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장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장

뿌리기술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제조의 근간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3만여 곳에 달하는 뿌리기업은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이고, 종사자 수는 51만 명으로 제조업 종사자의 12.5%에 달한다. 지난 6뿌리산업법개정을 통해 주조, 금형, 용접 등 기존의 뿌리기술에 사출ㆍ프레스, 정밀가공, 로봇, 센서 등 차세대 공정기술이 추가됐다. 뿌리업종이 확대된 만큼 뿌리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뿌리기업은 지금 매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대기업의 2~4차 협력업체로 내수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뿌리산업을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전환해 세계시장에서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독일, 일본 등과 대조적이다.

또한, 뿌리기업들도 점차 강화되고 있는 안전과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 1만여 곳에 대해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는데 그 중 뿌리기업도 2000여 곳에 달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뿌리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주52시간제와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 입국 지연으로 인한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자잿값까지 급등해 뿌리기업들은 그야말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공정을 자동화·지능화·스마트화해야 한다. 업종별 공정별 특성에 맞게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부의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서 일년에 고작 10여 곳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당장 100여 곳에 달하는 대기수요를 고려하면 어느 세월에 뿌리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소부장 경쟁력 강화에 성공한 것은 단기간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부가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고, 산재 다발 업종에 대해 제조 안전과 관련된 연구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정책자금을 늘려야 한다. 뿌리기업들과 간담회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애로사항 중 하나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환경을 위해 시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영세한 뿌리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밖에 없다. 산업부, 중기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 당국과 보다 적극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열처리나 주조처럼 전기 사용이 많은 뿌리기업들은 한마디로 전기요금과의 전쟁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국감에서도 지적했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요금을 내는 요금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 뿌리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전용 요금제를 도입하고.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전력기반기금 부담금을 한시적이라도 감면해야 한다.

넷째, 국가뿌리센터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 현재 지원인력이 20여명에 불과한데, 뿌리산업법 개정으로 뿌리산업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가뿌리센터를 생산기술연구원 산하에서 분리 독립시켜 운영의 효율성을 모색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원자잿값 급등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단조 등 철강업계, 플라스틱업계, 인쇄업계 등에서 원자잿값 급등으로 엄청난 하소연과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은 해외 원자잿값 인상분을 즉시 반영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납품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정작 납품받는 대기업은 납품가를 거의 인상해 주지 않아 악순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조속히 대·중소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원자잿값 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뿌리산업을 미래형 구조로 시급히 전환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