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 서민교 대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긍정적 이미지 심어 매출 향상
애사심 높여 장수기업 연착륙
무늬만 착한척 해선 고객 외면

최근 정말 중소기업들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52시간제 도입, 화관법·화평법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크고 작은 규제 법안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여기에다 더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파도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시작해 언제는 CSV(공유가치창출)를 해야 한다고 야단을 치더니 이제는 ESG 경영을 해야 한다고 한다. 우선 도대체 그 개념이 무엇이며,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도 불분명하다. 설령 그 개념을 이해했더라도 실행하기에는 비용부담에다 ESG라는 핑계로 환경, 산업안전, 소비자 관련 규제 등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

서민교 대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민교 - 대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우선 먼저 좀 간결하고도 쉽게 최근 관련 이슈의 흐름을 이해해 보자.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국내외 기업들의 화두는 크게 사회공헌활동, CSR, CSV, ESG 순으로 무게중심이 넘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CSRCSV 그리고 ESG 경영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전문가뿐 아니라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인들조차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혼용해서 사용한다.

과거 기업들은 열심히 일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기여를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업도 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좀 더 직접적으로 기업의 책임을 요구받음에 따라 초기에는 자선활동이나 기부를 통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이 강조됐다.

하지만, 사회공헌활동에도 불구하고 윤리경영이나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이후 떠오른 개념이 CSR이다. 이는 단순 자선활동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규범과 윤리를 준수하고 지역공동체 일원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는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CSR에 따른 일방적 기부활동은 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진정성과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CSV가 등장하게 된다.

CSV는 비즈니스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 사회적 공헌이익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문제로부터 소비자의 요구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회공헌활동이자 수익사업이며, 한마디로 기업들은 똑똑하게 착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CSVCSR처럼 다소 추상적이고, 기업의 자발적 활동만으로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 한계를 노출함에 따라 등장한 것이 지금의 ESG 경영이다.

ESG는 경영학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의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는 유명한 애기를 구체화한 것이다. 측정·평가되지 않았던 CSR은 기업들에게 하면 좋으나 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라는 인식을 줬지만, ESG는 투자자가 구체적 평가를 통해 강제적으로 따르게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런 논의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착한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더 오래 번다는 얘기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 활동을 통해 대외고객, 주주, 내부직원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고 이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작용해 고객 만족도 향상, 주가 상승 및 매출 향상으로 이어지고 근무하는 직원에게도 애사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고객이 선호하고 직원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업이 장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기업들은 끊임없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제 은행들은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과거처럼 기업의 신용도만을 보지 않고, 기업의 ESG 지표까지 고려한다. , 이제 ESG 성적이 높아야만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가 있다.

그리고 MZ세대의 등장도 눈여겨 봐야 한다. MZ세대의 소비방식은 상품의 가성비, 효율성, 심미성만을 따져 구매를 결정하던 윗세대와 달리 가치까지 중시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판매할지라도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은 이제 외면당한다.

예컨대, A기업이 내놓은 상품은 여러모로 따져도 경쟁제품보다 뛰어나다. 그런데 어느날 A기업의 오너가 갑질을 했다는 뉴스가 터진다. 그럼 아무리 그 기업의 제품이 뛰어나더라도 소비자들은 외면하고 심지어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반대로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윤리적인 방식을 택하는 기업들의 경우 충성 고객을 끌어모으게 되고 결국 돈을 잘 벌게 된다.

착한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더 오래 번다는 명제는 당연히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B2C 기업의 경우 앞에 윤리적 소비의 확산에 따라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에 납품하는 B2B 기업의 경우 이들 기업이 공급망 전반의 ESG 위험관리에 따라 ESG 성과에 따라 공급망에 배제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ESG 준수에 대한 요구가 증대될수록 ESG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의 협력, 투자 유치 및 자본조달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돼 매출 증대와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자본이나 전문인력에서 부족한 중소기업을 어떻게 착하게만들 것인가?

첫째, 중소기업의 특성상 의사결정의 전권을 쥐고 있는 오너 또는 최고경영자의 인식 제고와 더불어 기존사고의 틀을 깨는 과감한 변화 의지가 요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정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겉모양만 착한 척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둘째,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고용 개선이나 준법 경영 등 비교적 쉬운 분야에서 시작해 역량이 생기면 지역에 특화된 차별화된 사회공헌활동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착하다는 것을 잘 알릴 필요가 있다. 옛말에 좋은 일을 할 때는 남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지만 착한활동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해야한다.

이제 착한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더 오래 버는시대가 됐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중소기업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과감히 도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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