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23일 별세한 장성락 작가는 유명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K웹툰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20183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를 시작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 태국과 미국까지 초토화시켰다.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142억 뷰를 기록했다. 사실상 나 혼자만 레벨업신드롬이었다.

 

웹툰은 만화 아닌 사회적 현상

나 혼자만 레벨업은 나 혼자만 레벨업한 게 아니었다. 나 혼자만 레벨업덕분에 네이버웹툰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카카오페이지도 레벨업에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콘텐츠 플랫폼의 성패는 결국 콘텐츠에 달려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다.

콘텐츠 소비자는 플랫폼에 충성하지 않는다. 콘텐츠에 충성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려고 넷플릭스에 가입한다. 아이언맨을 보려고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한다.

장성락 작가는 나 혼자만 레벨업의 레벨을 국가권력급까지 끌어올렸다. 국가권력급은 나 혼자만 레벨업세계관 속에서 최강자 레벨을 뜻한다. 덕분에 흥행성과 작품성을 둘 다 잡은 건 물론이고 웹툰 산업의 지형도까지 바꿔놓았다.

나 혼자만 레벨업같은 작품이 등장하면 흥행시장은 당연히 유사 작품을 내놓게 돼 있다. 대중적 흥행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가장 안전한 길은 성공한 작품을 모방하는 것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성공하자 유사한 세계관의 작품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인공은 성진우다. 최하위 E급 헌터였다. 헌터의 등급은 E급부터 S급까지 여러 단계로 나눠져 있다. 여기에 등급이라기보단 권위에 가까운 국가권력급까지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 헌터는 마수를 사냥하는 사람들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MMORPG) 게임을 현실로 옮겨놓은 것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바꿔 말하면 게임 세계관을 현실 세계관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의 대성공 이후 등장한 무슨무슨 레벨업 제목의 웹툰들은 대부분 이렇게 게임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 웹툰 소비자들이 게임 소비자와 교집합이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현실 세계를 모방해서 탄생한 게임의 규칙이 거꾸로 현실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여러 가지로 이제 웹툰은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 산업이자 현상이 됐다.

정작 문제가 있다. 어떤 웹툰이 흥행할지 트렌드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과 닮은 유사 레벨업 작품들이 판을 치게 되는 이유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면 현재를 모방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반 웹툰 제작사 오늘의 웹툰은 바로 웹툰 시장의 흥행 예측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다. 오늘의 웹툰은 최근 21억원 규모의 시리즈A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사는 캡스톤파트너스와 라구나인베스트먼트와 크릿벤처스 등이다.

기존 프리 투자자였던 베이스인베스트먼트도 추가로 투자했다. 기존 투자자가 추가 투자를 한다는 건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특히 시리즈A 투자사들 목록에서 주목할만한 투자사는 크릿벤처스다.

크릿벤처스는 최근 콘텐츠 기업에 투자하는 메인 VC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콘텐츠 기업에만 276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크릿벤처스가 투자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 차트메트릭이다. 차트메트릭은 전세계 200만 뮤직 아티스트의 음악과 공연 활동을 총정리해서 한 눈에 보여주는 대시보드 서비스다.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인 스타트업 창업자 가운데 하나다. 차트메트릭은 흥행 산업인 음악 산업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로 예측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B2B 기업이다. 특정 아티스트의 인기도를 보여주는 무수한 데이터들을 모아서 직관적으로 분석하고 흥행성을 전망하는 것이다.

크릿벤처스가 투자한 오늘의 웹툰도 차트메트릭과 여러 가지로 일맥상통한다. 인공지능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보통은 포착하기 어려운 트렌드를 찾아냈다는 점도 닮았다. 차트메트릭이 음반사와 아티스트들을 고객으로 하는 B2B서비스인 것처럼 오늘의 웹툰 역시 웹툰 기획사나 작가들을 대상으로 웹툰의 인기 추세를 보여주는 직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B2B 서비스다.

