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인력난에 빠진 중소기업] 인력대란 3중고… 신음하는 중소기업
주52시간에 숙련 외국인 유출↑
최저임금 폭등, 노사 모두 피해

고임금에 비자발적 인력난 불사
섣부른 규제정책 개선 불가피

중소기업계가 사상 최악의 인력대란 ‘3중고(重苦)’에 휩싸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국인 근로자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이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규제 정책에 직겨탄을 맞았다.

중소기업계는 현장과 긴밀한 소통 없이 추진된 52시간 근무제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등을 설익은 노동정책으로 손꼽는다. 이러한 성급한 정책들로 인해 중소기업 현장에서 여러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근로자들의 여건이 더 나빠지고 중소기업 경영자는 폐업기로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경기도에 위치한 냉동공조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 중소기업의 A대표가 맞닥뜨린 상황은 최근 인력대란 3중고’(외국인력부족·52시간제·최저임금)가 어떻게 기업현장에서 곪아 터지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지난 연말 50%나 잃었다. 줄어든 근로시간에 투잡을 뛰던 외국인 근로자 6명 중 3명이 아예 다른 업체와 배달 등 서비스업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A대표는 추가 인력을 채용하려고 해도 부족한 외국인 근로자 수 때문에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52시간제 적용을 받지 않고 야근을 시켜준다는 불법 업체로 빠져나가는 일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인력 유출 현상이다. 문제는 주52시간제의 기본 취지와는 다르게 정상적으로 법규를 준수하는 중소기업들이 인력손실의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일부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긴급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납기일정을 맞추는 임시방편으로 동종업계 대표와 협의해 직원을 서로 바꿔치기를 하기도 한다. 직접 고용한 생산인력이 있어도 맘대로 일을 시킬 수 없는 웃지 못할 일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A대표는 올해 그나마 수주 물량이 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거절하고 있다생산성 자체가 떨어지고 있는데 인건비도 최저임금 폭등 탓에 전반적으로 더 올려줘야 한다기업하기 정말 어려운 나라라고 한탄했다.

 

대선 후보도 주52시간 문제 지적

일반 근로자들도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 일변도의 노동정책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줄어든 근로시간은 급여 감소에 직격탄이 되면서 퇴근 후 다른 일자리(투잡)를 고민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기업의 B직원은 요즘 손쉬운 아르바이트가 배달 일이라며 52시간제 시행 뒤로 월 급여가 50만원 정도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시작했지만 저녁에도 쉴 수가 없어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52시간제는 지난해 1월 종사자 50~299인 중소기업에 적용된 뒤로 같은 해 7월에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된 바 있다.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근로자들은 임금 감소, 중소기업은 인력난 등 노사 모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들도 주52시간제의 개선이 시급함을 지적한다. 지난해 9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 조선·뿌리업체 근로자 임금이 30~40% 넘게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숙련공들이 이탈해 인력난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현장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서 탄력근로제 재정비, 특별연장근로제 확대, ·연 단위 연장근로 허용 등의 제도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지난 9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고용과 노동정책의 균형을 지적하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최대 월 100시간, 720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화해야 한다이 부분은 일부 대선 후보들도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폭등하는 최저임금도 노사 모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악재다. 피자 프랜차이즈와 부대찌개 매장을 운영하는 C대표는 최근 아르바이트 2명을 내보내야 했다. C대표는 코로나19 탓에 영업제한이 시작되면서 매출이 40% 가까이 급감했다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전체 인건비가 전년대비 수백만원이 올라서 결국 직원을 내보내고 대신 그 시간에 직접 일하기 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기업 지불능력 고려해야

지난 5년간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방향으로 무려 2690원이 폭등했다.(2017647020229160) 이는 과거 정부 대비 34.5%이나 인상된 수치다. 시간당 인건비가 올라갈수록 소상공인은 고용원 없는 나홀로 사장을 역선택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시작된 첫해인 20183987000명에서 지난해 84249000만명으로 3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반대로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쪼그라들었다. 지난 2018년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1651000명이었지만 지난해 8월엔 1301000명이었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가 130만 명대까지 떨어진 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135만명)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 제조 중소기업도 임금 체계를 결정하기가 매우 곤란해지기 십상이다. 신참부터 고참까지 단계적으로 인건비가 인상하게 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연차 직원들의 임금만 올려 주게 되면 어느 순간 숙련 인력의 급여까지 위협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전체 임금 테이블을 건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성화고 졸업생의 급여가 올라가면, 대졸직원들의 급여도 인상해야 하고, 수십년 장기근속 직원까지 연봉을 대폭 올려줘야 하는 인건비 부담이 발생한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시험장비 제조업체 대표는 신입 직원의 인건비만 오르면 부담이 적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너무 크다인상폭도 중요하지만 한번 오르면 결코 낮출 수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고 싶어도 최저임금 인상분 지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고용할 인력이 부족하게 되는 () 자발적 인력난을 각오하게 된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에는 기업의 지불능력과 근로자의 요구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무차별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증액을 부추기면서 지불 능력을 키우며 발전을 꿈꾸던 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마저 걷어차 버렸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지불능력은 심각하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국내 근로자는 무려 31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2045만명의 근로자 중 15.6%에 달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가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근로자의 36.3%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다. 현재 최저임금이 국내 노동시장의 수용성 한계치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