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우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 왔고, 또 이를 실제 경험한 적도 있을 것이다. 자칫 자신의 이익에 집중하다 보면 이를 간과해 자신은 물론이고 집단의 공동이익까지 저해하는 때도 많기에 이러한 단결을 강조한 말이 전해지는 것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소기업의 단결과 단합의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활용하는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52시간 근무제 등 중소기업을 둘러싼 규제가 많아지는 요즘, 중소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소기업은 협동조합으로 뭉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업종별 중소기업이 뭉친 경제공동체로, 중소기업계의 발전과 권익 대변을 위한 단체이다.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연합회는 이러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뭉친 협동조합의 상급 단체다.

필자의 사업 모태라 할 수 있는 산업용 고압가스 분야는 산업구조의 맨 밑단에 있으면서 농업·어업·의료·제조업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됐지만, 그동안 수급과 안전 규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않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질소·산소·탄산·헬륨 등 고압가스의 공급부족 현상은 경영에 많은 지장을 초래해 왔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협동조합 회원사의 상호노력 덕분이었다.

업계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조합원사들과 공유하면서, ‘아껴쓰고 나눠쓰자는 슬로건을 내세워 수급정보를 공유하고 가스공급이 부족한 조합원사를 지원하는 등 회원사간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한, 언론 등을 통해 공급부족에 따른 우리 업계의 어려움과 아쉬움을 표출했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조합원사가 한마음으로 뭉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그 결과 산업부는 산업용 고압가스 지원을 위한 담당 부서를 지정하고 향후 수급의 애로가 있을 때마다 민관 협력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가스 안전 규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펼쳐왔고, 수 십년전 만들어진 규제를 유지하다 보니 업계 현실과 맞지 않게 운영된 것도 사실이다. 안전에 대한 정부 규제는 당연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규제는 정부와 민간 양쪽에 불필요한 소모전을 일으켰다.

이에, 우리 업계와 정부 간 이견을 좁히고 상호 협력을 위한 소통창구인 고압가스안전협의회를 작년에 발족했다. 협의회에는 산업부와 가스안전공사, 고압가스연합회와 조합원사가 구성원으로 참여 중이다. 협의회를 통해 업계와 정부는 상호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업체 스스로도 자발적인 안전관리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업계전반에 확산됐다.

물론,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압가스연합회의 노력도 있었다. 자체적으로 국내·외 관련 법령 분석,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해 개선해야 할 우리나라의 규제와 그 대안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업계 숙원과제였던 특정 고압가스 중 액화가스에 대한 신고기준을 250kg에서 500kg으로 개정하는 쾌거를 이뤘다.

신고기준이 처음 만들어진 30여년 전에 비해 기술이 발전해 저장용량도 커지고 안전해졌지만,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었다. 업계 현장에서는 기본 175규모(168kg)의 초저온용기(LGC)를 사용하지만, 당시 신고기준에 따르면 LGC용기 2대만 비치해도 행정처분의 대상이 됐기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욱이 용기 1개씩 여러 차례에 걸쳐 공급하면 가스 운반 차량의 운행 빈도가 늘어나는 등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에 개정이 시급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업계 현장에서 오랜 기간 규제 또는 애로로 인지된 것들이지만, 업계 개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조합원사가 힘을 합쳐 한목소리를 냈고, 연합회와 협동조합이 수차례 내부 협의를 거쳐 업계에 바람직한 방안을 도출했다. 이를 정부 건의 등을 통해 업계의 현실을 전했고, 더욱 나은 방향으로 개선을 끌어낼 수 있었다.

내 회사를 키우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동조합처럼 공동체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모두의 성장과 발전을 끌어낼 수 있다. ESG, 탄소중립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동이라는 짧지만 강력한 단어를 가슴에 새겨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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