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계약시 사전 타당성 검토는 필수… 전문가에게 드는 비용은 ‘가치 투자’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났다. 하원의석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가운데 그나마 상원의 다수당 자리를 간신히 지켜낸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한시적이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형편이다. 43년간 미국생활을 하면서 많은 선거를 지켜봤지만 이번 선거 역시 승자가 되기 위한 치열함과 비장함은 예외가 아니다. 선거는 늘 전쟁일 뿐이다.

그토록 양보 없이 싸우는 양당이지만 대중국 정책과 전략에서 만큼은 국익보전 차원에서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정책 강화로 미 기업들의 리쇼어링(기업들의 해외 생산거점 전부 또는 일부를 모국 본토로 옮기는 행위) 움직임이 서서히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기민한 대응이 필요할 때다.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국방, 공중위생, 정보통신 등 첨단미래산업 분야에서 숨 막히는 경쟁을 뚫고 살아남으려면 이러한 정책들의 글로벌 파장과 역학관계를 신속 정확하게 판단해 앞에 있는 격랑을 잘 뚫고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지난 수년간 필자가 한국 기업들의 미국 비즈니스와 관련해 미국 현장에서 다뤘던 다양한 종류의 케이스들을 이 지면을 통해 10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상장기업 A사의 의료기구 생산판매업체 B사 인수 소송 건

 

글로벌 사업 확장을 꿈꾸던 A사는 수년 전 필자가 이 사건에 관여하기 전에 타주에서 B사를 인수했다. 이럴 경우, 매입자는 인수 전에 반드시 타당성 검토(Due Diligence)’ 과정을 통해 인수대상 회사의 회계·재정 상황, 법률, 세무, 환경, 직원들과의 고용계약서, 기술·특허 및 라이센스 현황 등을 파악하게 된다, 아울러 계류 중인 소송이 있는지, 회사 제품 및 운영과 관련, 정부에서 조사받고 있는 사항이 있는지 등도 세밀히 점검하게 된다.

이 조사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접하기도 하고 때론 매각자가 사전에 밝히지 않았거나 드러내지 않았던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계약서는 보통 타당성 검토가 만족스럽게 매듭지어진다는 전제 조건하에 효력이 발생되므로 계약기간 중 발견된 문제점이 치명적이지만 않으면 매입자는 이런 부분들을 문제 삼아 매입가를 하향 조정한다던가 또는 다른 유리한 조건을 내세울 수도 있다. A사도 물론 변호사와 회계사를 통해 개괄적인 타당성 검토를 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계약이 완료되고 회사를 인수한 지 수개월이 지나면서 A사는 매각자인 B사의 주력제품의 특허와 제품생산 허가에 잠재적인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게 됐다. B사 측에 이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B사가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자 문제의 심각성을 서서히 인지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관계자가 뉴욕을 방문해 필자와 상담하기에 이르렀다.

며칠간의 대화와 서류검토를 통해 내리게 된 잠정적 결론은 A사가 타당성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B사의 주력제품과 연계된 특허와 제품생산 허가여부에 대해 단순히 법률적인 검토의 차원을 넘어 이 제품 관련 전문가를 고용해 관계기관 주무부서와 제품생산 허가여부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B사측에서도 과거 이 제품을 놓고 해당 주무부서와 제품생산 허가문제로 마찰이 있었고 향후에도 문제가 재발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었음을 인지했으면서도 매각 당시 이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로 이 부분을 근거로 B사를 상대로 계약위반, 신의성실 원칙과 공정거래 위반, 사기성 허위 약속(Misrepresentation), 부당이득 취득 등의 법적책임을 들어 소송을 하게 된 것이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B사의 핵심 관계자가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해당업계의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인데, 바로 그런 연유로 A사가 B사의 제품이 주무부서로부터 제품생산 허가를 확실하게 받은 제품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 의심을 소홀히 하게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번 사례는 초기 계약 당시에 사업체 인수 타당성 검토를 치밀하게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돼 현재까지 피고 측과 소송 중에 있다. 강조하건대 국제계약을 할 때는 반드시 상대국의 법과 문화를 잘 파악해야 하며,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과의 치밀하고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 지출하게 되는 사전 타당성 검토와 관련된 전문가 비용은 설사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치가 없는 투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홍균 변호사는 미국 뉴욕에서 지난 25년간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과 관련된 다양한 형사·민사소송을 수행해왔다. 정 변호사는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 검사, 뉴욕 총영사관·KOTRA 자문변호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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