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대출만기 연장·상환유예 3월말 종료에 무게
다중채무자 30만명 상환여력 없어 폐업 도미노 현실화 예고
기준금리 인상·시중銀 대출관리 강화… 中企 “한계 직면”
한은 “상황 심상찮다”…코로나 종식까지 ‘재연장’ 공론화

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처를 오는 3월말에 종료한다는 원칙하에 대응 방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출만기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종료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둔 발언을 하면서 대출 만기 연장을 주장하던 중소기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다만 고 위원장이 취약 차주에게 컨설팅도 제공하고 채무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채무조정 지원도 사전적으로 해서 큰 충격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연착륙 방안을 언급했지만 충분치 않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14일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1.25%로 결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총 세 차례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나오자 중소기업중앙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성토했다.

 

중소기업은 연초부터 인상된 기준금리와 대출만기 연장 불가 방침에 자금줄이 바짝 마르게 됐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중소기업은 연초부터 인상된 기준금리와 대출만기 연장 불가 방침에 자금줄이 바짝 마르게 됐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코로나 2다중채무자 2배 급증

이번 금융당국의 대출만기 연장 불가방침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올해 최악의 뉴스가 됐다.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 충격을 빚(대출)으로 버티던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기에 그렇다. 소상공인 대출자 10명 가운데 1명이 3개 금융기관에서 이른 바 (Full) 대출을 끌어다 썼고 대출액도 평균 5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소상공인)가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말 현재 약 632조원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말 482조원과 비교하면 2년 사이에 기업대출이 150조원(31.2%)이나 불었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소상공인의 대출 급증보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기업대출을 받은 이른 바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다중채무자는 고승범 위원장이 앞서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강조한 취약 차주 관리에 해당하는 계층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개인사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272308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사업자 차주가 2769609명인데 이 가운데 9.8%가 다중채무자인 것이다. 다중채무자 규모는 2019년말 128799명에서 2년 사이 2.1배나 불었다.

 

커지는 자영업자 부실 우려

중소기업계는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연장을 거듭하고 있다장사가 아예 안 되는 상황이 2년 가까이 되는데 오는 3월말부터 대출만기가 도래하면 수십만명의 자영업자들이 채무 상환 불이행으로 도미노처럼 쓰러져 나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 30만명에 달하는 다중채무자에게 대출상환 폭탄이 터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4월부터 펼쳐질 최악의 자금난 시나리오 때문에 중기중앙회는 “3월말 종료되는 대출만기연장도 코로나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추가 연장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속히 후속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202041일부터 4차례에 걸쳐 이뤄진 금융당국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납부 유예 등 금융지원 대책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4차 재연장도 지난해 8월 열린 경제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9월 종료예정인 상황을 내년 상반기(3월말) 또는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추가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금융당국에서 적극 공론화됐었다.

중소기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가 됐다. 대표적인 금리변동 뿐만 아니라 생산자물가 상승률 등 각종 인플레이션 요인에도 커다란 피해를 입고 있다.

 

코로나 종식까지 만기 연장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10월 한양대 전상경·강창모 교수와 공동 수행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1%포인트의 생산자물가가 오를 때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감소폭은 대기업의 3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이자비용은 8.45%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은 지난 17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결과를 통해 코로나 장기화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상환능력 저하,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가계의 신용위험이 전분기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중소기업의 경우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 코로나로 실적 회복이 지연되는 일부 취약업종, 영세 자영업자의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전문적인 의견이 더해지면서 김기문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납부 유예를 코로나 종식 때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자칫 3월말 최악의 중소기업 대출만기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재연장을 비롯한 금융지원 결정이 시급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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