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선수도 2년 만에 탈환
다승·CME 글로브 레이스도 차지

올해의 선수 트로피 든 고진영
올해의 선수 트로피 든 고진영

고진영(26)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1시즌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부문을 석권했다.

고진영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36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만 9개를 기록,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의 성적을 낸 고진영은 왼쪽 손목 통증에도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올해 주요 개인 부문을 휩쓸었다.

10월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한 달 만에 승수를 추가, 우승 상금 150만 달러(약 17억8000만원)를 받은 고진영은 시즌 상금 350만2161 달러로 상금왕 3연패를 이뤘다.

상금왕 3연패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LPGA 투어에서 13년 만에 나왔고, 한국 선수로는 고진영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50만 달러는 역대 여자 골프 대회 사상 최대 규모다.

LPGA 투어에서 시즌 상금 300만 달러를 넘긴 사례는 2007년 오초아의 436만 달러 이후 올해 고진영이 14년 만이다.

투어 통산 12승을 거둔 고진영은 LPGA 투어 한국 선수 최다승 공동 3위가 됐다.

박세리(44) 25승, 박인비(33) 21승에 이어 김세영(28)과 고진영이 12승씩이다.

또 올해의 선수 부문도 포인트 211점으로 1위가 됐다. 고진영이 올해의 선수가 된 것은 2019년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다.

시즌 5승의 고진영은 다승 단독 1위에도 올랐고, 세계 랭킹은 1위 넬리 코다(미국)를 추월하거나 격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즌 5승은 2016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이후 올해 고진영이 5년 만이다.

한 해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 역시 고진영이 2년 연속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우승 트로피와 올해의 선수 상패를 들어보이는 고진영
우승 트로피와 올해의 선수 상패를 들어보이는 고진영

3라운드까지 하타오카, 코다,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함께 공동 선두였던 고진영은 초반부터 맹렬한 기세로 타수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6번 홀(파5)까지 버디 4개로 공동 1위였던 선수들을 따돌리기 시작했고, 8, 9번 연속 버디에 10번 홀(파4)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지만 11번 홀(파4)에서도 중거리 버디를 넣고 이 홀까지 7타를 줄였다.

이 대회 전까지 상금, 올해의 선수 1위였던 코다도 10번 홀(파4)까지 3타를 줄였지만 고진영과 격차는 4타로 벌어졌고, 결국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 공동 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고진영은 1라운드 9번 홀 이후 63개 홀 연속 그린을 놓치지 않는 완벽한 샷 감각을 뽐냈다.

2∼4라운드 그린 적중률 100%(54/54), 대회 기간 내내 페어웨이 안착률 91.1%(51/56)나 됐다.

고진영을 막판까지 따라붙은 것은 하타오카였다. 하타오카도 이날 8타를 줄이며 끝까지 고진영을 추격했다.

15, 17, 18번 홀 버디로 고진영을 1타까지 따라붙었으나 고진영 역시 17번 홀(파5) 버디로 응수하며 리드를 지켜냈다.

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고진영
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고진영

지난해 12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4개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2020시즌 상금왕을 차지했던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로 시작한 2021시즌엔 초반 슬럼프를 겪었다.

상위권 성적을 자주 올리긴 했으나 시즌 두 번째로 출전했던 3월 초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땐 LPGA 투어 데뷔 이후 좀처럼 한 적 없는 컷 탈락이 나오는 등 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후 털어놓기론 그는 그쯤 조모상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격리 기간 탓에 귀국하지 못하면서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지키지 못해 슬픔과 자책감이 더 컸다.

"미국에서 대회를 준비하면서 너무 우느라 하루 3∼4시간밖에 못 잤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골프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사춘기'엔 '시간이 약'이라고 믿은 고진영은 연습에 집중하며 골프에 대한 열정을 되살렸고, VOA 클래식에서 7개월 만에 우승 물꼬를 다시 틀 수 있었다.

 시즌 첫 승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했으나 그 앞뒤로 치른 메이저대회에선 중위권 성적에 그치며 세계랭킹 1위를 넬리 코다(미국)에게 내준 고진영은 금메달 기대를 모으며 출전한 8월 도쿄올림픽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공동 9위로 생애 첫 올림픽을 마치고 코다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코다의 상승세를 평가하며 "저도 근성이 더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고 밝힌 고진영은 이후 한 달가량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며 훈련에 매진했다.

예전 스윙 코치였던 이시우 코치와 연습하고 퍼터도 바꾸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 올림픽 이후 처음 나선 LPGA 투어 대회인 9월 중순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곧장 정상에 오르며 '화려한 가을'의 신호탄을 쐈다.

포틀랜드 클래식 이후 고진영은 아칸소 챔피언십 공동 6위, 숍라이트 클래식 공동 2위로 상승 흐름을 이어가더니 10월 초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3번째 우승을 수확했다.

당시 LPGA 투어 통산 10번째이자 한미 통산 20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장식했고,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써내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5년 남긴 LPGA 투어 역대 최다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이어 10월 21∼24일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라 '한국 선수 LPGA 투어 통산 200승'이라는 금자탑과 함께 시즌 4승째를 올렸다. 이 대회 이후 4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다에게 다시 세계 1위를 내준 뒤 지난주 펠리컨 챔피언십에선 공동 6위에 자리한 고진영은 22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올해 LPGA 투어 최다승에 해당하는 5승과 함께 많은 것을 얻었다.

올해의 선수 부문과 상금에서 코다에 이어 2위를 달린 가운데 나선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두 부문 모두 '뒤집기'에 성공, LPGA 투어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하며 완벽한 시즌 피날레를 맞이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