 

독자반응 실시간 수치화

무엇보다 오늘의 웹툰은 웹툰이 디지털 분석이 가능한 장르라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만화방 대여소 만화와 달리 웹툰은 독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수치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독자들이 어떤 장르의 작품을 선호하는지부터 한 에피소드를 보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을 쓰는지 어떤 댓글을 달고 어느 컷 장면에서 오래 머무는지를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웹 더하기 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오늘의 웹툰은 자체 개발한 웹툰 애널리틱스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웹툰의 가치를 정량적인 데이터로 측정해서 웹툰의 생산성과 흥행성을 높이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웹툰은 초반 여러 편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독자들의 관심도와 충성도를 이끌어낸다. 이때 웹툰 애널리틱스는 무료 단계에서 독자의 반응을 분석해서 향후 작품의 흥행 여부나 바람직한 전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AI·빅데이터로 웹툰 흥행성 전망

웹툰 블록버스터화 타고 성장 나래


핵심 VC 크린벤처스 투자도 유치

딥러닝 접목해 웹툰의 내일 대전환

오늘의 웹툰은 자체적으로 작품을 발굴하거나 투자도 한다. 웹툰 애널리틱스를 통해 컨설팅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프로듀싱도 하는 셈이다. 웹툰 애널리틱스의 분석력을 직접 작품 전개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웹툰 시장은 오늘의 웹툰 같은 분석 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있다. 더 이상 소규모 아티스트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점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장을 닮아가고 있다. 여기엔 별세한 장성락 작가의 영향이 컸다.

오늘의 웹툰에서 자체 개발한 웹툰 애널리틱스 솔루션은 웹툰의 가치를 정량적인 데이터로 측정해 제공한다.
오늘의 웹툰에서 자체 개발한 웹툰 애널리틱스 솔루션은 웹툰의 가치를 정량적인 데이터로 측정해 제공한다.

나 혼자만 레벨업3년 동안 연재하면서 끊임없이 한계를 넘었던 작품이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전무후무한 대박 작품이면서 동시에 전무후무한 블록버스터 작품이었다. 장성락 작가는 매주 평균 70컷에서 80컷을 오가는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했다. 매주 60컷만 그려도 웹툰 업계에선 높은 노동 강도라고 평가 된다.

장성락 작가의 경우 나 혼자만 레벨업127화에선 무려 99컷을 그렸다. 이 정도 컷을 소화하려면 분업화가 필수다. 인물과 배경을 나눠 그리고 채색도 따로 한다. 기업화되고 산업화될 수밖에 없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성공하면서 웹툰의 블록버스터화는 가속화됐다. 한번 눈높이가 높아진 독자들은 늘 레벨업을 원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유사 작품들이 국가원수급이 되지 못한 건 스토리라인을 모방했기 때문도 있지만 나 혼자만 레벨업의 블록버스터급 완성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그만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작품이었다.

게다가 나 혼자만 레벨업은 전무후무한 글로벌 흥행을 기록했다. 문화와 언어는 달라도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액션과 스토리는 통했다. 지금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글로벌 웹툰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인수했다. 네이버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다.

당연히 나 혼자만 레벨업처럼 국경을 초월한 흥행작이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이건 오늘의 웹툰의 웹툰 애널리틱스 같은 정량적 예측 시스템이 더욱더 필요해진다는 뜻이다. 웹툰의 블록버스터화는 오늘의 웹툰한텐 기회다. 내일의 흥행을 위해서다.

오늘의 웹툰과 크릿벤처스 같은 스타트업과 VC의 등장은 이제까진 감에 의존한다고 알려져 있는 흥행 콘텐츠 산업이 빅데이터 기술과 만나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며 이제까진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인식됐던 숙제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흥행 산업의 규칙까지도 바꿔놓고 있다. 오늘의 웹툰은 웹툰 애널리틱스에 합성곱신경망과 생성적대신경망 같은 고도화된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웹툰 콘텐츠 회사이기 이전에 인공지능 딥러닝 회사인 것이다. 이미 행복을 만드는 법과 같은 신작 웹툰에 딥러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웹툰의 레벨을 바꿨다. 오늘의 웹툰은 웹툰의 내일을 바꾼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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