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지침이 내려와도 창구에서 거절당하는 게 문제다. 창구에서부터 거절당하니 용기조차 사라진다. 직원들도 정부에서 한다는데 창구에서는 왜 안 되냐고 하소연을 많이 한다.” 지난달 30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신용보증 원활화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경남지역 조선기자재업체 대표의 이야기다. 이 자리에는 영남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들과 정책금융기관에서 정윤모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을 비롯한 신용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업은행 실무책임자들이 참석해 현장 금융 애로 해결을 위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어졌다.

4차 대출금 만기연장이 있기 전인 813일 부산에서 개최된 중기중앙회 조선산업위원회에서 신용보증 원활화를 위한 소통의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 이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달 9일 중소기업 금융 애로 해소를 위한 금융지원위원회에서 참석한 신용보증기관장들에게 대출과 보증 만기 연장과 관련해 일선 창구에서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현장 간담회 개최를 제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요구를 받아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대출금 만기연장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관이 보증 연장 등 후속 조치를 원활히 해줘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일선 창구의 비협조로 애로가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수혜업종과 피해업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의료제약, 전기전자, 인터넷·방송서비스 등 비대면 업종은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나, 유통 및 대면서비스, 기계, 철강·금속 등 전통제조업은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이러한 영업이익 감소기업의 실적 회복이 지연될 경우 취약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매출 감소로 자금 수요가 늘었지만, 대출 문턱을 높였다. 실제 은행에 신규대출을 신청한 중소기업의 52.8%가 대출 거절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대출만기 연장과 신용보증 확대를 통한 민간금융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했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국들도 국가가 대출 보증 재원을 대폭 확충해 코로나19로 매출액과 이윤이 감소한 중소기업 채무를 신용보증기관이 전액 보증(일본)하거나 70%인 보증 한도를 90%까지 상향(프랑스), 채무상환 연장도 공적 보증 대상에 포함(이탈리아)하는 등 적극적인 보증지원에 나서고 있다.

신용보증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 대출과 항상 연계돼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신용보증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부산에서 시작된 현장 중소기업인들과 정책금융기관 책임자들 간의 간담회를 계기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무사히 벗어나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