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알고 마시면 더욱 상큼한 목넘김

바야흐로 맥주의 계절, 여름이 시작됐다.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마저도 온몸이 짜릿해지는 맥주 한 모금이 실로 절실한 계절이다. 이럴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맥주가 바로 라거다. 황금빛에 톡 쏘는 탄산감이 특징인 라거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맥주의 종류다. 헌데 사실 맥주의 처음은 수제 맥주로 통하는 에일이었다. 상온에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저온에서 발효해야 하는 라거보다 훨씬 긴 역사를 자랑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기에 피라미드를 짓던 노동자들이 물 대신 마셨다고 하니 인류가 맥주와 함께 한 시간은 예상 외로 어마어마하다. 길고 긴 역사에 걸맞게 종류도, 마시는 방법도 다양한 것이 바로 맥주다. 소주 못지 않게 친숙한 술이지만 어쩌면 와인보다도 잘 몰랐던, 알고 마시면 더욱 환상적인 맥주의 세계가 궁금하다.

 

맥주 원료와 발효방식에 따른 분류

기본적으로 맥주는 보리, 더 정확히는 맥아(몰트, Malt)와 홉(Hop), 효모, 물 등의 네 가지를 주원료로 만든 술이다. 몰트는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이 트게 한 다음 말린 것인데 우리에게는 식혜를 만들 때 쓰는 엿기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몰트 가루를 물과 함께 가열 및 당화한 후 홉을 넣어 향과 풍미, 쓴맛을 더하고 여기에 효모까지 넣어 발효하면 비로소 맥주가 된다.

이때 물에 뜨는 성질이 있는 효모를 사용해 만든 것이 상면발효방식의 에일이고, 물에 가라앉는 성질의 효모로 발효시킨 것이 하면발효방식의 라거다. 만약 인위적으로 효모를 넣지 않고 천연 효모, 그러니까 대기 중에 떠다니는 여러 균체를 이용하고 최대한 자연 환경에만 의지해 발효시키면 람빅이 탄생한다. 대체로 맥아의 농도가 높고 10~25의 상온에서 발효하는 상면발효방식 맥주의 경우 짙고 탁한 색, 비교적 높은 알코올 도수, 묵직한 바디감 등이 특징이다.

반대로 10이하의 저온에서 발효하는 하면발효방식 맥주는 산뜻한 풍미와 목을 톡 쏘는 청량감, 부드러운 목넘김이 매력적이다. 내츄럴 와인과 같이 시큼털털, 쿰쿰한 맛과 향은 자연 발효시킨 람빅에서만 느낄 수 있다. 여기까지만 알아도 낯선 이름의 수많은 맥주 메뉴를 해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더러는 함께 한 일행에게 아는 체 설명하며 어깨 으쓱할 정도는 된다. 그래도 이왕 이만큼 알게 된 거 더욱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메뉴판 속 맥주 이름 밑에 작은 글씨로 쓰여진 맛을 온전히 느끼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하면발효방식의 라거 맥주

먼저 라거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가볍고 산뜻한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 청량감이 특징인 라거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맥주이자 현대의 대중 맥주를 일컫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소맥(소주+맥주)’을 담당하고 있으며 카스, 하이트, 테라, 오비, 클라우드 등 대표적인 국산 맥주들이 모두 라거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수입 맥주 역시 라거 종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라거의 발효방식 특성 상 대량 생산이 가능함에 따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유통될 수 있었던 점이 한몫한다. 약간의 보리향과 홉의 향을 제외하면 에일에 비해 향도 맛도 약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호불호 없이 다수의 입맛을 충족시킨다는 점 역시 라거가 대중적인 맥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요소 중 하나다.

발효방식 따라 묵직한 바디감·톡쏘는 청량감

대중적 입맛 잡은 라거, 중독성 강한 수제 에일

잔 모양이 맛 좌우튤립형·플루트형 등 다양

에일에 비해 향이 분명하지 않아 맛이 비슷비슷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에일과 마찬가지로 세부적인 공법에 따라 종류가 나뉘며 맛 또한 차이가 나타난다. 필스너, 페일 라거, 다크 라거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스너는 라거 맥주의 원조 격이다. 1842년 체코의 필젠(Pilse)에서 처음 생산됐는데 담색 맥아와 연수를 사용하며, 씁쓸한 맛과 함께 황금빛 색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 만들어진 맥주가 바로 필스너 우르켈이다. 기존의 짙고 단 맛의 에일에서 밝고 씁쓸한 맛의 라거 맥주로 유행을 변화시킨 장본인이자,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체코식 맥주 가운데 하나다.

바야흐로 맥주의 계절, 여름이 시작됐다.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마저도 온몸이 짜릿해지는 맥주 한 모금이 실로 절실한 계절이다.
바야흐로 맥주의 계절, 여름이 시작됐다.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마저도 온몸이 짜릿해지는 맥주 한 모금이 실로 절실한 계절이다.

필스너에서 맥아의 단 맛과 홉의 쓴 향미를 줄여 한층 더 대중적이고 깔끔 담백하게 만든 제품이 페일 라거다. 국내 라거 맥주를 비롯해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칼스버그 등이 페일 라거이며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밝은 금색의 라거 맥주 대부분이 페일 라거라고 보면 된다.

