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산업은 제품을 판매하고 배송할 때 사용되는 산업 특성상 제조업 전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대내외 복합경제위기에 중소기업들은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신제품 개발에 의욕을 불태우는 중소기업인이 있으니, 바로 포장산업 전문기업인 샘터의 이철윤 대표다. 그는 중소기업 간의 특허 공유와 이업종 교류를 통해 무한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희망을 담아 성공을 포장하는 박스산업협동조합의 슬로건처럼, 이철윤 대표가 가지고 있는 희망은 무엇이고 어떤 성공을 포장할지 들어봤다.

이철윤 샘터 대표는 박스포장산업에 몸담은 지 40년이 넘었다. 끊임없이 기계를 만들고 개발하던 그는 이제 특허 공유와 이업종 교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철윤 샘터 대표는 박스포장산업에 몸담은 지 40년이 넘었다. 끊임없이 기계를 만들고 개발하던 그는 이제 특허 공유와 이업종 교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일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포장산업 전문기업 샘터 본사에서 만난 이철윤 대표는 대뜸 생산 공장부터 가자고 했다. 각종 박스 포장 생산장비와 목형, 필름들 사이를 지나 이철윤 대표는 사무용 책상 크기의 설비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로 그가 심혈을 기울여 2021년부터 개발 중인 디지털 조판 시스템이었다.

기존의 플로터(Plotter)처럼 인쇄하지 않아도 모니터에 디자인을 띄우고 조판 작업을 할 수 있게 돼, 작업의 효율을 3배 가량 끌어올렸습니다.”

플로터는 대형 출력장치로서 CAD, 도면, 포스터 등을 인쇄할 때 쓰인다. 이철윤 대표는 45도까지 기울일 수 있는 86인치 대형 화면에 인쇄용 조판지를 장착해, 색상별 쪽판 부착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 인쇄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일반적으로 박스를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박스 주문이 들어오면, 전개도를 디자인해 조판지에 조판한다. 이후 조판한 대로 공장에서 박스를 제작한다. 조판은 인쇄하기 위한 판을 짜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조판지가 조금만 틀어져도 디자인한 이미지가 흐트러지기에 큰 손실을 보게 되므로 섬세하게 작업해야 한다.
 

원스톱 주문시스템 구축

이철윤 샘터 대표는 40년 넘게 가까이 박스포장 산업에 종사하면서 잔뼈가 굵었다. 주된 사업은 조판지 제조 후 박스 공장에 납품하고 관련 기기를 판매하는 것이지만, 샘터의 사업 영역을 보면 단순한 포장산업 기업이 아니다. 샘터는 전통기업을 넘어 패키지 소프트웨어, VR제작 등 다른 업종 분야를 넘나드는 혁신적 기업이다.

이철윤 대표는 말했다. “저는 기계를 만지는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1978년부터 박스기계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문에 항상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걸 제품으로 구현하려고 하죠. 이제 안정적인 매출을 좇는 주력 기술만 관리해도 되지만, 아직 박스산업에서 제가 도전하고 노력할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는 1986년에는 폴리에스터 필름으로 만든 조판지를 개발했고, 1988년에 지금 회사의 전신인 샘터문화를 설립했다. 사업 초기에는 박스 기계 제작을 전문으로 했다. 그러다가 2D 기반의 조판 디자인을 고객들이 좀 더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3D화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박스포장산업 40여년 외길인생

디지털 조판시스템 등 혁신 주도

작업 효율 높이고 인쇄품질 향상
 

팩엔몰 구축해 견적·주문 간편화

VR 제작 등 이업종과 교류 활발

중소기업 전문 포털 서비스 제안
 

연구개발자 직무발명활성화 앞장

개발의욕 높이고 특허 공유도 확대

3D 포장기술에 광센서 접목 구슬땀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의 조합원사이기도 한 이철윤 대표는 포장 상자 디자인을 3D기술로 구현해 쉽게 견적을 내고 주문하게 하고자 팩엔몰(Pack-N-Mall)을 만들었다고 했다. 팩엔몰은 패키지 오픈마켓으로 박스포장을 제조·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 온라인 협동화 단지를 구축하고, 고객은 원스톱으로 간편하게 살펴보고 주문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타 업종과 융합이 상생 단초

이철윤 대표는 이업종 교류에 대해서도 관심을 드러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900여개에 달하는데, 그만큼 많은 업종이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업종끼리 저마다 가진 기술들을 교류하면 신선하고 뛰어난 시너지가 나지 않겠어요?”

이업종 교류는 같은 업종이 아닌 다른 여러 업종의 기업들이 함께 모여, 저마다 가지고 있는 기술·노하우·경영 정보 등을 교류하는 상생협력의 활동이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앞으로 다가올 대전환의 시대에 이업종과 교류하고 융합하는 일로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값비싼 비용을 들여서 개발해놓고 안 쓰고 있는 기술과 제품들이 많습니다. 이것들을 놔두면 무용지물일 뿐이지만, 특허같은 산업재산권을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 공유 활동이 활발해지면 서로 이득을 보는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이철윤 대표가 최근 개발 중인 ‘디지털 조판 시스템’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이철윤 대표가 최근 개발 중인 ‘디지털 조판 시스템’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중소기업 산업재산권 실태조사결과에서도 이러한 비용과 활용에 대한 어려움이 묻어나오기도 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산업재산권의 출원 및 심사비용으로 평균 574만원, 유지비용으로 연간 131만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재산권을 취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특허분쟁 예방 기술 보호’(69%)기술 수준 홍보로 판로 개척에 활용’(57.3%)하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 특허를 개발해 판로 개척에 활용하고자 하지만, 개발하고 유지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철윤 대표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방식의 중소기업 전문포털을 서비스해야 한다고 말한다.

“A라는 기업이 가진 특허를 포털에 올려놓는다면 누군가는 효용이 있을 것이에요. 그러면 기업들이 직접 소통해 라이센스 사용을 논의하고 상호 이득을 얻게 되겠죠.”

 

머리 맞대야 혁신모델 창출

하지만 이철윤 대표도 결국 CEO 혼자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꿈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연구개발자들의 직무발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직무발명이란 회사의 직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발명을 일컫는다.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을 통해 연구원들의 개발 의욕을 높이고, 공유할 수 있는 특허를 보다 늘리기 위함이다.

포장은 상품의 얼굴이라는 말처럼 포장산업은 본질적으로 다른 산업의 업황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내수가 활성화되고 수출물량이 많아지면 그에 따른 제품 포장을 위한 박스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수출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이철윤 대표는 열악한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큰 미래를 꿈꾼다.

요즘은 광센서에 매달려 공부 중입니다. 3D와 포장기술과 관련해 접목시킬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남들이 이런 저를 보며 물음표를 달지만, 결국 끈질긴 제품 개발을 향한 노력은 의문들을 느낌표로 바꾸더군요.”

그는 중소기업들이 서로 손잡고 발전하는 미래를 포장하는 모습을 조판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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