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움직임에 소상공인 강력 반발]
공정위-산업부 규제 완화 검토
‘현실 도외시한 처사’비판 빗발

소상공인 생존과 직결된 문제
여론보다 당사자 입장이 중요

대기업 중심 규제 개선 편중에
中企 “우리는 딴 나라 국민인가”

골목상권 소상공인은 말 그대로 ()중고입니다. 코로나, 곡물가격 급등에 고금리,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장사가 망하기 직전인데,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규제까지 완화하면 정말 다 죽으라는 건가요?”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소상공인업계가 극심한 반발에 나서고 있다. 소상공인 협·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 완화 검토에 들어가면서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19일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가뜩이나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문제로 중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유통 대기업의 사업 범위가 확장된다면 골목상권은 또다시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2013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월 2회 의무휴업일과 신규 출점 제한 등의 내용이 담긴 이유는 유통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유통 대기업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과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명분을 내세워 의무휴업일이 도입된 취지를 무시하는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 달라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노력에 찬물

앞서 지난 11일에는 소상공인연합회도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낸 바 있다. 현재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차례 있는 의무휴업일에는 점포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주문 배송을 할 수 없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매장 영업 및 배달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는 전통시장,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차원에서 이뤄졌다.

소상공인연합회 측도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소상공인의 체급 차이가 비교 불가인데 무차별적으로 공정경쟁을 종용하는 건 업계 현실을 외면한 처사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완화하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잡혔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최근 전통시장에서도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면 배송해주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규제 완화는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정부는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추진 결정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교묘한 수단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난 20일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톱10’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포함한 10개의 찬반 의제를 올리고 오는 31일까지 온라인 국민투표를 거쳐 상위 3개 우수 제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계는 온라인 국민투표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을 확인하고 합의점을 찾겠다는 방향성은 알겠지만 과연 대형마트 휴무일 폐지를 의제로 올리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라며 대형마트 휴무일 영업규제 존속은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직결된 만큼 정부와 국회가 일반 국민의 목소리 보다 소상공인의 입장을 충분히 검토하고 우선시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영등포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요즘처럼 경제환경이 혼란스러울 때 정부가 각계각층의 어려움을 살피고 세심히 도와야 하는데 국민투표처럼 다수결의 원칙으로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하면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냐국민투표에 올린 해당 안건 제목도 휴무일 존속유무를 묻는 게 아니라 폐지를 기정 사실화하는 듯이 폐지를 해야 하냐 마냐라고 질문하는 의도 자체가 불순하다고 강하게 직격했다.

 

폐지 시 천문학적 손실 뻔해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기업정책에 있어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 중소기업계를 외면하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대형마트 휴무일 존속에 대한 국민투표 제안을 발표하자 증권가에선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관련 기업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에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이와 관련한 긍정적인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의무휴업이 폐지될 경우 연간 9600억원의 매출 증가가 있다고 전망했다.

송파구에서 중소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B씨는 대통령실의 국민투표 제안이 발표되자마자 대기업의 매출효과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대기업이 천문학적인 매출이 증가한다는 건 그에 준하는 매출만큼 소상공인업계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소기업계는 윤석열 정부의 최소 규제 기조를 통한 기업·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환영을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정부 정책과 시장의 독과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제외하면서 대기업의 시장진출 허용했다. 사실상 대기업 규제 완화의 포문을 연 조치였다.

문제는 이번 대형마트 의무휴업 이슈와 마찬가지로 중고차의 생계형 적합업종 제외는 영세한 중소기업의 보호장치를 한순간에 깨트려버리는 대기업 편향정책이란 점이다.

최소한의 규제가 일시에 잠금 해제가 되면 중소기업은 참혹한 대기업 독과점 시장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기업 주도 성장 기조는 대기업의 성장과 지원에 무게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공정위를 비롯해 경제 관련 부처 모두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그들만을 위한 규제 개선에 앞장을 서는데, 골목상권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은 딴 나라 국민이냐고 질타했다.

한편 대형마트는 2020년 기준 전국에 384, 기업형슈퍼마켓(SSM)1103개에 달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