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입술에 붙은 밥알마저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기운이 빠지고 소뿔도 녹아 꼬부라질 정도의 무더위가 본격 시작됨을 알리는 날이다. 올해 첫 복날이 가까워오자 더위에 지친 와중에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다. ‘보양식이다. 복날의 상징과도 같이 느껴질 정도로 보편적인 문화가 된 복날 보양식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복날은 중국 진·한에서 유래해 우리나라에까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복날은 음력 6월과 7월 사이로 각 10일의 간격을 두고 세 번 찾아온다.

올 초복은 716일로 중복은 726, 말복은 815일이다. 이 세 번의 복날을 삼복(三伏)이라고 하며, 초복부터 말복까지 장장 20일 동안의 삼복 기간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로 꼽힌다. 몹시 더운 날씨를 뜻하는 삼복더위라는 말도 여기에 뿌리를 둔다.

 

16일부터 열흘 간격 삼복 시작

복날=몸 보신이라는 공식 또한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 비롯됐다. 긴긴 더위를 이겨내고 건강을 지키고자 우리 조상들은 복날이면 특별한 음식을 해먹었다. 조선시대 때는 삼복 기간에 궁중에서 신하들에게 얼음을 하사하기도 했으며, 더위로 저하된 식욕과 원기를 보충하기 위해 육류 중심의 영양가 높은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당시 양반들은 제철 민어탕을 주로 해먹었지만, 서민의 경우 귀한 민어 대신 개고기를 넣어 끓인 개장국을 먹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17세기 중기 문인 유만공(柳晩恭)은 서울 풍속을 적은 시집 세시풍요(歲時風謠·1843)’를 통해 참외 쟁반에다가 맑은 얼음을 수정같이 쪼개 놓으니, 냉연한 한 기운이 삼복을 제어한다. 푸줏간에는 염소와 양 잡는 것을 보지 못하겠고, 집집마다 죄 없는, 뛰는 개만 삶아 먹는다.”고 했다. 복날에 개장국을 특히 많이 먹은 것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몸 보신을 위해 먹는 탕이라는 뜻의 보신탕이라는 용어가 개장국으로 특정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복날 각 지방에서는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으로 놀러가는 풍습도 있었다. 일례로 서울에서는 삼청동 성조우물물을 마시고 계곡물에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여름 휴가 성수기 시즌이 7월 보름 경부터 8월 보름까지인 걸 보면, 현대의 여름 피서 문화도 삼복과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

 

탄소배출저감, 채식으로 전환

다시 보양식 이야기로 돌아와서, 복날 보양식을 먹는 풍습 역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집집마다 뛰는 개를 잡는 게 아니라 삼계탕집이며 치킨집이며, 닭 요리를 하는 가게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선다는 것이다.

삼계탕은 닭국과 백숙에서 진화한 음식이다. 1960년대 이후 인삼의 보양성이 강조되면서 삼계탕이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던 1980년대 이후부터는 복날 보양식으로 먹는 일이 많아졌고, 각종 약재와 전복 등의 고급재료를 곁들인 삼계탕 메뉴들이 등장하며 오늘날 대표적인 복날 보양식이 됐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00년대 부터는 취향에 따라 치킨 및 초계국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 닭요리를 먹는 복날 문화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근래들어 이마저도 변화하고 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채식 보양식이 유행하고 있는 것. 파고 들자면 무수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두 개의 축은 육식 위주 식단으로 인한 영양분 과잉 섭취 문제와 환경 오염 문제다.

무더위 극복할 삼복요리 관심

대표음식 삼계탕 여전히 위세

약재 곁들인 프리미엄선봬


핫한 비건식 보양요리 급부상

친환경 트렌드 타고 인기몰이

오이초밥도 여름철 입맛 효자

고기로부터 얻는 지방과 단백질 섭취량이 현저히 낮았던 과거 사회에서는 복날 한번씩 먹는 육식 보양식이 매우 중요했다. 곡물과 채소 위주의 식단만으로는 충분한 면역력을 얻기 힘들었기 때문에 복날에 흔히 먹을 수 없는 고기를 먹는 것이 특별한 이벤트였을 터. 그러나 현대인의 영양 섭취 양상은 과거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우리는 에너지 소모량에 비해 너무 많은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사실이다. 되려 곡물이나 채소로부터 얻는 영양소를 영양제로 대체하고, 지나친 육류 섭취로 인한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질병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 이슈가 된 데에 이어 사육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시키는 고기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친환경적 인식까지 더해지며, 복날 보양식 트렌드도 점차 채식 위주의 구성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비건 버전 삼계탕 화제

그렇다면 고기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보양식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스님들이 즐겨 먹는다는 채개장을 추천한다. 채소로만 끓여냈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채개장은 우리가 아는 그 육개장의 비건식 버전이다. 고기 대신 버섯과 각종 채소, 마른 나물을 듬뿍 넣고 끓여 개운하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칼로리는 낮고 섬유질이 풍부해 움직임이 적은 현대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메뉴이기도 하다.

SNS와 동영상 재생 플랫폼에서 비건 버전 삼계탕이라고 불리며 화제가 된 메뉴도 있다. 노루궁뎅이버섯 보양탕이다. 실제로 비건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개발한 메뉴인데, 2년 전 팝업스토어를 통해 한시적으로 선보였음에도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한 채식 보양 요리다.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삼계탕에 닭 대신 노루궁뎅이버섯을 넣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뽀얀 자태에 폭신폭신한 식감이 닭고기 못지 않게 부드러운 노루궁뎅이버섯에는 식이섬유를 비롯한 베타글루칸, 나이신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면역기능을 향상시키고 만성 장염 등의 소화계 질병에도 효과적이다. 풍부한 영양분과 맛을 지녔음에도 가격은 두 개 들이 한팩에 5000원 정도로 매우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한다.

이밖에도 고단백 식품인 들깨를 활용한 들깨버섯탕, 몸의 열기를 낮춰주는 오이로 만든 오이 초밥 등도 여름철 입맛을 돋구고 원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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