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기후테크 간담회
혁신기술 5개분야 대표 참석
낡은 규제 신속폐지 전격 건의

태양광 이격거리 일원화 주문
신기술 실증단지 조성도 강조
정책자금 지원·투자확대 당부

지난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후테크 벤처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지난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후테크 벤처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1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태양광 시설에 대해 주거지역에 한해서 최대 100m 범위 안에서 이격거리를 설정하도록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기준이 들쭉날쭉해서 기후테크 중소벤처기업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라잇루트는 에코테크 기업으로서, 폐이차전지 분리막을 재활용해 섬유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재활용이 어려운 재료를 제품화해서 CES 2022 혁신상, 환경부장관상 등을 수상, 혁신성과 친환경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폐기물 재활용 공장의 인허가 과정에서 민원 우려로 인해 인허가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후테크 분야의 중소벤처기업들이 마주하는 환경규제는 규제 중에서도 가장 해결이 어려운 규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켜야 할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환경규제의 특징인데, 변동도 잦고 지자체 조례들도 제각각이라 규모가 작은 기업들로서는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후테크 벤처·스타트업 간담회를 개최해 기후테크 5개분야의 중소기업 대표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기후테크 육성에 대한 적극적 지원 의지를 밝혔다.

기후테크는 기후와 기술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에 기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혁신기술을 뜻한다. 크게 클린(에너지카본(탄소포집에코(환경푸드(농식품지오(관측, 기후적응)5개 분야로 구분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환경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 사례로 태양광 발전시설의 이격거리를 강조했다.

정윤모 상근부회장은 태양광 발전시설은 이격거리를 고려해 설치하는데, 청송군에서는 1000미터지만 길 건너의 봉화군은 500미터로 규제하고 있다올해 1월 산업부가 100미터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구속력이 없어 조례 개정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지키는 기후테크가 환경규제 때문에 사업 못 한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될 것 같다노후된 규제는 과감히 풀고 지자체 간 규제 편차는 중앙정부가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실제 태양광 시설 이격거리 문제는 부처 간 업무가 겹쳐서 발생하는 문제다. 산업부는 태양광 시설 발전사업 허가를 맡고 국토교통부는 개발행위 허가를 담당하는데, 국무조정실로 업무를 일원화 하는 등 신속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밖에도 이날 현장에서는 기후테크 각 분야의 기업인들의 건의가 이어졌다. 클린테크 분야의 김종규 60Hz 대표는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공공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연구개발과제, 규제 샌드박스와 연계한 공기업-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본테크 분야의 엄세훈 인투코어 대표는 매립장에서 배출되는 폐가스를 플라즈마로 분해해 메탄올로 전환하는 등 신기술 실증을 위한 중소형 매립장 실증단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에코테크 분야의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현재 선별공정을 거쳐 압축된 PET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는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공급 기준을 AI 로봇을 통해 회수된 재활용 제품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이 중요성도 언급됐다.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는 우리나라의 R&D 수행 능력은 뛰어나지만 기후테크 기술이 실증을 마쳤음에도 상업화 적용이 늦춰지고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미국의 IRA처럼 기후 기술을 촉진하는 강력한 정책과 펀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대부분의 기후테크 기업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기술 개발의 리스크 때문에 투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자금 출자 사업에 기후테크 트랙을 신설하는 등의 자금 확충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현장애로를 물어보면 돈 마련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대출과 투자를 통해 사업을 운영하는데 고금리와 투자 위축으로 자금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벤처투자는 지난 2월에 전년동월 대비 75%나 급감한 데다 최근 미국의 SVB 파산으로 투자위축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돈 걱정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심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주무부처 차관들은 현장의 애로 해소를 위해 정기적으로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유망 기업에게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기후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위험하고도 중요한 문제라며 기후테크 분야에 대한 전폭적 투자와 지원을 통해 전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을 한 발짝 앞당기면서 국가의 경제 성장도 함께 이뤄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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