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독서의 계절가을이 왔다. 책이 빼곡히 진열된 높은 서가를 뒤에 두고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낭만스럽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덕분에 도서관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을 뛰어넘어 새롭게 단장을 마친 지역 도서관이 인기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근사한 공간 제공까지, 가을 수확물처럼 알차고 이채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도서관을 찾아 가보자.

김근태기념도서관( 서울 도봉구 도봉산길 14 )

김근태기념도서관
김근태기념도서관

서울시 도봉구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김근태기념도서관은 위치부터 생김새까지 보통의 도서관과는 다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도봉구 최초의 민주주의 라키비움이라는 타이틀부터가 남다르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 + 기록관(Archives) +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도서관과 기록관, 그리고 박물관의 세 가지 기능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실제로 김근태기념도서관에서는 김근태 의원의 민주주의 가치관과 이를 토대로 한 평화, 인권, 정치, 경제와 같은 이야기를 도서, 기록, 전시, 공연, 체험, 교육문화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먼저 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열람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각곳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김근태기념도서관의 메인 열람실은 민주주의와 인권 특화 도서관답게 사회·인문 분야 장서들이 주를 이룬다. 독특한 도서분류명도 눈에 띈다. ‘대화할 수 있는 용기’‘민주주의 꿈’‘평화가 밥이다’ ‘희망은 힘이 세다등의 명칭은 각각 총류, 사회과학, 언어, 문학 분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김근태 의원의 민주적 가치를 담은 어록들을 도서분류명으로 활용했다.

김근태 의원과 민주주의 관련 도서를 따로 모아둔 근태생각곳이라는 주제 전문 서가도 존재한다. 이곳은 사전 예약 후 열람이 가능하다. 어린이를 위한 책과 교육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민주주의 놀이터역시 열람실 중 하나다.

민주주의 및 인권 관련 전시가 이어지는 전시실 개념의 기억곳역시 김근태기념도서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이다. 작년 12월 개관일부터 지난 18일까지 2번의 기획전시가 열렸으며 상설전시로 김근태 의원이 걸어온 길과 관련된 자료들부터 대학시절 노트, 옥중편지 등 인간 김근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펼쳐지고 있다.

이밖에도 공연 및 강연이 가능해 시민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강당 공간 마루와 동아리·서포터즈·메이커 스페이스 등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인 상상곳’, 북한산이 한눈에 담기는 옥외 정원 산바람길등이 있다. 특히 도서관 건물 4층의 옥외 공간 산바람길에서는 가을을 품은 북한산을 감상하며 복잡한 머리와 마음을 정돈하기에 손색없다.

손기정문화도서관( 서울 중구 손기정로 101-3)

손기정문화도서관
손기정문화도서관

붉은 벽돌의 고풍스러운 외관이 마치 시간을 멈춰 세운 듯한 손기정문화도서관은 가을을 닮았다. 긴 여름이 끝나고 언제 찾아왔는지도 모를 가을처럼 1999년 서울시 중구 중림동 손기정기념공원 한편에 조용히 문을 열었다. 비록 작은 규모였지만 지난 22년간 지역주민의 지식 서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다 최근 중림동 일대 아파트 신축으로 인구수가 급증하고 이와 함께 서울로 7017 조성에 따라 방문객이 증가하자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구는 22년 만에 작은 도서관이었던 이곳을 기존 약 3배 규모로 확장하기에 이르렀고 지난해 11, 손기정문화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새 단장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공간 구성이다. 곳곳에 조성된 이색적인 테마 공간에서는 독특한 문화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1물의 정원과 이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 프롬나드. 프롬나드와 통유리 창을 맞댄 열람실에서는 물의 정원을 바라보며 독서를 할 수 있다. 성큼 다가온 가을 정취에 사색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곡선형 서가로 공간을 분리해 멋스러운 분위기와 공간 활용도를 동시에 챙긴 2층 자료실은 좀 더 흥미롭다. 책장으로 분리한 공간을 캠핑·오래된 서점·편안한 거실 등을 콘셉트로 꾸몄다.

고아한 모양새의 샹들리에, 라탄 방석과 흔들의자, 나무장작 등 각 공간의 콘셉트를 살리는 가구와 소품이 다른 도서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각의 개성으로 무장한 2층 자료실에서는 도서는 물론 옆 사람과 도란도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책장 넘기는 소리마저 내기 조심스러웠던 도서관에 생기가 느껴지자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었다.

공간만큼이나 다채로워진 문화 프로그램은 덤이다. 9월달에는 나를 표현하는 에세이를 써보는 나를 위한 글쓰기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전문학의 글귀를 전시하고 필사해 공유하는 인상깊은 한 구절’, 독서의 달을 맞이해 사서가 추천한 책을 랜덤으로 빌려보는 블라인드 북 대출’, 9월 대출 내역을 인증한 방문객에게 제공하는 ‘DIY 라탄 책갈피 키트등의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양천공원 책쉼터(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111)

양천공원 책쉼터
양천공원 책쉼터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의 양천공원에 들어서면 키 큰 감나무와 아름드리 느티나무 사이로 나지막이 자리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양천공원 책쉼터다. 공원에 먼저 자리잡고 있던 나무에 둘러싸여 둥글게 휘어진 모양새를 한 양천공원 책쉼터는 한눈에 봐도 자연에 안긴 자연친화적 도서관이다.

자그마한 규모에 그저 동네 작은 도서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보면 대단한 이력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20201117일 처음 선보인 양천구청 책쉼터는 개관 이듬해인 2021년 가을 국토교통부 주관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에서 대상을, 서울시건축상 우수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건축적인 면모를 인정받은 바 있다.

기존의 수목과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조화를 이루는 둥근 선형의 건물은 자연의 품만큼이나 아늑하다. 도서관의 중심인 계단식 좌석공간 전면을 통유리 폴딩도어로 설계해 자연 채광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이 계단에 앉아 책을 읽으면 마치 야외 정원에 나와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지형의 높이차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조성한 내부공간은 자칫 정적일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리듬감과 활기를 더한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도 알차다.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즐길 수 있는 어린이 도서는 물론 환경 및 생태, 소설, 육아, 여행, 인문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진열돼 있다. 신간 구비 역시 적극적이다. 사계절 색다른 얼굴로 치장하는 양천공원의 풍경처럼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책쉼터가 위치한 양천공원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어린이 생태탐험부터 풀과 나무, 꽃들을 세밀히 살펴보고 그림으로 그려보는 자연 그림교실, 전통공예 체험 및 노르딕워킹 등 아이들은 물론 온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무성하다.

한편, ‘책쉼터는 서울시에서 주체하는 문화사업 중 하나로,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재충전하고 소통과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서울시는 공원 내 책쉼터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올해 응봉근린공원, 둘리쌍문근린공원, 천왕근린공원, 용마산근린공원에 책쉼터가 문을 열었고 가을이 끝나갈 무렵인 오는 11월에는 오동근린공원과 봉제산근린공원에 새로운 책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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