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27~28일 시그니엘 부산서 '장수기업 희망포럼' 열어
현 제도 '세제지원' 프레임에 갇혀... 승계에 필요한 모든 분야로 지원 넓혀야

"대표자가 70세 이상인 중소기업이 이미 만개를 넘어서는 등 기업승계 문제를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는 상황입니다."

27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2021 장수기업 희망포럼`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현실을 꼬집었다.

김기문 회장은 "제도 시행령상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기업승계는 현장에서 잘 활용되지 않고, 기업들은 여전히 승계문제로 속앓이하고 있다" 며 △최대주주 지분요건 완화 △업종변경 제한 폐지 △사전증여 활성화 등을 해결해야 할 3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바로 1세 창업주와 2세 후계자간 진심 어린 소통과 협력"이라면서 "오늘 행사가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으로, 또 기업으로 연결돼있는 1·2세대가 더욱 단단하게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도 잊지않았다.

◇ 경영 1·2세대 아우르는 소통의 장

이날 행사는 중소기업중앙회와 기업은행, 홈앤쇼핑이 주관하는 행사로 27일, 28일 이틀간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렸다. 1·2세대 기업인을 위한 소통의 장인만큼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세대공감 소통,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문화강연, 국내 최고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꼽히는 하용호 XYZ벤처파트너스 대표의 기조강연 등, 1·2세대 기업인을 모두 아우를 수 있게 행사가 구성됐다. 

지난달 27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2021 장수기업 희망포럼'에 참석한 1·2세 경영인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황정아 기자]
지난달 27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2021 장수기업 희망포럼'에 참석한 1·2세 경영인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황정아 기자]

 

특별강연에서는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가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강의했으며, `어묵계의 스티브잡스`로 불리는 박용준 삼진식품 대표(3세대 기업인)는 `삼진어묵의 세계화`에 대해 당찬 포부를 밝혔다.

특히, 하용호 대표의 강연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도식화해 알기 쉽게 최근 트렌드를 정리했다. 그는 "최근 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많은 용어가 나왔지만, 흐름을 알면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라면서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활동하는 것이 유저와 사물, 모든 것이 기록되면서 이를 분석하기 시작한 게 빅데이터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기계에게 `아웃소싱`한 게 머신러닝"이라고 설명하는 식이었다.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을 쉽게 설명하면서, 강의에 집중하는 청중들이 많아졌다. 하 대표는 "코로나19로 직업·교육·군집의 해체가 가속화된 가운데 새로운 성격의 생활 공간인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면서 데이터 리터러시(문해력)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 될 것"이라면서 "변화에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종합지원 위한 기업승계 특별법 도입 시급"

한편, 전문가 토론회인 `기업승계 특별좌담`도 진행됐다. 김기문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기업승계가 상속증여법에 갇혀있어서 독일과 같은 기업승계제도가 나올 수 없다"면서 "원활한 세대교체를 통해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을 위한 `기업승계 특별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승계 특별좌담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이사,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 김희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윤태화 가천대 경영대학원장. [사진 황정아 기자]
기업승계 특별좌담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이사,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 김희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윤태화 가천대 경영대학원장. [사진 황정아 기자]

이날 토론회는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를 위한 지원법 마련’을 주제로 진행됐다. 주제발표는 김희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고, 윤태화 가천대 경영대학원장, 조봉현 기업은행 부행장,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희선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영승계원활화법`을 소개하면서 "상속 · 증여세 납부 유예 , 후계자 경영권 유지 , 필요한 자금 조달 등이 가능하게 구성됐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승계 지원을 `세제지원`으로 한정 지은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도 승계기업에 대해 기술 계승, 고용 유지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경영안정성과 고용안정성 측면에서 특별법 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기업승계는 제2의 창업"이라고 말문을 연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은 "연구소 자체적으로 12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3700억원 수준인데 만약 승계 어려움으로 폐업할 경우 10년 기준 법인세, 갑종근로소득세 등 약 1조원의 세수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가 관점에서 상속·증여세가 부담돼 기업이 폐업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기업을 유지하도록 하는것이 장기적으로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2세 경영인인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물려받았어?`인데, 이는 그냥 편하게 부동산이나 받지, 왜 기업을 물려받아서 고생하냐는 뜻이 내포된 것"이라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기업승계를 위한 인식 저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승계가 아직 `부의 대물림`, `전문성 없는 2세가 회사를 망친다` 등 인식이 있다"면서 "2세 경영인도 충분히 전문성을 갖추고 회사를 키워갈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윤태화 원장은 "승계기업이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높다는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는 사전증여가 중요해질 것이니 사전증여도 상속에 준해서 특례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양찬회 본부장은 "이제 산업화가 이뤄진 지 40년 정도 돼, 가업승계의 경험이 없다 보니 지금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보다 산업화를 먼저 겪어본 국가의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승계가 세제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다"면서 "경영에 필요한 리소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