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달래·두릅·쑥·취나물…
풋풋한 봄나물은 식탁의 교향악
미각·후각 자극, 춘곤증 물렀거라

무얼 해 먹어도 입안가득 봄기운
‘또순이네’냉이된장 찌개맛 환상
팔당 ‘자연애’밭미나리전도 일품

영양분이 풍부한 나물은 우리나라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다. 그중에서도 채 다 자라지 않아 나긋나긋하고 풋풋한 봄나물은 이 계절이 주는 선물 같다. 여린 잎으로 다 녹지도 않은 땅을 뚫고 나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력 넘치는 봄을 닮았다. 냉이, 달래, 미나리, 두릅, , 곰취, 머위, 방풍나물, 취나물종류도 많다. 쌉싸름한 흙의 맛, 청량한 풀의 향, 씹을 수록 느껴지는 고소한 맛 등 온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며 봄날 나른해진 몸을 깨워주기에도 충분하다.

맛도 영양도 다채로운 봄나물의 세계

봄철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물을 꼽자면 단연 냉이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 경, 잎이 시들기 전에 얼른 캐어내는 냉이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온대에 널리 분포돼 있는데 특히 논밭의 둑이나 들판에서 잘 자란다. 씁쓸한 맛 끝에 씹을수록 오묘한 단맛이 느껴지는 냉이는 독특한 맛과 다량의 비타민으로 춘곤증 예방 및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다른 나물에 비해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어 한방에서는 해독, 지혈, 수종을 위한 약재로 쓰기도 한다. 보통 누런 잎을 떼어내고 뿌리 부분을 깨끗이 다듬은 후 살짝 데쳐서 된장으로 무치거나 국을 끓여 먹는 경우가 많다.

냉이와 함께 봄을 알리는 나물 중 하나가 달래다. 이른 봄 밭이랑이나 논둑가에 무리 지어 나는 달래는 향긋하기 그지없다. 연한 것은 그대로 고춧가루, 간장,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무치고, 굵고 매운맛이 강한 것은 된장찌개에 넣어 먹는다. 부추와 같이 전으로 해먹어도 일품이다. 칼슘과 비타민 A, C가 많이 들어 있고, 마늘에도 들어 있는 알리인과 알리신이 들어 있다. 빈혈과 간장 기능을 개선해 주며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달래가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면 피를 맑게 해 혈류를 원활히 해주는 것이 바로 돌나물이다. 돈나물, 돗나물이라고도 하는데 가뭄이나 뜨거운 햇볕에도 잘 견디는 모양새가 그야말로 봄의 생명력을 한껏 품은 나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유의 향기가 있어 날로 무쳐서 먹거나, 국물을 넉넉히 넣어 물김치를 담그기도 하는데 특히 고추장, 식초와 궁합이 좋다. 칼슘이 많이 들어 있고 비타민을 고루 함유한다. 피를 맑게 하는 것은 물론, 줄기에서 나오는 즙은 화상을 입었거나 벌레에 물렸을 때 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이 밖에도 조선시대부터 여러 문헌을 통해 봄나물 중 최고로 여겨지는 두릅과 입에 쓴 만큼 몸에도 좋은 씀바귀, 황사와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중금속을 해독해주며, 비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에도 좋다는 방풍나물 등 봄나물의 맛과 효능은 생각보다 훨씬 다채롭고 무궁무진하다.

 

냉이와 두릅의 이색 레시피

이처럼 종류마다 각기 다른 매력과 영양소로 우리 몸에 건강한 자극을 주는 봄나물은 찌개, 무침, 비빔밥 등 어떻게 조리해 먹어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봄나물을 활용한 요리는 서양의 허브를 첨가한 요리만큼이나 다양하다는 사실. 늘 먹던 방식이 식상하다면 다음과 같은 봄나물 이색 레시피에 도전해보자.

