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하는 표준화 시급
국내외 기술기준 일치해야
인증절차 간소화 ‘발등의 불’

이응로(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정책과 연구관)
이응로(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정책과 연구관)

기술규제는 행정규제의 일부로서 국민의 권리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과학적·기술적 기준 및 적합성평가절차를 말한다.

탄소중립, 디지털전환 등 새롭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진출하는데 제품 안전과 신뢰도를 높이고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중복되거나 과도한,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오래된 기술규제는 기업에 부담을 주고 국가 간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기술규제는 기술기준, 인증, 형식승인, 검정, 성능검사 등 다양한 형태로 규정돼 있다. 환경부, 국토부 등 28개 부처에 25000여종의 기술기준이 사용되고 있으며, 품질·안전·환경·신기술 등 24개 부처에서 220여개의 인증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정부는 2013년에 산업부 국표원에 기술규제개혁작업단을 설치해 기술규제 영향평가 3년 주기 인증제도 실효성 검토 기업애로 발굴·개선 등을 추진해 왔고, 2021년에는 국가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기업활력·수출진흥을 위한 기술규제 혁신방안도 발표했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에도 우리 기업들은 기술규제의 노후화, 유사·중복성 확대 등으로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지속 호소하고 있어, 아래와 같은 대응시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민간 주도의 표준 개발 및 기술규제의 표준 활용 촉진이다. EU, 미국 등의 선진 기업들은 민간 주도의 표준화 추진을 통해 정부 기술규제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안전·보안 등을 위한 성능규정화 위주로 기술규제를 설정하고, 성능 이외에 구체적인 상세 기준은 민간 주도의 표준을 인용함으로써 시장친화적인 규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 신산업 분야의 경우 기술규제가 관련 기술발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의 표준과 연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기술기준의 국제기준 일치화 적극 추진이다. 수출지향적 산업 구조인 우리나라에서 국내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는 기업의 해외 진출에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수출경쟁력 저하 방지를 위해 원칙적으로 국내 기술기준을 국제기준에 일치화하되, 불일치한 기술기준은 관련 정보시스템에 그 사유를 의무 공개해 규제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시험·인증 여건을 고려한 기술규제 설정 및 절차 간소화 노력이다. 최근 급격히 수요가 증가하는 농업용 드론 기업의 경우 3~6개월 동안 안전성인증 검사를 대기하고 있으며, 이는 재고 증가로 인한 자금 악화와 구매자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 1개뿐인 검사기관 여건과 절차 간소화 필요성을 고려하지 못한 점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규제 혁파에 대한 민·관 협력 강화이다. 기술규제는 특성상 전문성·시의성·균형성이 요구된다. 기술규제로 인해 이득을 보는 기업이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기업도 있으므로, 정부는 기술규제 제·개정 과정에서 편향된 특정 전문가 위주의 참여가 아닌 업계의 균형 있는 참여와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명확한 기술규제 검증 주기도 제시해 시의성 있는 기술규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표원은 올 1월에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 기술규제 혁신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중기중앙회 산하 560여개 업종별 조합·단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 품목별 협의체 운영 등 다양한 민·관 협력을 통해 시험·인증 등 중소기업 현장의 기술규제 애로 발굴과 해결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국표원은 효율적인 기술규제 혁파 추진을 위해 다각적인 대응시책을 추진할 예정이며, 정례 업계 간담회 등 관련 협·단체 등과도 적극 소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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