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개최 예정이었던 탄소중립위원회-산업계 간담회가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과 회의장 기습점거로 무산됐다.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 산업계와의 직접 소통과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어렵게 마련된 자리였다.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 환경단체는 산업계를 기후악당으로 몰아세우며 회의장 입구를 막아섰고, 심지어 산업계가 탄소중립의 발목을 잡는다며 각성하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함께 가야할 길 앞에서 목도하는 갈등과 혼란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사회적 합의 없인 가능할 수 없기에 더더욱 탄소중립위원회와 정부는 산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산업계가 단순히 개별기업의 집합체가 아닌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버팀목이자,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산업계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구체적 대안 즉, 대체 연·원료와 탄소저감 기술개발 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에 산업계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달성 시기는 중국을 제외하고 2050년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1990년부터 60년에 걸쳐 충분한 기술개발과 사회적 합의 등을 추진해 온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동일하게 갓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EU의 절반 수준인 30년 만에 동일한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28.4%EU16.4%보다 월등히 높은 우리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선진국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주요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불만과 지적의 목소리에 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탄소중립은 대기업들만의 문제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는 중소기업의 실상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당장 대기업이 탄소세로 부담한 비용을 납품받는 중소기업에 전가시킬 수 있다. 또한, 발전단가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원자재 가격과 제조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져 전력 다소비 중소제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장기적으로 배출권거래제, 탄소세 부과 대상이 전체 기업으로 확대될 것인 만큼 중소기업도 탄소중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살펴보면, 대체 연·원료 및 탄소저감 기술개발과 상용화가 제시된 로드맵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탄소중립으로 인한 중소기업 업종별 영향과 저감대책 또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구체적 로드맵과 대책이 전제되지 않는 탄소중립 추진은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2050 탄소중립과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2050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22년도에 12조원 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금융, R&D, 사업전환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사회로의 단계적 이행을 위해 산업계, 특히, 우리 경제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은 필수다. 정책목표만을 제시하고 따르라는 소위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방식으로는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가야 할 탄소중립, 경청하고, 설득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세심하고 유능한 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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