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배종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년 연간 창업기업 동향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20년 신규 창업은 전년 대비 15.5%가 증가한 148만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셈이다. 한편 벤처기업 통계를 보면, 2020년말 한국의 벤처기업 수는 약 4만개에 이르고 있어 양적으로 큰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벤처기업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 기업들에 의한 신규 고용도 늘어났다. 일반 중소기업의 창업도 큰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성장에는 정부의 다양한 예산 지원 등 창업·벤처정책의 영향이 매우 컸다. 그러나 이러한 창업이 양적으로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술기반 업종에서의 기술창업은 전체 창업의 15%에 그치고 있다.

생계유지형 창업에 비해 기회추구형 창업은 매우 적은 편이다. 물론 과거와 전혀 다른 유형의 성공적인 기업가들을 볼 수 있지만, 사회 전반의 기업가정신은 오히려 과거보다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기업가정신의 양극화인 셈이다. 과중한 기업 규제 등 기업가들의 도전 의지를 약화시키는 요인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창업·벤처정책의 출발점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된 1997년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5년의 여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창업·벤처정책은 기업가정신과 벤처의 활성화와 침체, 재점화의 과정을 거쳐왔고 소기의 성과도 달성했다.

그렇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과제들과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25년을 바라보면, 이제 한국의 창업·벤처정책은 양적인 성장보다 내실화를 기하고 질적인 성숙을 추구해야 할 때가 됐음을 알게 된다. 길고 넓은 시야(비전)와 새로운 시각(관점), 강력한 시력(정책수단)을 가진 창업·벤처정책이 필요하다. 정책의 다양성과 지원 규모의 양적 확대를 넘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프로세스의 혁신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창업·벤처정책의 내실화는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목적성, 차별성, 효과성, 연계성을 추구하는 창업·벤처정책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책의 목적성이다.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 창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창업기업이 성장해 고용도 창출하고 불편함도 해소하고 고객과 사회에 많은 좋은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즉 창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장과 가치 창출이 뒤따라야 한다.

둘째는 정책의 차별성이다. 창업·벤처정책의 대상에는 소상공인, 일반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 여러 그룹이 있다. 아울러 모든 중소기업이 수혜 대상이 되는 정책도 있을 것이고, 선별된 탁월한 벤처기업만이 대상이 되는 정책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정책 수요에 대해 수혜 대상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차별화된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 역량이 더 필요한 곳에는 역량 개발의 기회를 주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이에 맞는 지원을 해야 한다. 일반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벤처기업 육성정책은 목적 및 수단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것이 좋다.

셋째는 정책의 효과성이다. 예를 들어, 창업 및 성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관협력 등 정부의 효과적 정책 개발과 집행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에게 더 많은 사업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고, 기업가정신 인프라 구축이 더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중소기업 인력들의 역량 개발도 중요하다. 특정 영역에서 지원 예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기업들을 제대로 선별해내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연계성도 추구해야 한다. 정책간 연계를 강화해 중소기업에게 정책의 시너지가 생기도록 하자. 정책집행 과정에서도 민간의 활력과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중소기업 협력 등 기업간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각으로 창업정책, 벤처정책을 내실화해야 할 때가 됐다. 그래야 중소벤처기업 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의 꿈을 앞당겨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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