다크 라거는 말 그대로 라거식 흑맥주다. 흑맥주는 맥주의 원료인 맥아를 까맣게 로스팅해 어두운 빛깔의 맥주로 양조한 것이다. 그러니까 라거식 흑맥주라 함은, 까맣게 태운 맥아가 첨가된 물을 하면발효방식으로 만든 맥주인 셈이다. 태운 맥아로 인해 초콜릿맛, 커피맛 등의 짙은 풍미가 느껴지는 한편, 라거 특유의 청량함도 빠지지 않는다.

 

상면발효방식의 에일 맥주

특색 있는 맛과 향으로 뚜렷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에일. 고대 맥주가 처음 만들어졌던 시절부터 전통 방식으로 양조하는 에일은 라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맥주의 통용적인 개념이었다. 라거가 대중화된 지금의 에일은 수제 맥주, 크래프트 비어 등으로 더 익숙하다.

효모를 상온에서 단기간에 발효시켜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물과 함께 과일향을 내는 물질인 에스테르가 더 많이 발생한다. 때문에 색이 진하고 탄산이 적으며 과일향, 꽃향 등을 비롯해 한층 풍부하고 깊은 향이 난다. 생산 국가와 주원료의 가공 여부 및 함유량 등에 따라 에일의 세부 종류는 무수히 많은데 크게 페일 에일, 밀 맥주, 스타우트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페일 에일은 그야말로 에일을 대표하는 맥주다. 1700년대 초 영국에서 코크(coke, 석탄으로 만든 연료)로 구운 담색 맥아를 넣어 만든 것이 시초다. 다른 에일류에 비해 밝은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며 쓴 맛과 함께 느껴지는 꽃 향기가 매력적이다. 씁쓸한 탓에 맥주 초보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스타일이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마성의 맥주다.

밀 맥주는 맥주의 원료 함량 중 밀의 비율이 50% 이상 들어가는 맥주를 일컫는다. 엷은 색과 부드러운 촉감, 상큼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쓴맛은 적고 독특한 풍미가 있어 에일 맥주에 입문용으로 딱이다. 생산지에 따라 독일식 바이젠과 벨기에식 윗비어로 구분한다. 독일식 밀 맥주인 바이젠은 다른 갈색 맥주에 비해 색깔이 연하다고 해 독일어로 하얀 맥주를 뜻하는 바이스비어(Weissbier)라고도 불린다.

여과 방식에 따라 효모를 여과하지 않은 탁한 색의 헤페바이젠과 효모를 여과해 깨끗한 크리스탈 바이젠으로 나누는데 망고와 파인애플 등의 과일향이 느껴지는 파울라너와 알프스 허브의 독특한 향미가 물씬 풍기는 에델바이스 등이 대표적인 바이젠 맥주다. 벨기에식 밀 맥주 역시 바이젠과 마찬가지로 쓴맛과는 거리가 멀고 가벼운 질감과 무게감이 특징이다. 벨기에 밀 맥주 전용 효모를 사용해 오렌지, 레몬, 요거트의 상큼한 맛을 낸다. 한국에서도 즐겨 마시는 호가든과 블루문이 바로 이 윗비어 중 하나다.

까맣게 볶은 맥아를 상면발효방식으로 양조한 흑맥주는 어두운 빛깔이 특징이다. 빛깔 뿐만 아니라 맛이나 향도 일반 맥주보다 더욱 짙고 그윽하다. 영국의 포터와 그 흐름을 이어받은 아일랜드의 스타우트가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스타우트는 도수가 10도 이상 올라가는 것도 있다. 과거 영국의 포터가 스타우트보다 인기 있었다가 기네스의 등장으로 아일랜드식 스타우트가 더 대중적인 흑맥주로 자리잡게 됐다.

고유의 향과 맛이 매력적인 에일 맥주의 경우 전용 맥주잔에 따라 마셨을 때 향미가 더욱 극대화 된다.
고유의 향과 맛이 매력적인 에일 맥주의 경우 전용 맥주잔에 따라 마셨을 때 향미가 더욱 극대화 된다.

맥주 전용잔에 따라 마셔야 하는 이유

맥주의 대략적인 종류를 알았다면 맥주 종류만큼 다양한 맥주잔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특히 고유의 향과 맛이 매력적인 에일 맥주의 경우 전용 맥주잔에 따라 마셨을 때 향미가 더욱 극대화 된다. 에일류의 맥주 리스트를 주로 판매하는 이른바 수제 맥주집에 가면 맥주를 시킬 때마다 다른 모양의 잔을 내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맥주잔의 모양은 맥주의 거품, ,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크게 필스너 플루트형(체코식 필스너 맥주 전용), 바이젠 플루트형(독일식 밀 맥주 전용), 노닉 파인트 잔(영국 페일 에일 전용), 고블릿형(벨기에 트라피스트 비어 전용), 튤립형(벨기에 스트롱 에일 전용), 마스(독일식 필스너 전용) 등으로 구분할 수 있고, 각 맥주 회사에서 자사 상품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특별 디자인 된 잔들도 다양하다.

만약 전용잔을 구비하지 못했을 경우 병이나 캔째로 먹는 것보다 일반 유리잔에라도 따라 마실 것을 권한다. 맥주의 거품은 공기와 만나 산화되며 맥주 맛에 영향을 주는데 병이나 캔째 마실 경우 거품의 산화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맛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맥주마다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향과 색도 유리잔에 따랐을 때 더 잘 나타나 맥주를 맛있게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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