향이 강한 두릅은 살짝 데친 뒤 초장을 찍어 먹거나 무침 또는 전을 해먹는 경우가 대다수다. 헌데 봄나물의 제왕이라고도 불리는 이 두릅을 항상 같은 방법으로 먹기엔 어쩐지 아쉽다. 그럴 땐 두릅에 소고기를 곁들여 두릅 소고기 초밥을 만들어보자.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과 두릅, 소고기만 있으면 요리 초보도 그럴싸한 맛을 낼 수 있는 메뉴 중 하나다. 먼저 손질한 두릅을 끓는 물에 30-60초 정도 데친 후 참기름과 소금을 약간 넣고 무쳐둔다. 소고기 채끝살은 초밥 크기에 맞게 썬 뒤 후라이팬에 올려 소금과 후춧가루로 살짝 간을 하고 굽는다. 이때 소고기는 너무 질기고 퍽퍽하지 않도록 미디움 상태로 굽는 것이 포인트다. 깊숙한 보울에 분량의 배합초(1공기 기준 식초 3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이며 취향에 따라 재료를 가감할 수 있다)를 넣고 소금과 설탕이 충분히 녹을 정도로 잘 저은 뒤 살짝 식힌 밥을 부어 골고루 섞는다. 손에 물을 살짝 묻혀 배합초를 섞어놓은 밥으로 초밥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소고기와 두릅 순으로 올리고 김으로 돌돌 감싸면 끝이다. 취향에 따라 약간의 고추냉이를 가미해 먹어도 좋다.

쌉쌀한 맛 끝에 싱그러운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냉이는 잠든 미각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냉이를 라면 조리만큼이나 만들기 쉽다는 알리오 올리오에 넣으면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근사한 요리가 탄생한다. 우선 1인분의 냉이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파게티면 60-70g, 마늘 5~6, 새우 4~5마리, 냉이 한 줌과 페퍼론치노, 올리브유, 소금, 후추가 필요하다. 재료 준비가 끝났으면 올리브유를 듬뿍 두른 팬에 편으로 썬 마늘을 넣고 중약불에서 뒤적이며 마늘향을 내준다. 마늘이 노랗게 구워지면 페퍼론치노와 새우를 넣고 익혀준다. 새우가 익으면 7분 정도 삶은 파스타 면과 면수를 소량 넣어준다. 면수는 원하는 농도에 따라 양을 조절하면 된다. 냉이는 너무 오래 익히면 향과 식감 모두 떨어질 수 있으므로 숨이 죽을 정도로만 살짝 볶아내는 것이 좋다.

 

찌개부터 막걸리까지, 봄나물 맛집

오래된 노포부터 트렌디한 신상 맛집까지 없는 음식점 없는 영등포구에서도 양평동 또순이네는 꽤나 유명하다. 전국 팔도의 맛집 좀 찾아다녀 봤다는 일명 프로맛집러들은 물론 맛없는 식당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택시 기사님들께서도 애용하고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다. 본래 토시살 숯불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한우보다 더 인기있는 메뉴는 된장찌개다.

향긋한 냉이와 소고기를 아낌없이 듬뿍 넣어 숯불 화로 위에 바글바글 끓여낸 또순이네만의 냉이 된장찌개. 이 찌개 하나만 있으면 눈 깜짝할 새 밥 한 공기가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여름부터 겨울까지는 냉이 대신 달래나 부추를 넣는데 적당히 짜고 깊은 맛의 된장과 무엇이든 듬뿍 담아주는 덕에 어느 계절에 먹어도 밥도둑 노릇을 톡톡히 한다. 두 물만 부어 끓이면 두 사람이 거뜬히 먹고도 남을 넉넉한 양의 밀키트를 판매해 집에서도 또순이네 된장찌개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4716 / 02-2672-2255)

팔당 예봉산 등산로에 위치한 자연애는 이름처럼 슬로우푸드를 지향하는 식당이다. 방문 1시간 전 전화로 미리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는 한방 닭볶음탕과 닭백숙, 오리백숙을 메인 요리로 하지만, 요즘 같은 때면 봄이 제철인 밭미나리 전이 더욱 인기다. 운길산 청정 밭에서 재배하는 맑은 미나리를 전분만 살짝 입혀 두툼하고 바삭하게 구워내 미나리의 산뜻한 향이 일품이다. 여기에 미나리 골뱅이 초무침을 곁들이면 온몸이 봄으로 점철되는 기분이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자연애에 왔으면 어떠한 인공색소 없이 100% 착즙한 미나리만을 넣어 만든 이집만의 특제 막걸리까지 마셔주는 것이 도리다.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왕 이곳까지 왔으면 착즙 미나리 막걸리도 꼭 마셔보자.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로139번길 43 / 031-577-5208)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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