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현_IBK기업은행 부행장·경제연구소장
조봉현_IBK기업은행 부행장·경제연구소장

복합적 경제 위기로 인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생명보험회사 콜옵션 사태로 회사채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부동산PF 불안까지 겹쳐 자금시장 경색이 확산되면서 중소기업의 자금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채권발행보다는 금융권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채권시장 불안으로 대·중견기업의 대규모 자금수요가 은행 대출로 옮겨온다면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기관의 대출 여력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영상황도 녹록지 않다. IBK경제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5%였으나 올해 말에 1.7% 수준으로 하락이 예상된다. 이는 금리상승과 맞물려 한계기업 증가로 이어지며 결국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보수적 대출태도를 가진 금융권은 점차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줄여나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외부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부진한 경영 상황과 자금 경색은 IBK기업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6.7%는 경영 상황이 전년과 같거나 부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해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응답한 비율은 전년 대비 8.3%포인트 높은 23.1%, 유동성 공급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건비 등 자금수요 증가추세

금리 연속상승에 경영 적신호

유동성 공급 대책발등의 불

문제는 증가하는 자금 수요가 생산적인 분야로 이어지기보다는 눈앞에 닥친 문제를 막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자금수요 증가이유(복수응답)로는 구매대금 지급이 80.4%, 인건비 지급 51.3%, 원리금 상환 20.6% 등으로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늘어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수요다. 반면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자금 수요는 9.0%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금융환경의 구조적인 문제도 얽혀있다. 국내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에 의한 간접금융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작년에 신규 자금을 은행에서 조달한 중소기업은 58.4%에 달한다. 바꿔 말하면 이는 금리상승에 취약한 구조다. 은행 대출 시 불편사항으로 높은 금리 수준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5.6%에 달하는 만큼 이자 비용은 민감한 이슈다.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냥 빌릴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기를 맞아 대출금리 인하를 건의하는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있으며, 대출한도 확대, 대출조건 완화뿐만 아니라 수출기업 지원, 환율 관련 지원책도 확대되기를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도 경제는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도산하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와 경영 위기에 봉착할 중소기업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경영 정상화 및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이 강구돼야할 것이다. 정부가 50조원+α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신속히 발표하고, 은행권의 노력들이 속도감을 내고 있어 시장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는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 악화가 금융시장 위기로 전이되면 중소기업의 돈맥경화는 급격히 심화될 수가 있다.

따라서 일시적 어려움으로 돈맥경화에 빠지는 중소기업이 없도록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자금이 막힘없이 원활하게 흘러 갈 수 있도록 면밀한 대책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잘돼야 우리 경제가 위기 극복을 넘어 다시 도약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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