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한국산업표준), KC(국가인증 통합마크),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증마크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지 않은 비용과 오랜 시간 끝에 얻을 수 있는 산물로, 안전하고 질 좋은 제품임을 알리고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취득한다. 나아가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기업에 인증을 강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인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높은 비용, 중복·과다인증 등의 애로를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중소제조업 인증제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평균 6.2개월이 소요되고, 긴 인증기간으로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도 7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이 인증을 취득하는데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평균 최소 100만원에서 500만원이고, 2000만원 이상인 경우도 응답자의 25%로 인증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이 응답자의 80%에 달한다.

하나의 제품에 복수의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다수 인증도 큰 부담이다. 다수인증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4곳 중 3곳에 달한다. 실제로 LED조명을 판매하기 위한 인증은 무려 7개로, 3개의 의무인증(KC 전기안전인증, KC 전자파적합인증, 에너지효율등급표시제)4개의 임의인증(KS인증, 고효율인증, 환경표지인증, 녹색인증)을 필요로 해 인증의 중복·유사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다행히 새 정부가 기업의 인증 부담 애로에 공감하고, 지속적인 개선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점은 중소기업계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 9월 산업부는 인증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KS인증, 녹색인증, 고효율인증 등의 인증 유효기간을 3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인증수수료 비용 감면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업이 정부의 개선의지를 체감하고 인증이 본래의 목적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유사·중복 인증의 통폐합 등 복잡한 인증제도를 단순화하는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품질을 대표하는 KS인증에 고효율인증, 녹색인증 등을 포함시키고, 안전을 대표하는 KC인증에 전자파안전인증을 통합시키자는 중소기업계의 제안이 대표적이다.

신제품이 출시된 초기시장에서는 품질과 안전을 강제할 수 있는 인증이 필수적이나, 제품의 수준이 고도화된 이후에는 기존 인증의 필요성과 존폐 여부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품질 확보를 위해 생겨난 인증이라면 그 인증을 통한 정책목적이 달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인증절차의 디지털화도 신속하게 이뤄져야할 과제다. 기 제출한 정보와 문서의 디지털화를 통해 인증 갱신업무 부담을 경감하고, 갱신과 유효기간 자동알림 기능 등을 제공해 기업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인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인증은 노후화되고 있다. LED조명에 대한 고효율인증과 같이 정책목적을 달성한 인증마저 폐지되지 않은 채 새로운 인증이 도입되면서 중복·유사인증에 대한 기업의 피로도는 깊어지고 소비자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인증이 아닌 날개를 달아주는 인증이 되도록 민관이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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