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로 자연과 환경 보존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여행 속에서도 자연환경을 대하는 개념이 바뀌고 있다. 착한여행, 공정여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여행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환경을 지키는 여행은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 아닌 당연한 행동으로 자리하고 있다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여행의 감성을 건강하게 자극하고, 자연과 환경 속에서 행복을 실천할 수 있는 국내 6곳의 여행지를 선정했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만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환경 보존을 실천할 수 있는 여행지들이다. 이맘때의 선물, 황홀한 가을 풍경도 놓치지 않았다.


탄소 빼고 햇살 더하는 영월 에코빌리지

에코빌리지의 책방에서는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자.
에코빌리지의 책방에서는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자.

구중궁궐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고장 강원도 영월은 자연과 친해지기 더할 나위 없다. 그중에서도 에코빌리지는 의도한 불편을 통해 자연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다.

제로 하우스를 지향하는 에코빌리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자립형 건물이다. 이곳에서 전기와 물을 아끼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건 기본, 객실에는 TV나 냉장고, 주방시설 또한 마련돼 있지 않다. 꼭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으로 만들고, 태양열로 객실을 덥힌다.

이 같은 불편을 감내한 끝에 얻는 것은 자연을 온전히 누리는 것. 에코빌리지에서의 하룻밤은 몸도 마음도, 밤하늘까지도 깨끗하다. 에코빌리지는 투숙객이 편안히 별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매일 밤 9시부터 10분쯤 건물 전체를 소등한다. 에코빌리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동강생태정보센터와 영월곤충박물관은 에코빌리지에서 경험한 친환경의 소중함을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체험하기에 제격이다. 단종 유배지로 알려진 영월 청령포(명승)에서 만나는 울창한 솔숲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의 백미다.

 

힘들게 되찾은 바다를 지키는 노력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태배길

2017년 개관한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에서는 2007년 유류 유출 사고의 아픔과 극복과정, 자원봉사자의 헌신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2017년 개관한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에서는 2007년 유류 유출 사고의 아픔과 극복과정, 자원봉사자의 헌신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2021년 가을, 태안 앞바다의 물빛은 놀랄 만큼 맑고 아름답다. 10여년 전, 이 바다가 기름으로 뒤덮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말이다. 2007년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시커먼 기름이 유출되는 재앙이 발생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 123만여명이 기름 제거 작업에 동참해 바다를 되살리는 기적을 이뤘다. 이를 기억하기 위해 지난 2017, 사고 현장인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지하1, 지상 2층 규모로 이뤄진 기념관에는 유류 유출 사고의 아픔과 극복 과정, 자원봉사자의 헌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방제 작업을 하러 오가던 길은 태배길이라는 걷기 코스로 다시 태어났다. 6개 구간으로 조성한 태배길은 유류 유출 피해의 아픔과 극복의 기쁨을 담아 각각 순례길, 고난길, 복구길, 조화길, 상생실, 희망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해가 지면 만리포전망타워를 찾아보자. 음악과 함께 타워가 갖가지 색으로 물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수달 살던 달천에 솟은 충주 수주팔봉

칼바위 사이 출렁다리에 오르면 수주팔봉과 달천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칼바위 사이 출렁다리에 오르면 수주팔봉과 달천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충주 달천은 수달이 살아 달강(獺江)’, 물맛이 달아 감천(甘川)’으로 불렸다. 수주팔봉은 송곳바위, 칼바위 등 수려한 봉우리가 물 맑은 달천 위로 나란히 솟은 모양새다. 봉우리는 수주팔봉이 유래한 수주마을과 팔봉마을을 병풍처럼 에워싼다. 갈라진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칼바위폭포는 수주팔봉의 대표 경관이 됐고, 팔봉마을 앞 자갈밭은 차박캠핑 명소로 소문났다.

