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현지 시각) 독일 폭스바겐그룹 이사회는 온라인 성명을 발표했다. 9월 말에서 10월 초에 폭스바겐 그룹 계열사인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포르쉐 AG)의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가 연내 상장을 마무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폭스바겐은 이번에 공모하는 포르쉐 우선주의 희망 공모가 범위를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인 주당 76.5082.50유로(106600114900)로 제시했다. 포르쉐는 이번 IPO를 통해 최대 780억달러(108조원)의 기업가치로 94억달러(13조원)의 자금을 공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여기에 포르쉐 보통주 구주의 약 25%도 우선주 가격에 7%의 프리미엄을 붙여 그룹 지주회사인 포르쉐 SE’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폭스바겐은 공모와 구주 매각을 합해 최대 195억유로(27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의 절반 가까운 95억유로(133000억원)는 주주들에게 특별배당 형태로 환원하고 나머지 100억유로(14조원)는 전기차 전환과 배터리 사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그룹 오너 가문인 포르쉐·피에히 가문은 이번 포르쉐 구주 매각에 따라 포르쉐 SE를 통해 포르쉐 보통주의 25%보다 한 주 많은 지분을 확보한다. 그 결과 포르쉐 주주총회·이사회에서 동의하지 않는 안건의 의결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번 IPO가 오너 가문의 폭스바겐·포르쉐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소수 투자자에 집중된 우선주 매각 방식으로 인한 주식 유통 물량 제한 우려도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13조원 공모, 사업확대 기대

소식 발표 후 40~50% 급상승

전문가들 신중한 투자 필요

독일에서 날아온 이 뉴스는 국내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르쉐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포르쉐 관련주로 꼽히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은 코리아에프티다. 이 회사는 포르쉐에 카본 캐니스터를 공급하고 있다. 카본 캐니스터는 연료탱크 내에 발생하는 증발 가스를 활성탄으로 흡착해 엔진이 작동할 때 연소시킨다. , 대기오염을 방지하는 부품이다. 코리아에프티 주가는 포르쉐 상장 소식에 크게 반응했다. IPO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95일 종가는 2660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급등해 920일에는 3955원까지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9거래일 동안 5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엔진·변속기·전기차 부품을 만드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정밀 금속주조) 전문업체 삼기 역시 포르쉐 상장에 주가가 빠르게 반응했다. 포르쉐를 비롯해 현대기아차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엔진 실린더 블록과 변속기의 핵심 부품인 밸브보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외장 부품 엔드플레이트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 주식은 953230원으로 마감했지만 920일에는 4520원까지 상승해 상승률이 40%에 달했다.

인팩과 성호전자도 포르쉐 관련주로 언급되고 있다. 인팩은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에 들어가는 전자제어 서스펜션 시스템의 공기 제어 밸브를 공급한다. 성호전자는 전기차용 필름콘덴서의 부품인 증착 필름을 제작해 포르쉐에 납품하고 있다. 필름콘덴서는 필요한 경우에만 전기를 방출해 전자제품의 원활한 작동에 도움을 주는 부품이다.

포르쉐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는 이유는 뭘까. 포르쉐가 IPO를 한 후 확보한 자금을 가지고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르쉐가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자연스럽게 부품 공급계약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포르쉐가 IPO를 한다고 해도 부품 공급 기업들의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테마주로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가치의 변화가 없는 만큼 주가가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 연동된 만큼 이러한 이슈에는 냉철하게 접근하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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