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더스의 손 ‘쑥장군’ 나가신다
김숙진 경영리더, 왕교자로 국내외 매출 대박
‘치맥보다 왕맥’…왕교자, 사철 인기품목 급부상

손흥민·박서준 모델로 삼계탕·갈비탕 정조준
K-푸드 대표하는 한식브랜드 도약 ‘무한도전’

비비고 로고
비비고 로고

쑥장군이 나가신다. 쑥장군은 김숙진 CJ제일제당 비비고 브랜드그룹 경영리더의 별명이다. 김숙진 경영리더는 비비고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 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진 비비고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이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진 냉동혁신팀장이었다. 비비고 브랜드의 마케팅과 생산을 모두 관통한 산증인이다. 2020년 말엔 CJ그룹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했다. 비비고 실적이 쑥장군의 실력을 입증했다. 

CJ제일제당 식품부문의 해외 매출은 2022년 5조1811억원을 돌파했다. 한국 식품기업으로는 처음이다. 식품부문의 해외 매출은 2021년 대비 18.7%나 늘었다. 효자상품은 비비고 만두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비비고 만두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2020년엔 북미시장 점유율 2위였다. 2021년에 1위로 올라서더니 2022년엔 점유율 41.1%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2위는 일본 기업 아지노모토다. 덕분에 비비고 만두는 해외에서만 8200억원 매출을 올렸다. 2021년 대비 59%나 늘어났다. 비비고가 미국 시장을 비벼먹고 있다. 비비고 만두가 전 세계 식탁을 찜쪄먹고 있다. 쑥장군과 비비고팀이 지난 10년 동안 이룩한 성과다. 

 

프리미엄 왕만두로 입소문

원래 비비고는 만두 브랜드도 냉동 간편식 브랜드도 아니었다. 2011년 CJ푸드빌이 선보인 한국 프렌차이즈 레스토랑 브랜드였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나 투썸플레이스처럼 빵이나 커피 프렌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CJ그룹 계열사다. 비비고도 그런 브랜드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비비고 브랜드 출범 1년만에 전략이 전격 수정된다. 한식 프렌차이즈 레스토랑보단 간편식 가공식품 브랜드로 키우는게 맞겠다고 판단한다. 솔직히 한식당은 자영업자들의 영역이다. CJ 같은 대기업이 진출하기 적절한 영역이 아니다. 자영업 한식당의 무수한 맛들과 경쟁하기도 어렵다. 

이때 CJ푸드빌과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브랜드를 공동소유하게 된다. 비비고 신화는 만두나 김치를 국내 대형마트에 납품하면서 시작된다. 

비비고의 성공전략은 왕교자 린치핀이었다. 린치핀은 바퀴의 차축을 고정시키는 장치다. 보통은 외교용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미국 외교의 린치핀이라고 정의했었다. 브랜딩에서 린치핀은 특정 상품을 크게 키워서 브랜드 전체를 견인하는 전략이다. 

비비고의 린치핀은 비비고 왕교자였다. 사실 냉동된 만두를 마트에서 사서 집에서 전자레인지를 돌려 먹는 간편식 만두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었다. 왕만두와 물만두와 군만두와 교자만두까지 다 있었다. 비비고는 여기에 왕교자라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한다. 

왕교자는 ‘왕’이라는 이름을 강조했다. ‘왕’ 크고 ‘왕’ 속차고 ‘왕’ 맛있다는 식이었다. 국내 냉동 만두 시장의 고질적인 약점인 부실한 제품력을 파고든 프리미엄 전략이었다. 

무엇보다 비비고 왕교자는 만두 속 식재료를 깍뚝 썰기를 해서 담았다. 씹을 때 식감이 좋고 원재료 맛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비비고 왕교자는 2013년 12월 출시됐다. 

비비고 왕교자는 출시 4개월만에 국내 냉동만두 시장 1위에 오른다. 그런데 금세 여름이 와버린다. 만두는 원래가 겨울 음식이다. 여름 시장은 전통적인 비수기다. 이때 시작한 게 “왕맥할까” 캠페인이었다. 치킨에 맥주인 치맥처럼 왕교자에 맥주로 왕맥을 페어링했다. 덕분에 비비고 만두는 사시사철 아이템이 됐다. 

비비고는 처음부터 국내가 아니라 해외용 브랜드였다. 비비고라는 이름부터가 비빔밥에 투고를 더한 명칭이다. 한식을 세계화한다는 것이 비비고의 브랜드 비전이다. 사실 만두를 비비고의 린치핀으로 정한 것도 세계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만두는 아시아 전체 식문화에서 가장 교집합이 큰 음식 가운데 하나다. 중국엔 딤섬이 있다. 일본엔 교자가 있다. 한국엔 만두가 있다. 베트남엔 짜조가 있다. 태국엔 뽀삐아가 있다. 여러 나라 식문화가 잡탕인 미국에선 스프링롤이라고 불린다. 특히 미국에선 아시아 만두의 인기가 높다. 만두피 안에 한국식 식재료를 넣으면 그것이 한식 세계화라는게 비비고의 전략이었다. 비비고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히자 마자 미국 공략을 시작한다. 