달천은 대부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올갱이(다슬기)가 지천이다. 고라니 목격담도 종종 들을 수 있다. 생태계가 보전된 달천의 중·상류는 예부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인 수달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팔봉마을 일대는 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예외적으로 달천 변을 개방했다. 수주팔봉은 팔봉교를 지나 반대편 오가천 쪽에서 오를 수 있다. 갈라진 칼바위 사이에 출렁다리가 놓여 있는데, 이 출렁다리와 전망대에 서면 달천과 수주팔봉, 팔봉마을이 조화롭게 담긴다.

달천의 청정 자연은 탄금호까지 이어진다. 탄금호에는 최근 국내 최초로 친환경 전기 유람선이 운항을 시작했다.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은 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 구간을 하루 3, 40분간 운항한다.

 

너른 들과 푸른 강물 따라 걷는 생태 기행 완주 만경강길

완주 만경강은  넉넉함으로 생명을 품어 살리는 어머니의 젖줄 같다.
완주 만경강은 넉넉함으로 생명을 품어 살리는 어머니의 젖줄 같다.

만경강은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는 전라북도의 젖줄이다. 넉넉한 강물이 들판을 적셔 곡식을 기르고, 멸종 위기종을 포함해 수많은 동식물과 철새의 안식처가 된다. 물가에 자생하는 쥐방울덩굴 잎에 멸종 위기종인 꼬리명주나비가 알을 낳고, 날이 추워지면 노랑부리저어새가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든다.

최근 완주에는 건강한 생태계가 살아 있는 만경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완주 만경강길이 생겼다. 발원지인 동상면 밤샘에서 삼례읍 해전마을까지 약 44km, 7개 코스다. 산길을 걸을 때 강에서 잠시 멀어졌다가도 둑길과 자전거 길을 만나면 강을 옆구리에 끼고 걸으니 지루하거나 심심할 새가 없다. 청둥오리와 고니를 보고, 생태계의 보고인 신천습지를 지나고, 해질녘 붉은 노을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대아저수지에서 동상저수지로 이어지는 수변 도로는 소문난 드라이브 코스다. 늦가을 화려한 단풍을 감상하며 달리면 힐링이 따로 없다.

 

물멍하고 쓰레기도 줍는 곡성 침실습지

곡성 침실습지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섬진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곡성 침실습지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섬진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전남 곡성을 휘감아 흐르는 섬진강은 호남 지역의 보배다. 맑은 물길을 따라 멜론과 토란 등 친환경 농산물이 자라고,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감성을 적시는 풍경이 펼쳐진다. 강물이 흥얼거리는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 생태가 고스란히 보존된 침실습지를 만나게 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어 섬진강의 무릉도원이라고도 불리는 침실습지에는 200규모에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인 수달, , 남생이, 흰꼬리수리를 비롯해 650종이 넘는 생물이 살아간다. 청정 지역에만 자란다는 버드나무 군락이 습지 전역에 자리하고 있다.

정해진 탐방로가 없어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되는 침실습지는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하기에 딱이다. 여울지는 강물과 물에 비친 산 그림자, 소박한 들꽃 등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다. 습지 인근만 둘러보려면 침실목교와 퐁퐁다리를 왕복한 뒤 생태 관찰 데크를 거쳐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특히 퐁퐁다리는 물멍의 하이라이트 구간으로 소문났는데, 다리 한복판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물소리에 귀 기울이면 복잡하던 머릿속이 말끔히 비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슬기로운 새활용 생활의 시작 서울새활용플라자

새활용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다.
새활용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다.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더해 새 작품으로 만드는 새활용(upcycling)이 각광받고 있다. 새활용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폐자원을 다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새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뜻한다. 책이 전등갓으로 변신하고 현수막은 가방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새활용의 보고와도 같은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새활용 복합 문화 공간으로 버려진 재료 수거부터 가공, 제작, 판매까지 새활용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제품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빌려주는가 하면, 새활용 생활에 영감을 주는 다양한 작품도 전시돼 있다. 워크숍과 공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새활용 생활 방식을 알리기도 한다.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둘러본 뒤에는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하는 서울숲과 MZ세대의 놀이터로 떠오른 성수동 카페거리를 가보자. 특히 성수동의 폐공장을 개조해 지은 카페로 단숨에 힙플레이스가 된 성수동 카페거리는 새활용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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