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중소기업 정책포럼]
이학영·박대출 의원 기조강연
코로나19 극복 위한 돌파구 제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中企 격려
“수출 제조업이 우리산업 버팀목”
주52시간·최저임금 개선 공감대
中企현장 반영한 노동법 주문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주52 시간제 전면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개최된 ‘2021 중소기업 정책포럼’은 중소기업 관련 정책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대전환 시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의 성장해법’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탈출에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서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제품은 전자 상거래를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되는 시대가 왔다”며 “이렇게 세상이 바뀌어도 고용의 중심은 중소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688만 중소기업 성장 시대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책 마련 시급”
김기문 회장은 “심화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고 국회에 계류중인 BtoB 거래에 있어서 담합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의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특히 “중소기업의 99%는 오너이면서 대표”라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 처리를 해야 할 대표자가 구속되면 그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 시행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입법 필요성을 역설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뿌리”라며 “올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요소수 대란, 원자재 가격 급등, 인력난,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난제를 마주했지만 합심해 위기를 버텨냈다”고 말했다.
방상훈 사장은 이어 “우리나라가 올해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수출 주도 중소 제조업체들이 우리 산업을 굳건히 떠받친 덕분이고, 중소기업인들이 위기 극복의 주인공”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정책포럼 기조 발제는 이학영(더불어민주당)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박대출(국민의힘) 국회 환경노동위윈회 위원장이 각각 맡았다.
이학영 위원장은 ‘대·중소기업 양극화 실태와 현안 과제’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막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 성장 동력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중소기업 중심의 체질 혁신이 필수적”이라며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 83%가 중소기업에 근무하지만, 전체 기업 매출액 중 중소기업의 비중은 절반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했다.
이 위원장은 “△공공조달제도 현실화 △온라인플랫폼 시장환경 공정화 △불공정 거래 근절 △중소기업제품 판로확대 지원 등을 통해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박대출 위원장은 ‘누구를 위한 52시간제인가-일 할 권리, 돈 벌 자유’라는 기조강연에서 지난 7월 전면 시행된 주 52시간 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근로자와 중소기업의 이익을 키우는 방향으로 안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인력난과 생산성·매출 하락에 시달리고 있고 근로자도 수입이 줄어들어, 일과 여가의 균형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 준수를 강제하는 대신,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보호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中企 아이디어 등록제’ 제안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의 성장해법’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 경제는 1990년대 초 이후 진보·보수 정권 상관없이 5년에 1%포인트씩 장기 성장률이 감소했는데, 이는 창의적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아이디어 등록제’ 같은 제도를 만든다면, 중소기업도 인재를 유치하고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의 노동리스크 해소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노동법은 단일한 근로자상, 사업자상, 기업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며 “그러다 보니 이에 들어맞는 기업보다는 맞지 않는 기업이 훨씬 많고, 상당수 기업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규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최저임금, 단체교섭과 같아”
권 교수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입장에는 52시간제가 그리 충격적이지 않지만, 중소기업 입장에는 ‘회사를 운영하지 말라, 이익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나 마찬가지”라며 “최저임금도 대기업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전국 단위로 해마다 단체교섭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중소기업 정책 변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홍석우 상지대 총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거론하며 “그동안 관료들은 마치 검찰이나 경찰처럼 법·규정을 어기면 일벌백계하겠다는 식으로 행정을 펼쳤다”며 “행정에서도 기업을 북돋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열 공간정보기술 대표는 “우수 인력이 중소기업에서 중견으로, 중견에서는 대기업으로, 요즘엔 대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간다고 한다”며 “중소기업에서 3~5년씩 키운 인력들이 옮겨갈 땐 프로스포츠처럼 이적료(보상금)를 중소기업에 주는 제도를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중소기업 관련 정책의 효율성을 위해, 정책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정부의 실패, 정책의 실패”라며 “실제 기업 간 실적 격차보다, 근로자가 느끼는 심리적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오동윤 원장은 “중소기업을 위한다며 1600개가 넘는 중소기업 정책이 있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판로 정책”이라며 “결국 매출이 늘어나면 기업이 알아서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고, 연구·개발(R&D)도 당연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