비비고는 일단 미국 코스트코부터 들어간다. 대용량 대형마트였다. 시작부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선 비비고 왕교자도 인기였지만 치킨앤실란트로 만두가 대박이 난다. 치킨과 고수를 섞은 만두였다. 2019년 미국 로컬라이제이션으로 출시됐고 2023년 현재까지도 판매 1위 제품이다. 결국 비비고는 2020년 만두로만 1조3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만두 단일 품목으로 1조원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국내 매출은 3600억원이었다. 해외 매출은 6700억원이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비비고는 만두 매출을 숨기기 시작한다. 비비고는 만두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 한식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비비고 이전에도 글로벌 한식 브랜드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동원F&B한텐 참치 통조림이 있었다. 하림은 글로벌한 닭고기 브랜드였다. 정작 동원과 하림은 참치와 닭고기에 가려서 다른 식품을 개발하지 못했다. 효자상품이 린치핀이 아니라 바퀴 그 자체가 돼 버렸던 것이다. 

비비고는 56개국에서 100여개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비비고는 56개국에서 100여개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만두의 표준화·효율화 선도

비비고는 만두에 이어 효자상품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이건 쑥장군의 미션이다. 만두를 키웠으니 이젠 만두 못지않은 상품을 키워서 비비고의 균형을 맞춰야만 한다. 광고만 봐도 비비고의 전략을 알 수 있다. 

가수 싸이는 비비고 왕교자의 광고 모델이다. 스포츠 스타 손흥민은 비비고 삼계탕이다. 인기 배우 박서준은 비비고 갈비탕이다. 비비고는 56개국에서 100여개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육개장부터 미역국까지 다종다기하다. 

이때 CJ제일제당은 ‘신의 두 수’를 둔다. 하나는 2019년 설립한 GMTC다. 다른 하나는 역시 2019년 인수한 슈완스다. GMTC는 글로벌 만두 테크놀로지 센터의 약자다. GMTC는 전 세계 만두 생산의 표준화와 효율화를 담당한다. 만두가 효자상품이 되면서 아예 만두 기술원까지 만든 셈이다. 이걸 통해서 만두 품질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슈완스 인수로 CJ제일제당의 해외 생산 기지는 5개에서 단숨에 22개까지 늘어났다. 사실 슈완스 인수 당시만 해도 승자의 저주 논란이 있었다. 인수가격은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하는데다 인수 이후 CJ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이 177%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슈완스 인수로 CJ제일제당 식품부문의 매출은 60% 이상 증가했다. 유통채널이 다변화된 덕분이다. 슈완스를 통해 비비고 만두는 코스트코를 넘어서 월마트까지 진출했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푸드시티 같은 중소형 슈퍼마켓에도 입점했다. 

미국인들의 식탁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비비고 만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한 건 슈완스 인수로 유통 채널이 확대된 덕분도 컸다. 이젠 슈완스 채널로 만두 말고 다른 제품을 팔겠다는게 비비고의 전략이다. 

CJ그룹의 비전은 세계인이 매월 두 번은 한식을 먹게 만든다는 것이다. 비비고의 비전은 K푸드를 대표하는 전세계인의 한식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미국 시장이나 만두 브랜드로 머물러선 이룰 수 없는 원대한 목표다. 이걸 위해 사전 정지 작업도 했다. CJ제일제당이 CJ푸드빌로부터 비비고를 169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美 프로농구팀과 마케팅 협업

김숙진 CJ제일제당 비비고 브랜드그룹 경영리더
김숙진 CJ제일제당 비비고 브랜드그룹 경영리더

CJ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 아래 비비고를 두고 그룹 차원에서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뜻이다. 지난 10년이 비비고의 성장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비비고의 확장기가 되는 셈이다. 여기엔 CJ푸드빌 매각설도 있었다.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를 사모펀드에 팔면서 매각설에 휩싸인 적이 있다. CJ그룹의 유동성 위기 탓이었다. 

결과적으론 뚜레쥬르의 반등으로 매각설은 들어갔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를 단독 소유하면서 비비고 특별대우가 가시화됐다. 빵이나 커피는 글로벌 먹거리를 한국인이 소비하는 셈이다. 반면 비비고는 한국인의 먹거리를 글로벌이 소비하는 것이다. CJ의 방향성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쑥장군과 비비고가 글로벌 콜라보레이션에 적극적인 이유다. 비비고는 미국 NBA LA레이커스의 마케팅 협업을 했다.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비비고 로고가 새겨진 노란색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치킨앤실란트로 만두에는 LA레이커스 유니폼을 닮은 포장지가 씌워졌다. 등넘버 18번은 LA레이커스의 열여덟 번째 우승을 기원하는 숫자였다. 

비비고는 김치와 국물과 죽과 반찬과 생선구이까지 슛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3월 18일부터 19일까지 태국에서 열린 ‘케이콘 2023’은 코로나 이후 열린 대규모 대면 마케팅 행사였다. 여기서도 주인공은 비비고 만두였다. 특히 만두에 이은 탕류의 인기가 높았다. 태국식 똠양꿍에 대적하는 한국식 갈비탕이 본격 출시됐다. 쑥장군과 만두장군에 이어 이젠 탕장군의 시대를 노리고 있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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