 경우, 양측은 심층적인 디스커버리(Discovery, 증거 개시·교환 절차)와 모션 프랙티스(Motion Practice, 주로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 쟁점이나 이슈에 관한 법원의 판결을 요청하는 청원) 과정을 통해 소송의 핵심 이슈에 더욱 근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에 따르는 과다한 법률비용이 발생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소송 관할 지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주로 갑의 입장에 서 있는 측에 소재한 법원을 관할구역으로 정하지만 이 결정은 향후 분쟁 발생시 관할법정 해당 주의 법이 적용된다는 점과 이 지역 배심원들의 정서적 저울이 해당지역에 속해 있는 소송 당사자 편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3. 협상

나름대로 위에 언급된 여러 주의사항을 잘 검토하고 짜임새 있게 사전준비를 마치고 계약을 해도 계약기간 중 예기치 않은 외부적 상황 발생이나 내·외부적 분쟁으로 인해 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되면 변호사에게 가감 없이 본인이 알고 있는 소송과 관련된 주요사실들을 상세히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

변호사와 충분한 시간을 미리 약속 해놓고 이러한 사실들이 법이란 잣대에서 볼 때 어떻게 소송 전반에 적용되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어떤 추가 정보나 자료가 필요한지, 어떤 증인이나 직간접 증거물들이 있거나 더 확보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법률적 차원의 검토를 부탁해야 한다.

소송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최종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시작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신속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따라서 협상은 소송의 시작과정에서부터 본 재판 하루 전까지도 늘 유효한 카드로 인식돼야 한다.

가장 최근에 언론에 널리 보도된 예로 피고인 폭스TV는 명예훼손 소송재판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원고측인 도미니언 회사에게 피해보상액으로 7억8700만달러(한화 약 1조원)를 지급키로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가을이 되면 벼가 고개를 숙이듯 협상카드도 제때에 꺼낼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의 협상에 대한 무관심이나, 상대측으로부터 감지된 협상가능성이나 제의를 의뢰인에게 제때 전달하지 않거나 신호를 놓치는 일, 또는 상대측의 건강·재정상태나 동향파악에 대한 의뢰인의 무관심 등으로 좋은 협상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도 줄줄 아는 열린 마음으로 협상에 임할 때 협상은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 같은 협상의 자세는 형사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변호사는 검찰과의 협상 과정과 상황에 관해 의뢰인에게 정확히, 포괄적으로 설명해 주는 가운데 양형거래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홍균 변호사는 미국 뉴욕에서 지난 25년간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과 관련된 다양한 형사·민사소송을 수행해왔다. 정 변호사는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 검사, 뉴욕 총영사관·KOTRA 자문변호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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